[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1 (통합의 조건)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1 (통합의 조건)

세력 통합의 과정에 “굴복”이 있으면, 그 굴복으로 인하여 원한이 남는다. 중국인은 원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중국영화 대부분이 원한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 헌법에까지 1840년(아편전쟁)부터 겪은 굴욕을 적어 놓고 후손들로 하여금 그 원한을 잊지 못하게 해 두었다.

중국 아닌 서양인들도 원한을 잘 알고 있다. 전통적으로 전쟁의 결과는 굴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독일이 2차대전이 일으킨 것은 1차대전의 전후 처리가 독일에 가혹했기 때문이라는 소견도 있다. 


유엔의 설계자들은 그 점에 착안하여 패전국들의 원한을 줄여 주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미국에는 이미 그러한 생각을 해낼 만한 정신적 유산이 있었다. 그것은 칼럼 808호에서 인용된 헐 장관의 연설에서도 언급되어 있다. 확인을 위해 chatGPT에 한국어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미국이 쿠바와 필리핀을 통치한 방식과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그들의 식민지를 통치한 방식 사이에 다른 점이 있습니까?”


위 질문에 대한 chatGPT의 대답을 요약하면, 미국은 식민지 사람들을 착취한 것이 아니라 자유와 번영의 방식을 수출하여 세력을 넓혔던 것이다. 그러한 대답을 보니, 약 40년 전에 있었던 필리핀 사람들과의 개인적인 대화가 기억났다. 필리핀 사람들은 스페인과 미국의 통치방식 차이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그들을 “원숭이”라고 부르며 천대했으나, 미국인들은 필리핀 사람들을 억압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했다고 했다. 


필리핀 사람들은 미국에 감사하고 있었다. 쿠바인들에게는 그런 것을 물어본 적이 없다.

유엔 체제 속에서, 전후 독일과 일본에는 경제적 기적이 일어났다. 일본의 부흥이 한국전쟁 때문이라는 소견도 있지만, 그런 논리를 가지고는 (주변에 전쟁이 없었던) 독일의 부흥을 설명하기 힘들다. 패전국들과 후진국들이 곳곳에서 경제적 “기적”을 이룬 것은 근본적으로 유엔 체제의 뒷받침 때문이다.


유엔이 생겨나기 전에 이미 2차대전은 진행 중이었다. 전쟁이기에 굴복의 과정은 있었고, 미국이 유엔 체제 속에서 희생적인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패전국 국민의 마음에서 원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이 때때로 자기네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현상, 독일 정부가 때때로 보여주는 비협조적인 태도, 그런 데서 그들의 원한의 흔적이 발견된다. 그러므로, 원한이 생겨나지 않게 하려면 전쟁 자체가 없어야 한다. 또, 그것이 유엔의 주목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오고 가지만, 그 어떠한 것도 전쟁의 명분이 될 수는 없었다. 푸틴의 러시아는 2014년부터 돈바스 지역의 내전을 부추겨 놓고도 겉으로는 전쟁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척했다. 전쟁의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하면서도 그것을 전쟁이라 부르지 않고 특별군사작전이라 불렀다. 전쟁의 명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이의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말을 꾸미고 있다, 꾸미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푸틴은 유엔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유엔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본토 중국의 지도층도 마찬가지다. 소위 “하나의 중국”이란 명분을 내세워 무력 사용 의지를 공공연히 노출하고 있다. 무력을 사용하면 반드시 원한이 남는다. 유엔 체제에서, 무력을 사용해도 되는 명분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안보리의 무력 사용 결정이 있을 때다. 또 하나는, 침범을 받았을 때다. 


본토 중국이 유엔에 가입해 있는 한, 대만 통합을 이해 무력을 사용할 명분은 없다. 본토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는 순간, 본토 중국은 현재의 러시아와 같은 처지로 전락한다….

장차 중국이 적대적으로 마주칠 미래의 유엔에는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바로 그러한 것이며, 2021년의 신 대서양헌장은 러시아를 명실상부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만들기 위한 메뉴얼 같은 것이다.


하나의 중국이 하나의 중앙정부 아래 본토 중국과 대만이 통합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총합의 방식은 어느 쪽도 굴복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야만 유엔과의 대립을 피할 수 있다. 중국은 핵무기 보유의 이점이 꽤 클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유엔과 대립하는 상태에서의 핵무기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중국보다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한 러시아도 유엔과 대립하는 지금은 핵무기의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음 호에 계속>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