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고물 창고 같은 집에서 산다는 사랑하는 내 동생

전문가 칼럼

[나은혜칼럼] 고물 창고 같은 집에서 산다는 사랑하는 내 동생

몸이 너무 차서 아기를 못 낳은 나의 71세의 동생이 갓난아기일 때부터 길렀던 14세인 양자를 데리고 그 아들이 은혜받게 하려고 이곳 내 딸이 목회하는 오아시스 교회에 찾아왔다. 너무 늦게 할머니뻘이 되어 양자를 얻어서 어린 손자 같은 아들을 애지중지 사랑하고 아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앨라배마에서 자기보다 훨씬 키가 크고 우람한 흑인들 속에서 비유티샵을 운영하면서 돈을 벌어서 빌딩도 사고 LA에 집도 두 채나 있고 여유가 있는 것은 그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다. 


아기가 어릴 때부터 가게를 운영하느라고 아기가 14살이 될 때까지 여행을 한 번도 못 가고 주일 하루만 쉬고 일을 했다고 한다. 남편은 빨래방을 운영했고 마을에 모빌 집 열 채를 세를 주었는데 집이 고장 나면 일일이 가서 고쳐주어야 하고 쉴 사이도 없이 일하면서 살아서 부를 얻었는데 동생은 믿음의 사람이라 그동안 기도원이나 선교사님들께 거금을 선교비로 보내고 후원하였다. 


내가 칼로스 선교회를 시작하자 칼로스에도 탈북민 목회자들이 교회를 건축할 때나 여러 가지 사정을 내가 후원자 카톡방에 올리면 때때로 거금을 헌금하였고 이번에도 큰돈을 헌금하여서 10월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남아 5개국 한인 선교사대회에 우리 내외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데 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큰 은혜를 받았다. 


이제까지 별로 옷을 사지 않고 남들이 주는 옷을 입었고(옷을 사러 갈 시간도 없었고) 차도 곧 폐차시킬 것 같은, 고물 자동차로 창문을 손으로 내려야 하는 지금은 쓰지도 않고 만들지도 않는 고물 수동차를 타고 다니고, 패물(佩物)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동생에 비하면 나는 좋은 패물도, 딸이 사주거나 작아서 준 좋은 옷도 많이 있어서 이번에 동생에게 많이 주면서 동생이 사모인 나보다 참 더 훌륭해 보이고 속으로 회개하였다. 


동생은 얼마든지 넉넉히 살 수 있는데도 하나도 안 사고 자동차 문이 고장 나서 못 잠그는 오래된 고물 트럭만 타고 다니는데 물건을 잔뜩 실어놓고 자도 도둑들이 털어가지를 않는다고 하니 도둑들도 불쌍히 여기나 보다. 그 동네는 사람마다 총을 가지고 다니고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준다고 한다. 단골이 많아서 아주 친하게 지내고 거구의 흑인들이 너무 사람들이 좋고 다정하고 하나도 안 무섭고 안전하고 14년 동안 가게를 하면서 한 번도 사고를 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일 하루만 쉬고 일을 해야 하고 왕복 12시간 이상 걸려 애틀랜타까지 가서 물건들을 잔뜩 해와야 하고 너무 시간이 없어서 그 가게를 팔려고 애를 썼다가 이번에 가게를 팔고 자유의 몸으로 이곳에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아들도 13개월에 양자로 왔는데 13년 동안 한 번도 여행해본 적이 없었고 이번에 엄마하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자기에게는 한국 촌수로 따지면 조카뻘이지만 대학생인 누나와 형과 동생들과 학생들을 만나고 12명이 함께 자고 새벽부터 교회에서 온종일 지내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놀라는 것이다. 


그곳 한국 교회에는 노인들만 있고 학생은 혼자뿐이고 아빠와 미국교회에 가도 학생부에 들어가지도 않고 학교는 온통 백인 학생들뿐이고 언제나 혼자서만 놀고 살다가 와서 이곳 오아시스 교회의 여름 아카데미에서 보조 교사로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어울리며 많은 학생과 살게 되니 참으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우리 집은 멀리 벨뷰에 사는 학생들 4명과 아들의 자녀들 4명과 이 가정의 자녀 3명과 동생의 자녀까지 12명의 자녀가 함께 자면서 교회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먹고 마시고 탁구 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동생의 아들 이삭은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첫날에는 엄마에게 집으로 도로 가자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다음 날에 우리가 새벽기도회를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벌써 다 교회로 가고 없어서 이삭은 집에 있을 것이라고 동생이 방으로 뛰어 올라가서 보고 이삭도 교회로 갔다고 좋아하였다. 그다음부터 너무 잘 어울리고 교회에서 봉사도 잘하고 너무 사랑스럽게 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동생은 자기 집은 남편이 물건들을 잘 고치고 기계들을 쌓아놓아서 발 디딜 틈도 없고 고물 창고 같다고 하고 자기 남편은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게 하고 너무 바빠서 청소를 제대로 못 했다고 별로 깨끗하지 못한 우리 집인데도 너무 깨끗하다고 감탄을 해서 기뻤다. 나도 예전에 우리 집이 고물 창고라고 중앙일보에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남편이 선교 갈 때 가지고 간다고 헌 가게를 다니면서 좋은 운동화와 물건들을 잔뜩 사서 쌓아놓아서 차고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딸의 집은 때마다 학생들과 손님으로 들끓어 잘 정돈된 집은 아니고 나도 때로는 너무 어질러놓아서 쓰레기통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동생은 사위가 빌려준 마쓰다 차를 운전하며 이런 좋은 차는 처음 타 보았다고 하며 너무 좋다고 감탄을 한다. 이곳에 와서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가는 동생을 보며 이삭에게는 비록 할머니 같지만 참 좋은 어머니를 만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이삭이 생일이 되었는데 친엄마가 카톡으로 안부를 물었고 법적으로 이삭을 만날 수가 없다고 하는데 나중에 이삭이 크면 친엄마를 만나게 해 줄 것이라고 한다. 친엄마가 이삭을 낳고 남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자기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삭을 도저히 기를 수가 없어서 양자로 주었다고 한다. 이삭은 자기가 양자인 줄도 다 알고 양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것도 다 알 것이다. 


그래도 너무 외롭게 홀로 살고 교회에 학생부도 없고 친구도 없었는데 이번에 이곳에 와서 많은 형제를 만나게 되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이번의 여름 아카데미는 유치부부터 9학년까지만 공부를 하고 그 위의 학생들은 보조 교사고 대학생들은 정교사로 교재를 가지고 학교공부도 열심히 하고 숙제도 내주고 여러 가지 음악과 미술과 드라마 등 과외활동도 하는데 이삭은 10학년이므로 보조 교사를 했다. 처음으로 보조 교사를 하면서 부엌에서 일도 하고 어린 학생들에게 음식도 날라다 주고 서비스하면서 즐거워하였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 있다. 아카데미가 끝나면 곧 학생부 수련회가 열리는데 그때 꼭 주님을 뜨겁게 영접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주님을 만나고 저의 삶이 주님께 쓰임 받으면 동생의 애쓰고 사랑으로 기른 보람이 있을 것이다. 동생이 자기는 나이가 많아서 금방 죽을 것인데 이삭이 홀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걱정하면서 주님을 꼭 만나 주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면서 살게 하려는 소원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주님이시여, 동생의 안타까운 소원을 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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