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대입 사정에서 레거시 제도의 사용도 위헌?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대입 사정에서 레거시 제도의 사용도 위헌?

지난 6월 29일 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계 우대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이래로 후폭풍이 거세다. 그중 가장 확연한 것 중의 하나는, 소수계 우대 정책의 반대쪽에서 차별적으로 대입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온 레거시 제도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이 판결이 내려지기 이전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오던 것인데,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어퍼머티브 액션을 대입 사정에 도입해 사용하기 시작한 60년대 이전부터 대학 입학 사정에서 사용해 오던 레거시 정책이 전례 없는 도전에 부딪혔다고 보도하고 있다.


대학 입학 사정에서 사용되는 레거시 제도란 지원자의 부모나 조부모가, 또는 형제자매가 동 대학 출신일 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이다. 사립 명문대 출신들에게 자신들의 모교에 대한 애교심과 충성심을 고취하고, 상당한 금액의 후원금도 내도록 장려하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입학에서 약간(?)의 차등을 제공하는 역사가 오랜 제도이다. 


이것은 보통 두 가지로 나누는데, 일급 레거시 (primary legacy)는 지원자의 부모가 동 대학의 학부를 마친 경우로 가장 효과가 큰 것이며, 다음으로는 이차 레거시 (secondary legacy)로 조부모나 형제자매 등이 동 대학의 학부, 부모가 동 대학의 대학원 등을 졸업한 경우로 이전 것보다는 좀 약하지만, 학교에 따라서는 여전히 가산점을 주는 제도이다. 이에 더해, 교직원 자녀나 많은 기부금을 낸 후원자의 자녀들에게 입학에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광범위의 레거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레거시 반대론자들은 이 제도가 이미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진 기득권자들을 우대하고, 실제로 많은 경우에 백인들을 인종적으로 우대하는 제도이기에 어퍼머티브 액션이 위헌이라면, 이 제도 역시 차별적인 제도이므로 합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합리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이유 있는 반발에 발맞춰, 지난 19일 뉴욕 타임즈와 폭스 뉴스 등의 보도에 의하면, 대학교수들이 자녀들의 입학을 선호하는 리버럴 아츠 대학으로 유명한 웨슬리언 대학이 이 레거시 제도를 더는 입학 사정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존스 합킨스 대학과 에머스트 대학이 이 제도를 이미 사용하지 않고 있는 데 이어, 미네소타 대학, 피츠버그 대학과 카네기 멜런 대학 등도 같은 내용을 발표해 아직 이 제도를 견지하고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 관계자들을 바늘방석 위의 상황처럼 초조하게 만들었다. 또한, 연방 교육부는 하버드 대학의 레거시 사용이 실제이고 합법적인 지의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는데, 한 예로 2019년에 하버드의 레거시 해당 학생이 28%나 합격했다는 통계 등, 하버드나 다른 명문 대학들이 이 제도를 사용해 왔다는 충분한 증빙 자료가 남아 있다. 


연방 법원이 오랜 관행인 인종을 기반으로 한 입학 사정의 합법성을 철회하게 된 이상, 동문 자녀를 우대하는 레거시 정책 역시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올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수가 다수를 이루는 대법원 판사 중 흑인인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 같은 경우도 공공연하게 인종에 따른 고려를 지원하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레거시 제도를 입학 사정의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하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립 명문 대학들의 레거시 제도는 머지않아 새로운 국면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런 레거시 제도의 호사를 누릴만한 배경도 아직은 없고, 모범 아시안으로 여겨져 소수 인종으로 쳐주지도 않는 우리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은 일면 유리할 수도 있다. 레거시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백인 학생들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고, 소수 인종을 배려한 입학 사정은 대부분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가을에 시니어가 되는 우리 자녀들이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자신이 지난 고교 3년간 쏟아부은 열정과 결과물들을 원서에 적어 내고, 그 과정들을 에세이를 통해 녹여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학교 성적은 이미 거의 확정되었고,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은 에세이의 질과 SAT/ACT 시험 점수의 향상 정도이다. 특히, 대입 에세이는 학교 성적이나 시험 점수 등의 구체적으로 수치화된 자격 이외에, 직접 지원자의 생각과 품성을 짚어 보며 지원자의 따뜻한 인성이나 성장 배경 등을 나타내 보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대입 에세이에서 자신의 인종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들은 에세이에서 다루어도 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위법이 아닌 것으로 대법원 판결문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된 만큼, 우리 한인계 학생들이 언어나 문화 차이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에세이에 잘 녹여 낸다면 오히려 일련의 상황들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www.bellevuee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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