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2 (핵무기)

전문가 칼럼

[안상목회계사] 신 대서양헌장과 중국 22 (핵무기)

2023년 7월 11일~12일 양일 동안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은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하여 회원국의 수효는 32개로 늘어났다. 여러 회원국이 앞다투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직도 푸틴의 입장을 세워 주려는 회원국도 있지만, 나토 전체의 방향은 굳어졌다. 그들은 푸틴의 패전을 확신하고,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은 자유나 명예나 욕심을 위해 목숨을 건다. 그중 자유를 위한 경우는 푸틴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푸틴이 만일 목숨을 건다면, 그것은 현 위치를 지키기 위한 욕심 또는 (뒤틀린) 명예 때문일 것이다. 푸틴이 (명예 또는 욕심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임은 러시아 용병부대 때문에 널리 세상에 알려져 버렸다. 용병대가 자칭 “정의를 위한 행군”이라 하면서 모스크바 쪽으로 진격했을 때, 푸틴은 전용기를 타고 도망을 쳐버렸다. 


도망을 치는 것은 죽음을 회피한다는 뜻이며, 죽음을 회피하는 사람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것이 앞 문단 마지막 문장의 뜻이다.

흔히 “핵무기는 방어무기다”는 말들을 하는데, 그것은 단순히 정치적인 발언만은 아니다. 그 말속에는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들어가 있다. 그 심리적 문제의 핵심은, 누구든지 핵무기 사용을 결정할 시점에 이르면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는 사살이다. 1945년 처음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인들은 목숨까지 걸 필요가 없었다. 


핵무기가 타국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많은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사람은 핵 보복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단 침범의 피해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보다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한 판단의 가능성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침범하기는 극히 어렵다. 그래서 핵무기는 방어용 무기라 하는 것이다. 


한편, 핵무기를 최초로 사용하려고 하는 가해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가해자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것은 남을 지배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그 욕심에 목숨을 걸 사람은 많지 않고, 푸틴은 많지 않은 그런 사람 속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알아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위 둘째 문단에 설명되어 있다. 푸틴이 침략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고 둘째 “누가 얼마만큼 죽을지 모르지만, 나는 죽지 않는다”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핵무기가 있고 우크라이나에는 핵무기가 없으므로, 그의 확신은 더욱 단단했다. 그 어떤 독재자든 이 두 가지 확신 없이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푸틴의 승리를 확신한 것은 푸틴만이 아니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한 사람을 빼고는) 전 세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젤렌스키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믿은 것이 푸틴의 첫째 불행이다. 러시아가 부패한 국가인 줄은 전 세계가 알고 있었지만, 그 부패가 무기 체계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푸틴도 그것을 몰랐으므로, 그 점이 푸틴의 둘째 불행이다. 푸틴의 셋째 불행은 핵무기 사용에 관련된 심리적 문제를 미리 몰랐던 것이며, 이것이 푸틴의 가장 큰 불행이다. 

푸틴의 참모들은 이미 몇 번이나 핵무기 사용 의도를 표현했다. 그러나, 막상 핵을 사용하려 하면 전쟁 시작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핵 보복”이 머리에 떠오른다. 핵을 사용하면, 위 줄 친 부분의 심리는 갑자기 “누가 얼마만큼 죽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확실히 죽는다”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푸틴은 지금 이것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 우크라이나인들은 핵무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쏠 테면 쏘아 보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심리가 발동하는 것은, 러시아에 굴복하는 것보다는 모두 죽는 편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뜻이다. 푸틴의 병사들은 이미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가슴에 그만큼 원한을 깊이 심어놓은 것이다. 


푸틴이 죽음을 회피하는 인간인 이상, 푸틴에게 핵무기는 무용지물이다. 이것은 본토 중국이 핵무기를 믿고 주변국들을 집적거려서는 안 된다는 선례가 된다. 러시아 국민은 가까운 미래에 신 대서양헌장을 배우게 될 것이다. 중국이 그것을 미리 배워 둔다면, 지금 러시아가 겪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을 피할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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