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아파서 죽을 맛인데 (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아파서 죽을 맛인데 (2)

<지난 호에 이어>

카이로프랙틱 의사는 내게 무릎 아래위의 근육들이 뭉치어서 다리를 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주먹을 쥐더니 주먹을 쥔 곳의 가장 뾰쪽한 부분으로 무릎뼈 사이를 누르면서 압박을 주기 시작했다. 나는 의사분이 내 무릎을 압박할 때마다 죽을 만치 아파서 비명을 지르니 이분은 아마도 신앙심이 깊은 듯 아파도 무조건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며 감사 기도를 하라는데 죽을 만치 아픈 내가 하나님을 찾는 것이 무리수였다.


그냥 죽을 것같이 아파서 눈물이 쏙 빠졌다. 그러다가 잠깐 다리에 진통의 효과가 왔는지 조금은 덜한듯싶은데 아마도 착각이었든 싶다. 이 의사분은 드디어는 단단한 목각 같은 것을 꺼내더니 그 부분으로 무릎 사이를 누르고 밀고 한 시간을 아주 열심히 누르고 밀고 와우! 이것이 지옥인가 싶게 아픔이 오는데…. 우와! 그래도 아주 무지하지 않은 내가 왜 그때 그런 치료를 멈추지 못하게 했는지! 


아프니까 이성을 잃어버리고 상식을 넘어선 치료에 몸을 맡기고 있었으니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데 내일 또 오라는 말에 글쎄요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날 밤 내 무릎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몸에는 열이 나면서 온몸이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에 밤새 고열에 시달리다가 새벽부터 어전트 케어로 들어갔다. 


어전트 케어에서 죽겠다고 하여도 워낙에 급하게 병원에 온 아픔들이 많아서 무려 5시간을 기다려 겨우 엑스레이 촬영하고 진통 효과가 있는 패치를 붙이고 나서 엑스레이 결과를 보려는데 엑스레이는 알 수 없단다. 그날 그래서 통증 패치를 붙이고 집으로 왔다. 패치를 붙이면 약을 먹으면 안 되니 일단 패치 붙인 곳을 믿어보기로 했으니 이 역시 통증을 없애주지는 못했다. 또다시 병원에 전화하니 MRI를 찍어야 하는데 스케줄이 3주 후나 된단다. 그리고 정 아프면 다시 어전트 케어에 가란다. 오마이마이! 


3주간 3백 년같이 아팠다. 그래도 꿋꿋이 버티어내느라 온몸에 살이 다 빠질 형편이었다.

아무튼 어떻게든 3주를 견디어서 MRI 촬영을 해보니 촬영 결과에 의사가 묻는다. 누가 무릎을 심하게 누르거나 압박을 가한 경험이 있느냐고 묻는다. 물론 있었지만, 혹시라도 한국계 의사인 그분에게 해가 갈까 봐 말을 못 했다. 


정형외과의사가 결과를 보면서 설명해주는데 일단 좌골 신경통이었는데 약물치료로 가라앉을 수가 있었는데 강한 압력에 의해서 연골이 찢어지고 압력이 심한 상태에 뼈가 실핏줄처럼 이곳저곳 금이 가버린 것이라고…. 치료 방법은 금이 간 곳들이 아물어야 하고 무릎 연골은 찢어진 곳들을 제거해야 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듯싶다면서 또 누가 무릎을 압박했느냐고 물었다.


이때까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그러고는 찢긴 부분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 의사가 부족하니 앞으로 3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미국병원의 시스템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한국으로 가서 치료하고 싶어졌다. 통증은 나를 미치게 하고 우울증이 심해서 살도 쪽쪽 빠져나갔다.


내가 우울증이 오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라고 거부해보아도 아파서 밤에도 낮에도 잠이 안 왔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은 사무실에를 나갔는데 예전에는 별 신경 거스르지 않던 일상생활에 자꾸 태클을 걸며 짜증을 내게 되었다. 사무실에서는 늘 명랑활발하면서(동료들 사이에 마마 베어라고 불리며 많은 이들을 감싸주고 위로해주고는 했는데) 


사무실 분위기를 만들어가던 내가 변한 모습에 걱정들을 하고 나하고 각별히 친하게 지내는 우리 둘째 딸하고 대학원 동창인 우리 사무실 프로그램 디렉터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게와 레지나 아픈데 집에서 일해야지! 라면서 집에서 일하기를 권해왔다. 사무실의 배려로 집에서 근무하는데 집에서는 다리를 뻗을 수가 있고 편하게 움직일 수도 있으니 한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죽일 놈의 통증은 나를 밤이나 낮이나 괴롭혔다. 그냥 너무 아파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아프구나! 앞으로 아픈 분들을 보게 되면 더 많이 잘해줘야지! 생각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 무릎 연골을 찢어지게 한 그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몇 번 한 후에 겨우 통화된 그 의사에게 설명해주니, 자기는 치료를 했을 뿐인데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니 이해가 안 된다는 얘기에 그동안 참고 있었던 통증과 아픔에 화가 너무 났지만, 다음에 더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의 10개월간 오른쪽 다리에 힘을 못 쓰게 되니 모든 몸의 무게가 왼쪽 다리로 몰려가서 왼쪽 다리가 마비증세를 일으켜 또 어전트 케어로 가서 촬영해보니 한쪽 다리가 힘을 못 쓰니 왼쪽 다리에 무리가 와서 이상이 온 것이란다. 그야말로 죽을 것 같은 통증에 그냥 눈이 안 떠지는 약이 있으면 그대로 잠을 청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다리의 통증을 잘 알고 있는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전화해준다. 조금 더 버텨보자구!


조금만 더 잘 버텨보자구! 다리 통증도 힘이 들고 아프지만 우울증 때문에 더 힘이 든다. 온몸을 다해서 소리쳐 외쳐본다. 괜찮아질 거야! 너는 잘 참아내고 있는 거야!

의사를 기다리다가 너무 아파서 백을 뒤져서 휴지 한 장 찾아내어 긍정적인 말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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