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가슴이 따뜻한 사람”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가슴이 따뜻한 사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훈훈한 사람” 혹은 “늘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과연 이런 사람을 몇 명이나 만나고 갈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많이 가진 사람은 참말로 행복한 사람이다.이런 사람을 직장의 윗사람으로 모시고 일하는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다. 


또 이런 사람을 스승으로, 부모로, 혹은 대통령으로 모시고 사는 사람도 행복한 사람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져야만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 많고 권력 있는 사람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가진 것이 많고 권력이 있으면 거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사람이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금으로 된 상 위에 아름다운 꽃을 얹어놓음)이다.


가슴이 따뜻한 대통령이나 왕을 가진 국민은 참으로 행복한 국민이다. 나라가 부유하고 강해야만 가슴 따뜻한 대통령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가까이하고 격의가 없이 그들의 삶을 돌보고 챙겨주면 그가 바로 가슴 따듯한 대통령이다. 정부 고위직에 있는 관리들의 목이 부드러워야만 국민을 돌보는데, 그들의 목이 굵고 뻣뻣하면 아래를 내려다보기가 어렵다. 옛날 조선 시대에 황희정승은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의 가슴은 한없이 따듯했다. 


황정승은 고위직 정승이었지만 그는 아주 헌 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정승의 녹으로 크고 좋은 집에서 살 수가 없었고 황정승은 그나마 받은 녹봉을 주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차라리 나가서 혼자 살든지 나가서 죽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그를 아주 좋아하였고 존경했다.그는 노모를 모시고 살았는데 노모에게만 밥을 드리고 자신과 식솔들은 늘 굶거나 죽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런 관리나 청지기가 지금은 없지만 이런 대통령이나 장관, 혹은 국회의원이 현 사회에 존재한다면 그 나라는 장래성이 있고 그 나라의 국민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오래전에 국민일보에서 읽은 한 칼럼이 생각난다. 그 당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 관한 내용이다. 그가 1월 1일 설을 맞이하여서 한 농가를 찾았는데 그때 그가 입은 점퍼가 11년 전에 찍은 사진에 나온 것과 같은 것임을 한 네티즌이 발견하고 그의 사진을 신문에 올렸다. 


중국의 수많은 국민이 감동하였고 전 국민이 그를 칭송했다. 한 노인은 “이런 총리를 모시고 있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고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고 한다. 일 년 전 시찰 때는 밑창을 몇 번이나 갈아치운 낡은 운동화를 신고 작업복 차림으로 시찰을 한 것이 지방 신문에 보도되었다. 작년 말에는 산시성에 사는 한 노인이 이른 봄에 자신의 과수원을 방문한 원 총리에게 감사의 표시로 사과 10상자를 선물했다. 


원 총리는 사과를 그냥 받을 수 없다면서 기어코 사괏값(300위안)을 지불했다. 이런 총리를 큰 일꾼으로 둔 중국이 참으로 부럽다. 우리도 이렇게 가슴이 따뜻하고 검소한 사람을 큰 위정자로 두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라 시대 선덕여왕도 가슴이 따뜻한 여왕이었다. 지귀라고 하는 천한 신분의 사람이 선덕여왕을 사모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여왕을 능멸한 죄로 죽임을 당해 마땅한데 여왕의 행차 소문을 듣고 기다리다가 잠이 든 지귀의 가슴에 여왕은 자신이 차고 있던 팔지를 얹어주고 왔다. 이 실화는 선덕여왕의 깊고 넓은 마음과 훈훈한 가슴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이나 왕, 혹은 높은 관직에 있는 관리들은 백성을 보는 눈이 자비롭고 따뜻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거리감이 없이 언제라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국정을 의논할 수 있어야 한다. 옛날의 군왕이나 위정자들은 나라에 큰 재난이나 가뭄이 있어도 자신이 부덕한 탓이라고 했다. 황희 정승이나 선덕여왕처럼 자신은 굶주리면서도 백성을 생각하고 녹봉을 나눠주는 인정이 필요하다.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따스하게 우리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 


간디의 말처럼 국민이 모두 행복해질 때까지는 그 누구도 완전한 행복을 얻을 수가 없다. 우리는 모두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모두 땅만 쳐다보고 사는 본능적인 사람이나 욕심만 부리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우리 몸은 언젠가는 그 넓고 큰 하늘로 갈 터인데 왜 땅만 내려다보고 사는가!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고위 관리들이 가슴이 따뜻하고 훈훈한 사람들이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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