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추수 감사절에 뭘 하시나요?"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추수 감사절에 뭘 하시나요?"

출근 전에 아침을 간단히 먹으며 시청하는 로컬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이번 추수 감사절에 무엇을 하시겠어요”라는 설문 조사를 했다. 가장 많은 수의 응답자가(약 50퍼센트)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풋볼 게임을 시청한다’였고, 다음은 ‘거의 하루 종일 부엌에서 시간을 보낸다’(45%)가 그 뒤를 바짝 따랐다. 나머지는 미미한 숫자이지만, ‘다음날에 을 Black Friday’ 쇼핑을 기다리고, 맨 뒤에는 ‘Turkey Trot’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대답했다. 


필자가 처음 미국에 온 해의 추수 감사절 날에 아내의 박사 과정 교수님 댁에 초대받아 그 가족들과 함께 풋볼 게임을 본 것을 회상하며, 풋볼 게임 시청이 가장 일반적인 미국 가정의 땡스 기빙 데이 풍습임에 동의했다. 미국에 산 세월이 꽤 되는데도 이 중에 좀 생소했던 것은 ‘칠면조 달음질(또는 빠른 리듬의 트로트 댄스)’이어서 구글 서치를 해 보았다. 


추수 감사절쯤에 하는 커뮤니티 모금 행사의 일환으로 보통 5K를 걷거나 뛰는 행사를 말하는데, 이 절기에 많이 섭취한 칼로리를 태우는 효과도 있으니 참여해 보라는 권고도 곁들여 있었다. 추수 감사절 휴일엔 그럼 뭘 해야 하나 생각을 하던 중에 작년 이맘때 지인 두 분이 시차를 두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것이 떠올랐다. 한 분은 그해 8월에 동부의 한 대학에


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아들 녀석이 추수 감사절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오랜 기간 집을 떠났던 아들이 돌아와 반갑고 기뻤지만, 반면에 기대와 어긋나는 일들의 연속으로 실망스러우셨다 한다. 두 번째 분의 이야기는 많이 차이가 나는 이야기였는데, 작년에 동부 한 대학의 졸업반이 된 아들 녀석의 귀환기였는데, 아주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찬 이야기였다. 


첫 번째 아버지는 오랜만에 돌아온 아이를 위해 미리부터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한다. 오늘은 한식, 다음은 짜장면, 그다음은 추수 감사절이니 집에서 터키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홀푸드에 주문이라도 해서 특식을 먹이고 등등…. 그런데, 부모님의 야무진 꿈을 뒤로한 채, 이 녀석 오자마자 다섯 시간 비행기의 여독이 덜 풀려서인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저녁에나 일어나더니, 전화기를 붙들고는 제 방에 들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 친구들에게 텍스트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었다. 첫날은 아이구 이 녀석 처음으로 대학 공부하느라 고생했으니 그냥 둬야지 하는 생각에 도련님처럼 모시고 틈틈이 과일이나 깍아 대령하는 것으로 보냈다 한다. 허나, 그다음 날도 별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아니고 그저 잠시 식구들이 대학 생활에 관해 물 면 "OK" "Fine"이 대략 전부였단다. 


그리곤 밤에는 시애틀에서 유덥을 다니거나 타지에서 돌아온 친구들과 만나러 나가서는 새벽이 다 되어서 돌아오는가 하면, 그다음 날은 늦게 잤으니 또 늦게 일어나고, 이 녀석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느라 다 늦은 추수 감사절 오찬을 겨우 드셨다고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불평을 나누셨다. 두 번째 아이의 경우는 많이 다른 것이었는데, 아마도 대학 졸업반이니 여러 번 방학 때 집에 온 경험도 있고 철도 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 녀석은 한 번 갈아타기에 자정쯤에나 되어 도착하는 비행기 경유지에서 어머니에게 텍스트를 해서는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이니 순두부를 투고로 해서 준비해 달라고 했단다. 이 녀석 피곤할 텐데도 비행장에서 집으로 오는 한 30분가량을 이런저런 학교와 친구 이야기로 쉬지를 않더라고 자랑하신다. 그리곤 그다음 날은 늦게까지 자더니 일어나서는 일터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어깨를 다짜고짜 주무르며 피곤하지 않으시냐고 걱정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란 이야기였다. 


다음날은 한식으로 그다음 날은 짬뽕으로 가족들과 식사했는가 하면, 추수 감사절 날에는 자신이 학교의 클럽 아이들과 만들어 본 터키를 굽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곤 그 전날 사다가 녹인 터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는 어머님을 놀라게 했다는 자랑이었다. 이렇듯, 방학이나 휴일에 집에 돌아오는 자녀들과 반가운 마음으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 놓고 가족 시간을 보낸다거나, 못 본 사이에 부쩍 어른스러워진 아이의 어깨를 보듬어 보곤 어른 냄새에 대견해하는 경험을 기대하지만, 대부분은 기대 이하의 결과에 실망하시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방학 때 돌아오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첫째, 방학 전에는 보통 큰 시험들이나 숙제 등이 있고 이들을 끝마치느라 피곤한 아이들에게 실컷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으며, 둘째, 방학 때 집에 온 자녀들은 풀어진 마음에 안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되도록 귀가 시간을 정해 돌아오도록 하며, 셋째, 자녀들이 고향에 오면, 고교 친구나 익숙한 친구들과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니 너무 가족 시간을 함께 갖는 것에 시간을 많이 요구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한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 휴일에 집을 떠났던 자녀들이 돌아올 것인데, 이러한 조언을 귀담아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두 휴일의 본뜻인 감사와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는 연말이 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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