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재기할 수 있는 찬스 (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재기할 수 있는 찬스 (1)

2023년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슬프고 잔인한 해였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23년도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린다고 빨리 지나가는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소원을 빌면 빨리 지나가 줄 것 같은 최면에 빠져 그래! 빨리 지나가 주어! 라는 부탁도 해본다.


‘새해가 시작되면 무엇인가 새로워지겠지!

아니면 내가 새로운 입장이 될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작심삼일”이라는 말을 행동으로 경험을 해본다.


‘새해에는 살을 빼야지!’

‘새해에는 담배와 술을 끊어야지!’

‘새해에는 더 열심히 일해서 돈을 잘 모아야지!’

‘새해에는 사람들과 좀 더 사이좋게 지내야지!’


여러 가지 새로운 결심들을 하면서 새로운 시간으로의 전환을 기다리며 염원한다.

정말 좋은 결심들이다. 

우리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축복이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내일을 기다려봐도 밤사이에 안녕이라고 그 기다리던 내일이라는 게 내게 주어지지 않을 수가 있다.

새롭게 시작해볼 내일 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내일이 내게 온다고 해도 그 내일이 건강하고 기대에 찬 내일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결심이 섰다면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일에 대한 기대는 하겠지만 그 내일 이 내게로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 내일이 다른 내일로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에 다녀왔다.

나하고 가까운 분이 아주 씩씩하게 살다가 별안간 걷지를 못하고 누워서 지내시더니 며칠 전 아주 약한 소리를 했었다. 

“내가 죽으면 이렇게 해줘?”


너무 걱정되어 다음 날 비행기표 끊어 그분에게로 달려갔다.

평생을 아주 씩씩하게 잘살아가시던 이분이 얼마 전부터 걷지를 못하고 걷다가 주저앉아버리곤 하여 정밀조사를 해보니 10여 년 전 사다리 타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머리를 부딪쳤는데 떨어진 상태에서 블랙아웃이되어 잠시 바닥에 누워있다가 잠시 정신을 차려 일어나보


니 괜찮은 것 같아서 병원에 가지를 않았는데 그때 부딪혀 다친 머리 안에 핏물이 고여서 그 안에 쌓여있다가 10년 후 머리가 명령해야 몸이 움직이는데 명령해야 할 부분에 상처가 심해져서 명령하지 못하니 다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분을 바라보는 데 좀 더 활동하실 수 있는 분인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되었다.


내가 2024년도 새해에 기대하고 2023년도가 빨리 가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쩌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아마도 새로울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로 염원하는 것이다.

 

2023년도에 내 주위에 사람들, 내 직장을 포함해서 21명이 돌아가셨다.

중독자와 노숙자, 정신 질환 환자들의 베네핏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나의 직업상 아프고 중독으로 헤매는 사람들을 자주 그리고 아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금년에는 도망갈 수 없는 현실에 어디로든 도망을 가고 싶었다.


우리 사무실에서 내가 매주 봐야 하는 나의 중독자 고객 중 19명이 요즈음 기승을 부리고 있는 펜타닐 중독으로 생을 떠났다. 그야말로 매달 한두 명이 죽었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가슴이 철렁이고 중독으로 고생만 하다 삶을 떠난 그들이 불쌍해서 눈물도 났었는데 사람마다 같은 중독증으로 우리 사무실의 고객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점점 멍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펜타닐 중독으로 죽어가는 내 식구(내 사무실 고객들) 중에는 아주 자주 만나서 얘기를 나누던 환자 고객도 있었는데 그들의 사망 소식에도 점점 무뎌가는 내 감성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어느날 미국 생활 30년 살다가 새로운 꿈을 찾아서 한국으로 역이민해 새로운 삶을 이루어보려는 친구가 7년 만에 한국에서의 삶을 접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5일 만에 자기의 생을 끊어버리는 상황에 나도 무너져 버렸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분노와 실망 그리고 삶에 대한 허무함에 눈물이 끊어지지를 않고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절망이 되어서 나의 몸은 움직여지지를 않았으며 아픈 무릎은 실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의 정신세계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며 무너져버리기 시작하는데 내게 주어진 일에 대한 스케쥴들이 나를 조금이라도 버티게 하여주었다.

나의 친구는 아주 명랑하고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친구가 개인주의인 미국 생활이 너무 정이 없다며 한국으로 역이민한다고 했을 때 나는 친구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떠나온 40여 년 전의 한국의 환경이 너무나도 낯설어 그녀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여도 그곳에서 잘살아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고 또한 40여 년의 한국에서의 문화 차이의 갭을 넘어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해서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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