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내가 왜 거기서 나오능겨?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내가 왜 거기서 나오능겨?

매년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분이 있다. 그리고 이분을 생각해보면서 슬며시 웃어본다. 2004년도에 내가 킹카운티로 옮기기 바로 전에 있었던 사건(?) 해프닝(?)이었다. 해프닝이라고 얘기를 하기에는 너무나 재미있기도 하고 사건이라고 얘기를 하기에는 글쎄? 어떤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아시안 카운셀링 서비스에서 노인복지를 담당하면서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서류를 도와드리고 이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부 베네핏을 찾아드리고 때로는 이분들이 다니는 노인학교나 단체 등을 찾아가 이분들이 무슨 음식을 드시는지 영양식이 필요한지? 


또한, 정신적인 외로움은 없는지 등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말이 불편하신 한국 어르신들이 내가 일하고 있는 다운타운의 사무실을 찾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이분들이 거주하시는 노인 아파트나 양로원 등을 찾아가 방문하기도 하였던 그런 날들이었다.


내가 찾아뵙거나 나를 만나러 오는 한국 노인분들은 각기 필요한 상황이 아주 아주 달랐었다. 전화 요금에 문제가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 정부에서 주는 베네핏에 문제가 있으시다며 찾아오셔서 확인받고 돌아가시는 분, 어떤 분은 오시기만 하면 잘난 아드님 자랑에 그야말로 저분에게 이 자리가 없으면 이분은 어디에 가서 자랑해야 하나? 걱정될 판이었다.


재미있는 일이었던 것은 이분 아들 자랑하실 때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침 튀기는 것도 모르고 열심이신 할아버지 “아이구 레지나 여사님?” 아니 그때 내가 40대 초반인데 뭔 여사님이냐구? 내가 “저를 그렇게 부르시지 마시고 레지나씨라고 불러주세요?” 


아무리 부탁을 해도 이분 말씀 “아니, 우리를 도와주는 귀한 분을 어찌 그렇게 부르냐 그렇게 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시며 ‘자식 자랑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거구요?’라고 묻고 싶지만?


“아무튼, 레지나 여사님, 우리 둘째 아들이 저기저기에서 치과의사하고 우리 큰아들은 거기거기에서 큰 사업을 한다구!” “아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아니 레지나 여사, 내게 나오는 돈(정부에서 주는 웰페어가 우리 아파트 00호에 사는 그 영감보다 30불 적은데 왜 나에게 30불 차이가 나는지 그걸 찾아봐 줘?”


마음속으로는 ‘아니, 큰 아드님도 사업가이고 작은 아드님도 치과의사인데 30불 정도는 그냥 자녀분들에게 받으시면?’하고 싶은데 그렇게 얘기하고 나면 날벼락이 내 발에 떨어져서 나는 이 시애틀 바닥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호로자식X이 될 터이니….


그분이 내미는 아이디를 가지고 찾아가 들어가 보니 다른 분들보다 30불이 적은 이유는 할아버지가 받는 푸드 스탬프가 30여 불 더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해 드리고 나서야 이분이 자리를 뜨셨다.


너무나 재미있던 일 중 한 가지 이야기, 웨스트 시애틀에 사는 노인 아파트에 매니저인 프리실라가 전화가 왔었다. 그분은 우리 사무실에 오시기만 하시면 항상 잘나가는 자식 자랑을 절대로 빠지시는 일이 없으신 그분이 사시는 아파트로 그 아파트는 시애틀시에서 운영하는 저소득층 아파트인데 아파트 시설이 아주 훌륭한 레저시설도 아주 잘 되어있는 그러


한 아파트였는데 마침 그 아파트 매니저는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가 그 아파트의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었다. 프리실라의 전화는 몇 번씩이나 울리고 있었는데 나는 너무나 일이 바빠 전화를 받을 틈이 없었다. 내가 전화를 받지 못하자 우리 사무실 프런트데스크에서 전화가 왔다.


“레지나 00아파트 매니저 프리실라가 전화 꼭 해달래? 너에게 몇 번 전화해도 네가 전화를 못 받는다고….” 나는 프런트데스크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급하게 프리실라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프리실라는 내 전화를 기다리다 조금 짜증이 난듯한 목소리로 

“레지나 왓스고잉언?”


아니, 그것은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왓츠업 프리실라?”

프리실라는 조금 숨을 고른 후에 나에게 차분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지나 너의 고객 00 있지?” “그런데 왜?”


프리실라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I need your help? 나는 너의 도움이 필요해?”

“그래, 프리실라 뭐지?”

그때부터 말이 빠른 프리실라는 정말 숨도 안 쉬고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지나, 너의 고객 그 할아버지 정말 문제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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