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허물은 덮어줘야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허물은 덮어줘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람은 누구나 다 약점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의인이 한 사람도 없듯이 흠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은 전혀 흠이 없는 완전무결한 존재인 듯 남의 약점이나 흠을 들춰낸다. 


성경에도 자신의 눈에 든 들보는 그냥 둔 채 형제의 눈에 든 티를 빼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눈에 든 들보를 뺀 후에야 밝게 보고 형제의 눈에 든 티를 뺄 수 있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허물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의 허물을 끄집어낸다. 자신의 흠이 드러날까 봐 미리 남의 허물을 먼저 얘기하는 때도 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남의 허물은 덮어 주고 좋은 점만 들춰내야 한다. 이 세상에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없지만, 빈틈이 없이 꽉 찬 사람은 별로 매력이 없다. 인간은 어딘가 좀 비비고 들어갈 틈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사귀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에게는 접근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하여간 인간은 누구나 흠이 있고 약점이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재수가 많고 잘난 사람도 한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재주가 많은 사람은 명이 짧고, 얼굴이 예쁘고 잘난 사람은 팔자가 세다"는 말도 있다. 모든 장점만을 다 갖출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은 까맣게 잊은 채 남의 약점만을 들춰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마찰이 생기고 급기야는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남의 흠을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입을 다무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입을 열 바에야 남의 장점만을 드러내서 이야기한다면 서로 웃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뉴욕 근교 작은 도시에서 변호사와 판사를 하다가 시장으로 당선된 라과디아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판사로 있을 때 한 노인이 빵을 훔쳐 먹다가 들켜 즉심재판에 회부되었다. 왜 빵을 훔쳐 먹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 노인은 배가 고픈데 돈이 없어서 훔쳐 먹었다고 진술했다. 라과디아 판사는 벌금 10불을 지급하도록 판결을 내렸다. 


그 당시 10불은 큰돈이 아니었으나 적은 돈도 아니었다. 하루 8시간 품삯이 10불 정도 되는 때였다. 빵값도 없는 노인이기에 10불 벌금을 낼 수 없었다. 판결을 내린 라과디아 판사는 노인이 죄를 지은 것은 자신을 비롯한 이 도시의 모든 시민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10불을 벌금으로 내겠으니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방청객은 50전 이상씩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정에서 거둬들인 돈으로 이 할아버지는 벌금을 내고도 49불 50전이 남았다고 한다. 인간에게 법으로 정한 벌을 내리는 것이지만 실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사회와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라과디아 판사의 판결이었다. 


라과디아 판시는 후에 모범시민상을 받았고 ‘작은 꽃’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남의 죄를 다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죄를 덮어 주는 미덕을 발휘하였다.

허물과 죄를 덮어 주려면 용서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용서하는 마음이 없이 자비와 긍휼을 베풀 수 없다. 용서하는 마음이 없이 사랑이 싹틀 수 없다. 


용서한다는 것은 곧 남의 허물을 덮어 주고, 죄를 가려주며, 빚을 탕감해 준다는 뜻이다.

용서함이 없이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은 많은 은혜를 받고 빚도 탕감을 받았는데 남이 자신에게 진 죄와 빚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다.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고 염치가 없는 악독한 사람이다. 남을 용서하고 나면 우선 내 마음이 후련하고 편하다. 


그러나 남을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면 자신의 마음이 먼저 불안하고 짜증이 난다. 그런 현상이 심하면 병이 나기도 한다. 자신이 사서 병을 가져오고 스트레스를 자청하는 것이다. 아주 미련한 판단이고 어리석은 일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한때 세계를 제패한 알렉산더 대왕이 한 화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했다. 


대왕의 얼굴을 본 화가는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대왕의 오른쪽 볼에 긴 칼자국의 흉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는 대왕을 의자에 앉게 한 후 조그마한 탁자를 앞에 놓고 편안한 자세로 오른쪽 손으로 오른쪽 턱을 고이도록 했다. 자연스럽게 볼의 흉터가 가려졌다. 화가는 대왕의 초상화를 멋있게 그려서 대왕에게 바쳤다. 


대왕은 화가에게 큰 상금을 내렸고, 죽을 때까지 왕궁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도록 했다.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대할 때 늘 너그러운 마음으로 맞아야 한다. 허물을 덮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죄와 잘못을 밝혀서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방법이 중요하다. 


라과디아 판사는 처벌을 했지만 그 방법이 아주 멋있고 사회에 문제점을 제시해 주었다. 우리는 알렉산더 대왕의 큰 흉터를 손으로 가리게 하여 훌륭한 초상화를 그린 화가의 마음을 닮아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 반에 아주 예쁜 여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왼쪽 볼에 불에 덴 흉터가 있었다. 


그 당시 학교 법칙상 머리를 길게 기를 수가 없었는데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그 여학생으로 하여금 머리를 길게 기르도록 허락했다. 그래서 번들거리는 흉터가 자연스럽게 가려졌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 유독 그 여학생만 긴 머리를 하고 있어서 얼굴이 더욱 예뻐 보였다. 담임 선생님의 아량이 한 학생의 기를 살렸고 그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남의 흠을 덮어 주고 약점을 가려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것이다. 짧은 세상을 살면서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며 약점을 드러내기보다는 약점을 가려주고 흠을 덮어 줘야 한다. 나도 흠이 있고 약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서는 더욱 말조심을 해야 한다. 


자신은 무심결에 한 말이 상대방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말만 골라서 해도 못 다하고 간다. 자신은 아무런 흠이 없는 것처럼 남의 말을 늘 하는 사람이 있다. 남의 말은 모두 틀리고 자신의 말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참으로 매력 없고 밥맛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부정적으로 말한다. 어느 것 하나도 옳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의 포로로 잡힌 7명의 이탈리아 군인이 텍사스 소도시에 있는 조그마한 교회를 짓는 데 동원되었다. 처음에는 적군의 도시에 건립하는 교회였으므로 이들은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사이에 이들의 마음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즉 같은 기독교인으로, 믿음의 한 형제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조각하는 것은 자신들의 죄를 용서함 받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조각했다. 


수개월 만에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되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 작은 교회를 찾아온다고 한다. 미움에서 사랑으로 바뀐 좋은 예이다. 비록 적군이지만 서로의 입장을 잊은 채 그들은 열심히 작품에만 골몰하였고 그러는 사이 서로 하나가 되었다. 과거의 전쟁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으며 서로 적이었다는 감정은 까맣게 잊었다. 서로의 죄를 덮어 주고 용서하는 마음이 이런 명작을 남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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