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가장 큰 유산(1)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가장 큰 유산(1)

인간은 믿는 데가 있으면 당당해진다. 즉 속된 말로 ‘백'이 있으면 어깨를 펴고 사는 것이 인간이다. 백이 있다거나 믿는 데가 있다는 것은 세속적으로 보면 돈이 많다거나 권력이 든든하여 그것을 백으로 생각하고 큰소리를 치고 목에 힘을 주고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에서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백이 무엇일까? 사랑, 지식, 학식, 신앙 등 각자 생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랑을 하는 남녀에게는 사랑보다 더 큰 백은 없을 것이다. 


또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는 그가 가지고 있는 많은 학식과 지식이 백이 될 것이다.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은 신앙이 큰 백이 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백은 이성 간의 사랑도 아니고, 배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학식이나 지식에 대한 백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인간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신에 대한 사랑, 믿음에서 우러나는 사랑, 인류를 내 몸처럼 위하는 사랑, 즉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육신이 죽어 없어져도 그 사랑은 남기 때문이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대로 주님을 믿는 사랑과 신앙이 바울을 용감하게 했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런 사랑과 믿음은 영원한 것이고 이런 것을 가진 사람은 가장 큰 백을 가진 사람이다. 하나님을 백으로 두고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믿으면 죽어도 살기 때문이다. 한 번으로 육신은 죽어 없어지지만, 영혼은 영원히 살기 때문에, 즉 다시 살기 때문에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굳은 믿음을 가진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순조롭게 받아들인다. 이런 사람은 죽고 나서도 영원히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남긴다. 나는 오늘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서 우리들 자신도 무엇인가 가치 있는 유산을 남기고 갈 준비를 지금부터 하도록 권한다. 


윌리엄스라고 하는 의사는 가난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어느 큰 도시에 살고 있었다. 그는 전 생애를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헌신했다. 말하자면 의사로서 가난한 사람들의 병을 고쳐 주고 돈을 받지 않았다. 받지 않은 것이 아니고 낼 돈이 없는 사람들만 그를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화내거나 귀찮아하지 않았다. 


큰 주류 판매점의 2충에 단칸방을 얻어 살면서 가게 앞 한구석에 조그마한 진료실을 만들어 놓고 환자를 받았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위로 향한 그의 간판에는 “닥터 윌리엄스는 위축에 있어요(Dr. Williams is upstairs)"라고 씌어 있었다. 그는 생전에 결혼을 하지 않았고 친척도 없었다. 


그가 죽었을 때 그 지역 주민들은 모여서 의논유 했다, 그에게는 한 푼의 저축금도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한 번도 진료비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간신히 혼자서 의고 살 만큼 그는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고 살았다. 지역 주민들이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돈을 욤출했지만 대리석 비석을 세울 만한 돈이 없었다. 


무덤은 공동묘기에 정하고, 그를 알리는 비석을 세울 돈이 없어서 의논한 나머지 한 사람이 좋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의 병원 앞에 서 있던 간판을 그대로 옮겼다가 비문을 대신하자는 것이었다. 모두 찬성했고, 그의 묘 앞에는 집게손가락이 위충으로 향한 간판이 비석이 되었다.  


닥터 윌리엄스는 위축에 있어요(Dr, Williams is upstairs), 이 세상에서 이 비문만큼 아름다운 비문은 없을 것이다. 그의 영은 분명히 위충인 하늘나라에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 분명하다. 공교롭게도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의 간소한 무덤과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총통의 장엄하고 화려한 무덤이 골짜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향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코 총통의 묘역은 그야말로 웅장해서 눈길을 끄는데 그 묘 앞에 세워진 대리석 십자가의 높이가 150m라고 한다. 십자가의 구원을 받지도 못했을 악질 총통이 왜 그렇게 큰 십자가 대리석을 세웠는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평생을 군인으로, 대통령으로 프랑스 재건을 위해 살다간 드골 대통령의 무덤은 아주 간소하고 평범하다고 한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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