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2) -헤밍웨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2) -헤밍웨이의 작품을 중심으로

<지난 호에 이어>

영화에서는 조단 역으로 게리 쿠퍼가 둥장했는데, 과감하게 다리 폭파의 중책임을 맡고 이를 주도면밀하게 이행하는 그에게 많은 찬사를 보냈다. 이 다리 폭파 작업 명령을 수행하기 위헤 후방 게릴라 부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는 마리아(스페인 게릴라 처녀, 잉그리드 버그만)를 만나고 이내 깊은 사랑에 빠진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터에서 깊은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우리는 많은 감동을 받았고 눈물을 흘렸다. 말하자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의 한계상황 속에서 그들의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여 한 가닥 강렬한 빛으로 어둠을 비춘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그 순간마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사랑뿐이다. 


작가는 철교 폭파를 앞둔 것처럼 붕괴를 기다리는 초조한 긴장감 속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만이 우리를 초조와 불안 속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철교 폭파와 후퇴의 과정에서 조단은 적의 총탄으로 다리 부상 입고 만다. 게릴라 부대장인 밸 라아르는 바윗덩이 같은 여걸이었으나 조단의 부상을 보고 한없이 슬퍼한다. 


마리아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고, 뒤에서는 적이 한 발 한 발 총을 쏘며 다가오고 있다. 이때 마지막으로 조단이 울먹이는 마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남긴 말은 오래도록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예쁜 마리아, 내 말을 잘 들어요. 이제 나는 마드리드로 가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울어선 안 돼요. 마리아, 잘 들어요. 이제 우린 마드리드로 함께 가진 못하지만, 나는 당신이 가는 곳에 어디든지 함께 가요. 영원까지라도.... 


기관총을 만지면서 다리에서 흐르는 피를 바라보며 조단은 끝까지 뒤쫓아오는 적을 엄호한다. 마리아와 게릴라 요원을 무사히  탈출시킨 조단의 사랑은 이미 남녀간의 인간적인 사랑을 초월한  것이다. 그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조단이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는가를 눈물로 체험하게 된다.  


작가 헤밍웨이가 기독교인인가 아닌가는 물을 필요가 없다. 이런 사랑을 체험하는 마당에 종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사랑은 이미 현실을 초월한 거룩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단은 이미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한 용사였고, 목숨을 바쳐서 이웃을 사랑한 사람이었으니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적 사랑의 헌신이요 봉사정신이다. 조단은 죽었지만 그의 영혼은 마리아와 함께 영원히 우리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의 생명은 사랑함으로써 그 속에 살아남게 되었다. 마리아가 간직한 사랑은 단순한 남녀간의 이성적 사랑이 아니라, 인간의 운명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선택하여 죽어감으로 얻어진 영생이기도 하다. 겨자씨 하나가 죽음으로써 큰 나무를 만들고, 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것과 같이 나 하나의 희생이 곧 많은 생명을 낳고 사랑을 남긴  다는 이야기이다.  


존 던의 시구대로 인간은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 외딴섬과 같지만 그 섬들이 모여서 하나의 육지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들 모두는 하나님의 큰 사랑 안에서 하나의 육지를 이루어야 한다. 불꽃이 튀는 전쟁터 속에서도 인간이 서로 사랑할 때 삶이란 정말 고귀하고 아름다워진다. 그것은 절망 속에서,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 비참한 속에서 켜지는 밝은 등불과 같다. 인간은 사랑할 때 절망이 있을 수 없다. 


사랑할 때 인간은 이름다워지고, 찬란한 태양처럼 힘이 솟는다. 뜨거운 빛을 발한다. 그것은 생명의 힘이요, 사랑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좋은 울리나! 그것은 죽은 사람을 위한 종소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사랑의 종소리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오늘도 울려오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 사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희망인가!  


고린도전서 13장(공동번역 개정판)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칼럼을 마친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 산을 옮길 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또 내가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성을 내지 않습니다. 


사랑은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사랑은 가실 줄을 모릅니다. 말씀을 받아 전하는 특권도 사라지고, 이상한 언어를 말하는 능력도 끊어지고, 지식도 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도 불완전하고 말씀을 받아 전하는 것도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것이 오면 불완전한 것은 사라집니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어린이의 말을 하고,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어린이의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습니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희미하게 보지만, 그때에 가서는 얼굴을 맞대고 볼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불완전하게 알 뿐이지만, 그때에 가서는 하나님께서 나를 아시듯이 나도 완전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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