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Run Run Run(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Run Run Run(1)

Run  Run Run….

얼마나 뛰었는지 숨이 가쁘다 못해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뛰다가 벗겨진 신발을 다시 챙겨서 신을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뛰었다.


나무가 무성한 숲속은 아직도 컴컴해서 길이 잘 안 보이지만 무조건 앞만 보고 뛰었다.

한쪽 신발은 급하게 달리다가 이미 벗겨져 버렸는데 신발 한쪽이 벗겨져 버린 줄도 모르고 뛰다 보니 한발은 맨발이라 한쪽 신발도 벗어버리고 맨발로 또 뛰는데 발에서는 나뭇가지와 돌들에 긁혀서 피가 흐른다.


손목시계를 보니 1시간40분을 뛰어온 것이었다.

이 길은 어쩌다 남편이 시내로 가려면 운전해서 가던 길로, 가기 전에 몇 번 함께 차에 타고 지나가면서 눈에 익혔던 길이라 주위가 컴컴해지는데 그래도 대충 어디쯤일까?

기억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계속 뛰다가 숨이 차서 좀 쉬고 싶다가도 생각을 고쳐먹고 또다시 뛰었다.

뒤에서 술 취한 남편이 시아버지가 남편의 형님이 자기를 쫓아올 것만 같은 불안감에 또다시 뛰었다. 머리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지며 마치 샤워를 하고 나온 것같이 온몸은 이미 땀에 젖어서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지만 오직 이길 만이 내가 살아날 길이라 생각하고 앞만 보고 뛰었다.


그 무섭고 지긋지긋한 집에서 남편과 남편의 형님 그리고 남편의 아버지, 시아버지와 그리고 이제 낳은 지 두 달밖에 안 된 아기를 두고 텍사스 산골에 몇 마일을 차로 달려야 드문드문 보이는 집으로 00씨가 결혼을 해서 왔다.

남편과는 언니가 소개해준 공장에 다닐 때 버스에서 만났다.


공장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기숙가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을 가진 금발의 군인이 자꾸 자기를 보고 웃는 것 같았다. 이제 18살인 00는 생활이 어려워 중학교만 졸업하고 시골집에서 부모님 농사일을 돕던 중 언니의 소개로 서울로 와 공장을 다니며 어려운 가정을 도우려 시골 집을떠나 기숙사가 딸린 인형공장에서 인형에 필요한 인조 머리카락을 생산하는 공장에 다니면서 매달 버는 수입을 시골 부모님께 보내드리며 생활을 하고 있었다.


00의 언니는 같은 공장을 다니다 휴일을 맞아 놀러나간 공원에서 만난 아프리컨 어메리컨 군인과 결혼을 하고 이미 한국을 떠났다. 언니가 형부가 될 아프리컨 어메리컨하고 결혼을 한다고 00의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사는 시골집을 찾았을 때 언니는 형부가 될 사람이 미리 준비한 트럭에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온갖 통조림과 노오란 콘칩 등 그때에 


보통 사람들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잼이나 소세지 등을 잔뜩 싣고서 동네 어귀까지 왔지만 길이 좁아 트럭은 동네 어귀에 멈추었고 언니는 애인인 큰 키의 아프리컨 아메리컨 형부에게 대롱대롱 매달려 좁은 길을 걸어서 집에 도착하였지만 00의 엄마와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 남사스럽다며 집 밖에 나와보지도 않고 있었다.


2살 터울 동생인 00는 언니하고 함께 등장한 형부가 피부가 하얀 사람이면 더 좋았을 텐데라면서 언니를 원망해보기도 하였지만 이미 00의 마음은 형부가 될 사람이 몰고 온 트럭에 가득 찬 미제물건에 마음이 뺏겨 이미 트럭 옆에서 물건이 내려지기만을 기다리는데 언니와 형부가 될 사람은 먼저 부모님을 뵈러 간다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언니는 공장에 다닐 때와는 다르게 얼굴이 화사하고 볼이 발그스럼하게 분홍 꽃이 핀 듯이 예쁘게 보였다.


언니는 언제부터 미국 사람이 다 된듯 형부가 될 사람하고 수시로 입을 맞추는데 이 광경을 바라보는 00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저 죄를 지은 사람마냥 사람들 보는 게 죽을 맛이지만 그래도 중트럭에 잔뜩 싣고 온 물건에 대한 유혹을 감출 수가 없어 속으로는 아니, 왜 물건을 안 가지고 들어오고 지네들만 걸어들어오나? 생각을 하였다.


방 안으로 들어와 부모님께 인사를 마친 사윗감은 집 안에 있는 큰 빨간 다라이를 들고 나가 트럭으로 가 트럭 안에 가득하게 싣고 온 각종 통조림들과 과자들 그리고 샴푸 등 생필품들을 집으로 담아 나르면서 00의 부모님의 마루에 잔뜩 탑처럼 쌓아놓았었다.

동네 사람들은 아니, 저 집 큰딸이 시꺼면 사람을 어찌 만났다야? 라면서 수근거렸지만 그래도 큰 소리로 말하지는 못하고 조용조용히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도 눈길은 물건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00씨가 한참을 숨을 몰아쉬며 달려와 도착한 곳은 집에서 거의 두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있는 길가의 술집이었는데 아직도 술집에는 불이 켜져 있는 게 아마도 사람이 있는 듯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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