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시애틀에서 숙면하게 돕는 깨달음(1)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시애틀에서 숙면하게 돕는 깨달음(1)

이제 가을의 분위기가 시애틀에 만연하다. 장을 보러 간 코스코의 플랜트 섹션은 각양각색의 국화가 가을색을 조용히 뽐내고 있다. 화분에 달려 있는 태그를 보니 ‘Mums’라고 쓰여 있다. 처음엔 짧은 영어 실력에 ‘조용한, 말이 없는’ 것이 왜 국화인가 생각하다가, ‘Chrysanthemum’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국화의 마지막 부분을 국화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흠, 재미있는 발상이네’라는 생각이 절정에 다다른 것은 큼지막한 국화 화분 두개를 사 차에 싣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였다. 아내가, “이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국화 향기가 정말 진하고 좋네!” 밀폐된 차속에서 말없이 향기를 전하는 국화를 보며 함께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년살이 국화에 붙은 다소 높은 가격표에 조금 멈(mum)칫했던 마음이 후련하고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이렇듯 가끔은 겉만 보고 판단한 잘못된 생각이 오류임을 깨닫고 흐뭇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요즘 올해 대학에 원서를 내기 위해 노심초사, 걱정과 조바심으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실감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의 경우도 그렇다. 


이 조바심과 걱정을 일으키는 주범은 자녀가 지금까지 한 준비, 즉 학교 성적이나 시험 성적 등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행여 ‘부모 때문에 우리 아이가 합격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인 경우도 상당하시다. 그 중에 가장 그럴듯한 걱정을 모아 보니 다음의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우리 아이가 아시아계라서 혹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워낙 발군인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다 보니 지레 걱정이 앞설 수 있다. 작년부터 흑인이나 히스패닉계의 학생들이 받는 소수계 우대가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 반사 이익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롯이 돌아 오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백인 지원자들이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에게 돌아 갈 것이니 오히려 아시아계 중산층 이상 학생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 걱정에 기름을 끼얹는다. 


둘째, 부모가 우리 아이가 지원하는 대학 출신이 아니어서 그 대학 출신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비해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 이 걱정도 근거가 충분히 있는 사항이다. 명문 사립 대학들일수록 부모나 친척이 그 학교 출신일 경우, 우대해 가산점을 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물론 작년에 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소수계 우대를 금지하면서 덩달아 이 레거시 정책도 폐지의 압력을 받고 있기는 하나 아직 대학 동문을 우대하는 정책을 대학들이 폐지할 것인지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 부모가 대학 문턱을 밟아 보지 못해 자식들이 입학 사정에서 올바른 대접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등의 자학적인 우려가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이러한 걱정도 무리가 아닌 것이, 미국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제출하는 원서를 작성할 때 맞닥뜨리는 질문들 중에는 생각하기에 따라 벼라별 황당한 (?)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원자의 소셜 번호나 성별, 이메일 주소를 묻는 것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지원자의 인종을 묻는 항목에서 '인종에 따라 어떤 차별이 있을 지'를 걱정하게 되는 가하면, 지원자의 부모님이나 가족이 지원하는 해당 대학 출신인지를 묻는 것에서는 '흠!, 이런 항목이 바로 legacy(지원자의 인척이 해당 대학 출신인 경우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 때문이구먼'하시며 눈쌀을 찌푸리신다. 게다가, 부모님의 학력을 묻는 항목에 이르러서는 '아니 내가 대학을 못가서 우리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을 하시게도 된다.


정말 그럴까? 이번 주에는 먼저 세 번째 우려에 대한 대답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대학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부모님이 대학을 다니지 않은 경우, 이 경력은 지원자의 합격에 오히려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시 말해, 지원자가 가족 중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가정 출신이라면 (those who are applying to college as a first-generation student), 이 학생에게 입학 사정에서 가산점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우리가 대학을 못가서 우리 아이가 대학 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는구먼, 참,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네" 하시며 기뻐하셔야 될 일이다. 이 제도는 학교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부모가 출신국이나 미국에서 4년제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데, 형제 자매의 대학 진학 여부는 상관이 없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전국 대학 입학자 중에서 이런 가정 출신의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4%나 되었고, 우리 지역의 유덥의 경우도 세 캠퍼스에서 약 30%를 보이고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인 브라운과 다트머스의 경우 2024년에 각각 전체 합격자의 16%와 17%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지원자가 합격했다. 


하버드의 경우도 지난 10년간 거의 비슷한 비율인 15%의 퍼스트 제너레이션 합격자를 배출한 바 있으니, 오히려 마음을 놓고 흐뭇해 하며 푹 주무셔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www.ewaybellev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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