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이민 1세와 2세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이민 1세와 2세

미국에서 발행되는 교포 월간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이민 1세와 2세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함께 생각해 보자. 


1세는 2세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 1세는 바뀌지 않는다. 

• 나는 1세를 싫어한다. 1세에 관련된 어떠한 것도 싫어한다. 1세는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고, 명령과 요구를 하지 말아야 한다. 


• 1세는 위선자 노릇을 그만해야 한다. 

• 1세는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 1세는 더 큰 집과 좋은 차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 1세는 더 큰 가슴과 마음을 얻어야 한다. 

• 1세는 성취를 그만하고 삶의 즐김을 시작해야 한다. 


• 1세는 세금보고를 속이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 1세는 2세가 1세와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세는 2세가 1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같은 페이지에 '한국인과 미국인의 견해 차이를 열거했다. 그대로 전재한다. 

한국인(Korean-American 미 시민권 취득 한국인) 


• 우리는 항상 뛴다. 

• 우리는 소극적이다. 

•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 차분히 숙고한다. 

• 침묵의 자유를 믿는다. 


• 먼저 결혼하고 다음에 사랑한다. 

• 사랑은 속박이다. 

•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 자기 극복은 생존의 비결이다. 

• 욕심을 점차 줄이라고 배웠다. 

미국인(American) 


• 항상 돌아다닌다. 

• 적극적이다. 

• 세상을 바꾼다. 

• 행동하고 본다. 

• 언론의 자유를 믿는다. 

• 먼저 사랑하고 다음에 결혼한다. 


• 사랑은 계약이다. 

• 사랑을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인다. 

• 자기 주장은 성공의 열쇠이다. 

• 욕심을 점차 내라고 배웠다. 


먼저 이민 1세와 2세의 문제점과 차이점을 고찰해 보기로 하자. 

첫째, 1세는 2세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를까? 우리 자신이 가만히 생각해 보자. 답은 "그렇지 않다"라고 나온다. 2세에 대해 왜 아무것도 모르나? 물론 다 알 수는 없지만 반 이상을 알고 있다. 아는 기준을 어디에, 어떻게 두는지 모르지만 1세들도 2세들에 대해 알려고 하고 이해하려고도 무던히 애쓴다. 


물론 이민 초기에는 먹고 사는 일에 너무 쫓기다 보니 2세들의 성향과 삶에 대해 잘 모르지만, 4년 내지 10년이 지나면 자녀들에 대해서 혹은 미국 사회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알려고 노력한다. 


둘째, "1세는 바뀌지 않는다"는 정의도 나에겐 거부감이 든다. 1세도 이민생활을 하면서 세월이 흐를수록 생각이 바뀌고 삶의 스타일이나 생활방식도 바뀐다. 적어도 나는 바뀌고 있다. 물론 인생관이나 종교관이 180도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월이 바뀌는데 왜 이민 1세만 변하지 않는다는 건가! 


셋째, 2세가 1세를 싫어할 수는 있다. 2세 입장에서 1세에 관련된 어떤 것도 싫어한다는 것은 너무나 편견적이고 일방적이다. 1세가 지니고 있는 정과 사랑, 은근함과 끈기(인내) 등은 2세들이 흠모한다. 왜냐하면 자신들은 은근함이나 인내에 대해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기다리지를 않으니까... 


정이나 사랑도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것이 2세들의 정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세들은 두고두고 되씹으며 정을 키운다. 사랑도 뜨겁지는 않지만 은근하고 오래간다. 어느 것이 좋으냐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수 있다. 


넷째, 2세들은 대체로 명령을 싫어한다. 요구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냥 오래 내버려 두면 또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요즘 1세들은 자식들에게 명령을 하거나 무엇을 요구할 수 없다. 너무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에 물이 들어서 옳은 말을 해도 잔소리로 알아듣고 반발을 한다. 물론 2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화조차 하기 싫어하는 자녀들도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렇다. 2세들은 1세들이 자기네에게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즉 자기네 말을 들어야 성공한다고 우겨댄다. 자식의 말을 따르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가정이 파산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다섯째, "1세는 위선자 노릇을 그만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1세들은 대체로 겉으로는 선한 체한다. 온순하면서도 법을 잘 지키는 1등 시민인 듯이 말한다. 


그러나 그런 1세들의 말과 행동 이면에는 다분히 위선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1세들이 고쳐야할 점이다. 

여섯째, 1세는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모르고 있다. 아니, 시대가 변하는 것은 알지만 자신은 변할 줄을 모른다. 즉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이 정해 놓은 테두리 안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을 열고, 자신을 희생하며 양보할줄 아는 1세들이 되기를 바란다. 


일곱째, 1세들은 더 큰 집과 좋은(비싼) 차 사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미국에 이민 와서 돈 버느라고 쉬지도 못하고 여행도 못 다니고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일만 하면서, 몸은 다 늙고 기력이 없는데 좋은 집을 사면 뭐하나? 좋은 차를 타면 뭐 하나? 일종의 반항심이고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행도 젊었을 때 해야 좋고, 좋은 차도 젊었을 때 타야만 신이 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덟째, 1세는 더 큰 가슴과 마음을 얻어야 한다. 동감할 수 있는 말이다. 좀 더 넓은 마음, 큰 사랑이 1세들에겐 필요하다. 이웃과 친구를 껴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이 몹시도 아쉽다. 남의 허물을 꼬집기보다는 덮어 줄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남의 약점 을 들추기보다는 장점을 찾아내서 칭찬해 줄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홉째, 1세는 성취를 그만하고 이제는 삶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 젊었을 때 이민 와서 지독하게 일했고, 돈도 벌었으니 이제부터는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너무 늙은 후에는 여행도 힘들어서 못 하고 즐길 수도 없다. 봄이 말을 들지 않는다. 후회해 봐야 그때는 이미 늦었다. 인생을 즐길 수 있을 때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 


열째, 1세는 세금보고를 할 때 속이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 이 점도 동의한다. 이민 1세들 가운데 십중팔구는 세금을 속인다. 즉 돈을 많이 벌었는데 세금은 내려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말이다. 선뜻 미국 사회에서 번 돈을 이제 환원하는 1세들이 되기를 바란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면 싸움이나 하고 오래가지 못한다. 자식들에게는 공부를 시켜 주고 키워 준 것으로 족하다. 


유산은 사회에, 혹은 선교기관이나 비영리단체에 기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차피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손가락에 낀 반지까지도 빼놓고 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나머지 두 항목도 공감이 되는 말이다. 2세도 1세처럼 한국을 사랑한다. 태극기를 볼 때, 애국가를 들을 때 2세들은 그 뜻은 잘 모르지만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세들의 가슴 깊은 곳에 우리의 얼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전 드라마를 보려고 시간을 맞추는 2세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의 핏속에는 1세의 피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2세들이 아무리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일류 대학을 졸업해도 1세들의 도움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2세들이 1세를 외면하고 싫어하지만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 교포사회를 무시할 수 없다.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계리사, 회계사가 된다 해도 미국인들이 한국인 2세 변호사를 고용할 것인가?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거나 치료를 받을 때 미국인들이 한국인 의사를 받아 주는가? 그리고 한인 의사가 치료하는 것을 좋아할까? 대답은 스스로 하기 바란다. 결국 뛰어난 2세들도 1세들이 있는 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 


1세와 2세는 서로 돕고 살면서 한데 어우러져 큰 힘을 내야 한다. 정치적인 힘도 필요하고 경제력도 필요하다. 유태인들처럼 우리도 한 덩어리가 되어 돈도 함께 벌고 공부도 같이 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좋다. 유태인들도, 이탈리아인들도 모두 이민으로 미국 땅에 왔다. 물론 우리보다 먼저 왔지만, 그래서 돈도 우리보다 쉽게 벌었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1세와 2세가 서로 떨어져서 싸우지 않는다. 


유태 민족이라는 큰 이름 하나로 뭉쳐서 서로 돕고 살았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민족이 바로 유대 민족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탈무드와 성경을 가장 귀한 교훈과 보배로 알고 있고, 그것을 배우고 있다. 


세계가 바뀌고 변해도 그들의 사상과 종교, 그리고 철학은 변함이 없다. 대화와 화합을 통해 우리 한인들도 1세와 2세가 거리를 두지 않고 하나로 뭉쳐서 큰 힘을 만들고 앞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것만이 21세기를 맞이한 우리들이 이 땅에서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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