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은퇴 여행/11/25/2013년/피사의탑/마나롤라(이태리)(3)

전문가 칼럼

[나은혜칼럼] 은퇴 여행/11/25/2013년/피사의탑/마나롤라(이태리)(3)

아침을 식당에서 셀몬 회와 온갖 생선회, 죽, 빵, 케이크, 파파야, 키위 등 고급으로 푸짐하고 맛있게 식사했다. 이곳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몇십 유로가 들어야 할 것이다. 이곳은 물가가 너무 비싸다. 


아들 내외가 메는 가방을 가지고 와서 30분쯤 걷고 많은 층계를 올라가서 언덕 위에 오르니 시원하게 후로랜스 시내가 다 보인다. 산 위에는 다윗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다른 길로 내려오는데 내려오는 길은 훨씬 쉽다.


제이콥을 아들이 업기도 하고 걷기도 하고 가는데 제이콥도 힘들겠지만 아들이 사랑이 많은 참 좋은 아버지로 고생이 많다. 며느리는 계속 남편과 아들 사진을 찍어주는데 제이콥은 참 행복한 아이다. 내려와서 어제저녁에 보았던 그곳에 있는 큰 성당에 들어갔는데 관광객으로 사람들이 들끓다. 과거의 화려했던 성당이 이제는 한낱 관광지가 되었다.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들고 기차역으로 가서 다음 갈 곳의 표를 사는데 사람들이 너무 느리게 일을 하고 창구를 많이 안 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다. 한국 같으면 금방 할 텐데⋯ 


기차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렸다가 피사탑에 간다고 기차표를 그렇게 끊은 것 같다. 1시간쯤 기차를 타고 피사 역에 내리니 짐을 보관해 주는 곳이 있어서 돈을 내고 짐을 맡기다. 여순경이 나에게 아시안 여자들을 노리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주의를 주고 화장실을 가르쳐주어 찾아가니 화장실을 쓰는데 1 유로씩 내라고 해서 급한 사람만 가다. 기차역 화장실을 돈을 내고 사용하다니 너무하다.


30분쯤 걸어서 피사의 사탑에 가는데 아들이 등의 짐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아들을 업고 가며 고생을 했다. 제이콥이 피사의 탑이 보고 싶다고 해서 온 것이라고 해서 어떻게 알았느냐고 하니 책에서 보고 알았다고 하며 세 살인 죠수아도 책을 보고 안다고 한다.


기울어진 하얀 피사의 사탑(斜塔)이 눈앞에 우뚝 솟은 장관을 보다. 날이 어두워져 그늘이 져서 사진이 잘 안 나온다. 며느리가 아들에게 고맙다고 해서 왜 고맙다고 하느냐고 하니 보고 싶었던 피사탑을 보게 해주어 그렇다고 해서 나도 “Thank you, Son”이라고 했다. 좋은 호텔에 열흘 동안의 여행은 우리로서는 정말 할 수가 없는 여행으로 아들이 너무나 고맙다.


남편의 칠순 여행도 되고 은퇴하고 쓸쓸하기도 한데 처음에는 안 가겠다고 하던 남편이 동행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으리라. 택시를 타고 다시 피사 기차역으로 돌아와서 짐을 찾고 다음 행선지로 가는데 2시간쯤 걸린다고 해서 기차 속에서 남편은 성경을 읽고 나는 노트북에 오늘의 일지를 쓰면서 깜빡 깜빡 졸기도 했다. 


사진도 노트북에 올리고 골라 놓으면 오늘 밤 일지를 카페에 쉽게 올리리라. 기차는 다행히 사람들이 많지 않아 다리를 뻗고 편하게 가다. 제이콥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 꼭 자기 아버지의 어릴 때에 이야기를 많이 하던 모습이다. 


제이콥은 더 많은 지혜를 얻어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일을 해야 하리라. 손자는 할아버지의 면류관이라고 남편이 계속 제이콥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들의 꿈나무, 제이콥과 손자들이 주님께 영광 돌리는 귀한 주님의 보물이 되기를 소원한다.


1시간쯤 가서 내린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하니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 갈아타려고 알아보니 7시 10분 기차라고 해서 그곳 햄버거집에 가서 저녁을 들고 기다리다가 기차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마나놀라 역에서 내려 지하도를 걸어가는데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가 계속 이어져 있다. 이곳은 신혼부부들이 여행 오는 좋은 관광지라고 한다.


밤에 짐을 끌고 언덕을 계속 올라가서 맨 꼭대기에 있는 호텔로 들어가다.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 소리가 없이 너무 조용했다. 아담하고 침대가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를 받다. 작지만 필요한 것은 골고루 다 갖춰져 있고 이틀 동안 이곳에 머무른다고 해서 티셔츠와 바지까지 빨래를 다 해서 잘 널다. 이틀 동안 머무르는 곳은 빨래를 하는 곳이다. 


인터넷을 하려니 비밀번호가 없어서 카페에는 내일 올려야 한다. 남편은 골아떨어져 자는데 나는 육신은 너무 피곤하지만 마음은 깨어있고 즐거운 것이 여행을 참 좋아하기 때문인가 보다.


"아들아. 정말 너무 감사하다. 네가 아니면 이런 호사스런 여행을 어찌하겠니? 예전에 네가 불고기와 잡채가 먹고 싶다고 그러나 불평하는 것은 아니라고 일기에 쓰고 조사하는 엄마에게 읽으라고 시위를 했는데 이제는 네가 내 감사를 읽어 주기를 바란다. 


나이 들면 제이콥처럼 어린아이가 된단다. 엄마, 아빠 살아있을 때에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말을 하렴. 너는 너무 잘하는데 때때로 다시는 엄마 여행 안 데리고 가겠다고 공갈은 하지 마라. 네가 아니면 누가 우리를 데리고 다니겠니?"


밖에는 빗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바람 소리인지 히터 소리인지 계속 소리가 난다. 내일은 어떤 경치가 보일 것인지? 궁금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주여! 감사합니다. 오늘 밤에 깊은 잠 잘 자게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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