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우리는 누구인가?(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우리는 누구인가?(2)

두 달 전 00가 나에게 얘기를 해왔다. 레지나, 나 두 달 후면 사무실 그만둘 거야! 왜 다른 부서로 가는 거야? 아니, 아무 데도 안 가고 그냥 일을 그만두려고!

그래 무슨 일로? 음 더나이가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다리가 아프기 전에 여행을 다니고 싶어서. 아직 많이 걷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여행을 혼자서? 나의 질문에 00은 아니 내 룸메이트인 000과 함께.


그래! 너무 재미있겠다. 그런데 그럼 000도 그만두겠네? 나의 쏟아지는 질문에 00은 음... 000도 이번에 그만둔대. 000은 우리 프로그램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고 있는 같은 사무실의 직장동료인데 엄청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누구나도 좋아하는 000였다.


와우! 대단하다 그래! 어디로 여행계획을 잡았는데? 음, 첫 번째는 한 달간 멕시코에서 살다가 그다음엔 남미로 여행을 갈 거야. 지금까지 몇 달 동안 미리 준비하고 사전조사하고 되도록이면 안전한데 다니느라고 미리미리 예약을 했어. 남미 여행은 6개월을 잡고 그다음에 다시 시애틀로 돌아와서 유럽을 다니려고 해.


그럼 모아둔 돈은 넉넉하고? 나의 질문에 그동안 000과 여행계획을 세우며 월급을 받는 대로 집렌트 값을 제외하고는 옷 한 벌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 하나 사지 않으며 돈을 저금을 했는데 한 년간 세계를 다니며 여행은 할 수가 있을만치 여유가 생겨서 그리고 더 나이가 들면 장시간의 여행이 무리가 될 수도 있고 해서 말이야.


이렇게 말하던 00과 000가 지난주 금요일 사표를 냈었다. 이날 00과 000과 친하던 친구동료들이 다운타운 3가에 있는 커다란 식당을 예약해 모여 이들을 축복하였다. 두 친구들은 우리 사무실에 오랜 시간 동안 전문가로서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서 열심히 일을 하던 성실한 직원이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인데 두 사람 다 독신주의자여서 아마 서로 의기가 투합이 되어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단다. 


그래도 혼자만의 여행보다는 여자라도 둘이 함께 다니니 좀 더 안전하리라 생각이 드는데 이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여행길에 나서자 나 역시 마음이 심란해지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2년간 무릎의 통증 때문에 고생하며 다양한 치료를 하다가 지난 3월에 줄기세포 치료 후 이제는 목발 없이 걷는데 역시 아직도 무릎의 통증이 남아 있어 30분 정도 걸으면 무릎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무릎 수술을 안 해 보려고 버티는데 글쎄 얼마나 더 버티려나! 무릎이 아프니 장시간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이날부터 나는 뭔가에 생각이 많아졌다. 나도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우선 집을 렌트 주고 다니던 직장은 이제 그만둔다고 하고 길을 나설까? 그러나 나는 아직은 이르다. 


아직 무릎 통증에 어쩌면 조만간 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 나에게는 장기여행은 아직 꿈인데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어느 정도 무릎이 나아지면 나도 동료 친구들처럼 장기간의 여행을 꿈꾸느라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수년간 나에게는 상담을 받고 의사의 처방으로 테라피를 받으며 도움을 받았으면서 직업 알선가인 00의 도움을 받고서 공항에 취업해 지금까지 7개월 동안 성실히 술은 입에도 대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동안의 중독에서 벗어나 지금은 공항에서 검색대 요원으로 근무하는 고객 0가 그동안 자기를 매주 만나서 힘을 실어주고 때로는 야단도 치며 늘 격려해 주던 직업소개 전문가인 00가 보고 싶다며 내 사무실에 들어서는데 힘이 빠진 모습으로 들어선 것이다.


오랜 시간 중독자 생활을 하던 이들에게는 거의가 가족들과의 관계가 소원하다. 오랜 중독에 지친 가족들은 어떻게 하면 이들과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게 된다. 너무 힘들고 지치니까 때로는 이들의 행패에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이들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당하기도 하고, 또한 가족이기에 신고할 수 없는 약점을 잡고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도 있다 보니 어느 전문 기관에서 맡아서 담당하게 되면 가족들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중독자들, 정신질환자들의 가족들이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함께 거주하면서 그 고통을 함께 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면 되는데 그것 역시도 본인들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다.

오늘 내 사무실에 들어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고객은 50살, 어릴 적부터 상처로 인해 마시게 된 술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셔온 그 후유증으로 심각한 우울증과 망상 증세로 아내와 자식들과 헤어져 살아온, 그러나 이제는 다시는 그 자리로 되돌아가지 않으려고 단단히 각오하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신참내기 사회인이다. 


술에 젖어 비틀거리며 몸에서는 늘 술 냄새가 풍기고, 눈은 빨갛게 충혈된 채 거리를 헤매던 00에게 작은 저소득층 아파트를 찾아주고 직업 훈련을 시키며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아자 아자 화이팅, 4년 만의 결과였다. 0가 일을 시작한 지 7개월이 지났다. 매주 나를 찾아와 새로운 일터에서 생긴 일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는 내 고객 00가 자기를 몇 년간 끊임없이 이력서 작성, 자기소개로 멘토 해 주던 내 동료 00가 너무나 그립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나에게 묻는다. "레지나, 여기에 오래 있어주면 좋겠어!"

우리는 이들에게 필요한 전문가들일 뿐만 아니라 이들이 세상을 다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동반자들이라고나 할까! 글쎄! 사실 나도 동료 직원의 일탈에 적잖이 도전을 받고, 나이가 더 들어 힘이 들기 전에 계획을 세워 길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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