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독서와 정보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독서와 정보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는 내용일 뿐 우리네 삶을 키워주지는 못한다. 정보는 그냥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들의 내용일 뿐이다. 신문과 텔레비전 잡지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상식을 제공해 줄 수는 있어도 우리의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독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인 것을 의심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인간의 삶을 좀 더 넉넉하게 해주고 삶의 여유를 갖게 한다. 그래서 독서를 많이 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며 어디에 적어 두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요즘에는 짧은 영상으로 얻은 정보를 마치 지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이나 역할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보도일 뿐 우리 삶을 성장시키지 못한다. 정보에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고 그것을 체계화하는 학문이 필요한데 많은 사람이 그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다. 


독서의 목적은 새로운 것을 알 뿐 아니라 높은 가치를 지향하고 성장에 도움을 얻는 데 있다. 나무가 크게 자라서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뿌리가 깊어야 하고 튼튼한 밑동과 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잎사귀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김형석 교수의 글에서 일부 발췌) 

요즘 현대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과 정보는 잎사귀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체계적인 지식과 학문적인 성장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튼튼한 기초가 있어야 한다. 그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고전인데 최고의 고전은 다름 아닌 성경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며 영원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나무의 잎사귀만 중요시하고 밑동과 뿌리가 자라도록 영양을 공급해주지 않으면 그 나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세상의 진리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많다. 학교에서 광범위한 독서 습관을 키우며 고전을 읽도록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잎사귀가 되어 남의 눈에 띄기를 바라는 반면 더 소중한 밑동과 뿌리 역할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고전과 책 읽기를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요즘 신문 읽을 시간도 없는데 고전이나 책을 읽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다. 이는 마치 거리에서 금방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사 먹으면 되지 꼭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하느냐는 식이다. 


우리 인류의 정신사적 흐름을 이끌어 온 고전은 모든 지성인의 정신적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는 마치 몸의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책은 언제나 살아 있어서 객관적 생명력과 의의를 지니고 있다. 교육을 바로 잡는 방법의 하나는 건전한 독서를 수용하는 것이다. 


무지와 폭력이 지배하는 무독서의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정신적으로 감화를 받을 수가 있고 그 속에서 삶의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책을 읽지 않는 국민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국민들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로 알려 있다. 

나는 14살 때 혼자 서울에 와서 미국인 신부의 하우스 보이로 있었다. 약 1년 반 동안 신부님과 지내면서 영어를 배웠다. 그분은 한국말도 잘하시는데 나와는 꼭 영어로 말을 하고 일을 시켰다. 


그래서 그 이후에 학교 수업에 큰 도움이 되었고 지금 내 나이에 이나마 영어 구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문은 어려서부터(5살 때부터) 시골 글방에서 배웠다. 그래서 영어와 한문이 나에게는 가장 좋고 쉬운 과목이 되었다. 그때부터 영어 소설을 읽고 외국 영화도 자막을 보지 않고 감상할 수가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 영어 자막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람을 뽑았는데 내가 합격을 하여 외국 영화 자막을 몇 개 번역했다. 그 시절에 이어령 선배를 만났는데 외국 영화가 들어오면 교육상 좋지 않은 부분은 잘라내는데 그 일을 하기도 했다. 


독서 이야기가 옆으로 흘렀다. 하여간 14살 때부터 독서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그것이 나의 재산이 되었고 내 나이에 요즘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어울릴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영어를 좀 알기에 군에 가서도 미국인들과 군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경기도 평택 시골에서 태어난 내가 터지게 출세를 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내가 독서를 좋아하였고 영어를 좀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지금 내 나이가 좀 많지만 요즘도 계속 독서를 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에 제자 한 사람이 계속 지금까지도 책을 보내주고 있다. 


참으로 나는 복이 많고 운이 좋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주님이 늘 함께 하시고 그 말씀을 매일 읽으면서 그분과 대화하는 것도 내 일과의 하나이다. 독서를 통해 내 삶의 행복을 찾았고 그로 인해 지금도 계속 독서하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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