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연말에 조심해야 할 말들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들 녀석이 집에 와 며칠을 보냈다. 어느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자식이 뭔지 잘났던 못났던 옆에 있으면 든든하고 마음이 뿌듯하다. 추수감사절 날 터키를 굽지는 못했지만, 한국 음식으로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부쩍 한국에 관한 관심이 늘어가는지라, 여러 질문이 오간다. “아버지, 서양(미국)과 동양(한국)은 각종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방향을 나타내는 말은 한국에서는 동서남북의 차례이지만, 미국에서는 North, South, East, West(북남동서)의 순서로, 의식주는 Food, Clothing, Shelter(식의주)를 차례로 말하거든요. 반면에,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동풍과 easterly wind처럼 같고, 남쪽방향으로 간다고 할 때는 southbound라고 같게 표현하는 거지요. 부모와 자녀가 그렇듯, 갖가지 유사한 점과 차이점을 그 배경 철학과 더불어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었다.
이제 추수감사절을 맞아 고향 집을 찾았던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처소/학교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뭐라도 좀 챙겨 주려는 마음에 또는 각종 광고의 유혹에 못 이겨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품들의 흔적은 다음 달 크레딛 카드의 명세서로 돌아올 것이다.
자녀나 손자 손녀들의 요긴한 필요를 사려 깊게 챙겨 준 것들이라면, 뿌듯한 마음과 그들의 기뻐하는 얼굴이 더 큰 기억으로 훈훈하게 남겠지만, 그리 필요 없는 것들을 큰 폭의 할인율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구매했다면 그저 후회만이 가슴을 후벼 팔 것이다. 모든 투자를 투자 대비 수익(ROI, return on investment)을 고려해 실행할 수는 없지만, 크고 작은 소비에는 그 결과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 나중의 후회를 막는 지름길임에는 틀림없다.
인생사의 원인과 결과는 거의 예외 없이 함께하니 말이다. 이 투자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금전적인 투자도 있지만, 관계에의 투자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주위의 친구들에게 마음 씀과 유형무형의 투자를 하는 것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칠이다. 이러한 기름칠을 못 하는 경우, 각종 관계의 사이에 모래가 끼고 꺼끌거려 결국에는 틀어져 버리고 멈춰 서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관계 중의 하나 일 부부/남녀 사이의 관계를 망가뜨릴 말들에 대한 주의점들을 담은, “8 things you should never say to your partner, according to therapists”라는 뉴욕 타임스의 글이 특히 연말연시에 우리가 주의해야 할 대화에 관한 좋은 지침을 제공함이 생각나 여기 몇 가지 소개한다.
이 내용은 부부 사이만이 아니라 다음 주쯤에 공개되는 조기 전형 합격자 발표를 전후해 자녀와 오갈 대화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도 적용할 수 있기에 마음에 담아 실천하시기를 바란다 (밑줄을 친 대화가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니 주의하실 일이다): 이 글에 의하면, 관계 속에서, 특히 부부나 연인 사이에, 주의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일반화’이다.
가령, “당신은 항상…(You always…)”이나 “당신은 한 번도…
(You never…)”라는 말은 상대방의 노력하는 어떤 시도도 알아주지 않고 도매금으로 깎아내리는 거의 항상 과장된 표현일 경우가 많다. 과거에 한 잘못들을 불러 내 매도하는 것은 현재의 쟁점을 전혀 다른 이야기로 비화시키는 것이기에 지금 맞닥뜨린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요령이다.
예를 들어, “너는 항상 그 모양이잖아”라기 보다는 “내가 화가 난 것은, 당신이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걸 그냥 두고 보기만 했기 때문이에요”라며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반대로, “당신은 항상 현명해”라고 말해 줄 여유가 있다면, 어떤 논쟁도 비껴가고 사태를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비교’는 절대 금물이다. “당신도 누구만치만 해봐(You should be more like ---)”라는 말은 결코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옆집 개똥이네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한대”라는 말은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이 똑같아야만 한다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이러한 말은 관계에 있어 상대방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특히, 연인 간에 “난 다른 관계에서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어
(This was never an issue in my other relationships)”라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끌어들이지 말고 현재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상대방이 우리 아이들과 같은 보다 더 만만한 상대일 경우에는 더욱 심하고 더 지독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제 다음 주로 다가올 조기 전형 결과 발표에서 기대하지 않은 성적을 받아 쥔 아이에게, ”그래, 넌 한 번도 날 기쁘게 해 준 일이 없어. 항상 게임만 하고 지냈으니 이런 결과가 당연하지 않아?”
또는 우리 교회 좐의 반만큼이라도 해 봐라”라고 야단을 치시는 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올바른 교양과 훈계를 주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러한 말들은 우리 아이의 삶 속에 거의 영구적으로 남아 자신감과 자존감을 낮추는 단초가 될 것이다. 자녀가 그리도 원하던 대학에서 불합격된 좌절의 소식에 낙담하는 불에 기름을 붓기보다는, 자상하고 격려가 되는 응원의 말이 절실하다.
당연히 실망은 되겠지만, 아직 정시가 남아 있으니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너에게 맞는 대학에 지원해 보거라. 미국에는 3천 개가 넘은 대학이 있으니, 너에게 꼭 맞는 최고의 대학이 너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