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무엇이 더 중한가: 썩는 고구마, 썩어 가는 뇌?
매년 12월 초가 되면, 말이나 문화 사회 현상을 다루는 매체나 단체들이 그 해를 대표하는 단어를 선정해 ‘올 해의 단어’를 발표한다. 성경은 “마음에 있는 것이 말로 나온다(누가복음 6:45)고 한다. 이렇게 뽑힌 단어들을 살펴보면, 그해 대중의 관심을 끈 이슈들이 무엇이었는지, 동시대인들이 피부에 닿게 느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은 온/오프 라인의 대표적인 사전을 만드는 회사들인 Dictionary.com과 미리암 웹스터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를 소개한다. 이어서 동서양의 지성을 대표할 수 있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 출판사와 한국의 교수신문이 뽑은 단어들과 기독교 온라인 성구 사전인 Youversion인 조사한 ‘올 해의 성구’를 알아본다.
온라인 사전인 Dictionary.com이 그 해에 개인적이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서 사용자들이 소셜 미디아나 서치 엔진 등에서 가장 많이 찾아 본 단어를 뽑아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로 발표한 단어는 ‘Demure’이다.
이 단어는 전통적으로 좀 점잖고 조용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를 묘사하는데 사용되었지만, 요즘은 직장이나 여행에서 보여 주는 아주 세련되고 섬세한 외관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된다. 대중들이 이 단어의 의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이유 중의 하나는 팬데믹을 지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상황과 맞물려 적절한 행동 양식을 찾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 사전은 설명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 해 독자들이 가장 많이 들춰 본 단어는 ‘Polarization(양극화)’이다. 잘 아시다시피, 이것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집단이나 사회의 의견이나 신념 또는 이해 관계가 서로가 대립하는 극단적인 두 편으로 나뉘어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요즘의 미국에서 이민 정책 등을 포함하는 두 정당간의 극단적인 대립을 보아온 터라 수긍이 가는 선택이다. 이 단어가 라틴어 Polaris에서 파생했고, 지구의 양극인 북극과 남극을 말하며 동시에 북극성을 말하기도 하니 이해가 간다. 남과 북만큼이나 다르다는 의미이니 우리 분단 한국을 연상하게 한다. 더해, 작금의 한국의 상황도 이의 극단적으로 모범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으니 우려가 된다.
한편 한국의 교수 신문도 매년 교수들에게 추천 받은 사자성어 리스트의 설문을 보내 한 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을 선정하도록 하고 그것을 취합해 발표한다. 올해는 공교롭게도, ‘도량발호’(跳梁跋扈)를 선정했는데,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계엄령 선포 이전에 모아진 의견이지만, 계엄령 선포가 그 단적인 예가 됨을 생각할 때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 모국에서 권력자들의 행태를 잘 나타내 주는 것이라 생각되어 공감할 뿐만아니라 한국 지식인 집단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이 걱정된다. 이 신문에 의하면,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량발호는 권력을 가진 자가 높은 곳에서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함부로 짓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날뛰는 모습을 뜻하는 고어”라고 설명했다.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후안무치(厚顔無恥)로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이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고 했다. 3위에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석서위려(碩鼠危旅)가 뽑혔다고 한다. 모두 우리 모국의 현실을 잘 표현해 주는 말들이어서 오히려 씁쓸하다.
한편 영국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는 3만7천 여명 선정 위원의 투표로 ‘Brain Rot’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것은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으로 간주되는 자료들(요즘엔 특히 온라인 컨텐츠)을 과도하게 접하는 결과로서 생길 수 있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감퇴’를 의미한다.
올해는 특히 저급한 온라인 컨텐츠의 범람으로 이를 소셜미디어에서 접하는 양이 급격히 늘어 이 단어의 사용량이 작년 대비 230퍼센트가 늘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처음으로 1854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책인 ‘Walden’에서 사용되었다고 한다: “While England endeavours to cure the potato rot, will not any endeavour to cure the brain-rot – which prevails so much more widely and fatally?”
먹고 사는 데 사용되는 고구마가 썩는 것은 걱정하면서, 널리 퍼져가는 머리가 썩어 가는 병을 고칠 노력은 안 한다고 일갈한 소로우에게 더 한층 공감하게 되는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성경 앱인 유버전이 조사한 올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본 성경 구절은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빌립보서 4장 6절)”이라고 한다.
올해의 인기 성구는 지난해의 성구인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놀라지 말라 내가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 41장10절)”가 보여 주는 것처럼, 현대를 살아 가는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한 시기에 불안함을 느끼는 지를 보여 준다.
이 불안을 극복하는 방식은 크리스천의 경우는 하나님께 의지해 도움을 구하는 것일테고, 다른 분들의 경우도 나름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에 자신도 물론이지만 우리 주위의 불안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을 위해 마음 써야할 일이 아니 겠는가? (www.ewaybellevu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