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모' 아니면 '도'(2)
<지난 호에 이어>
그래서 내가 현재에 맡고 있는 일 이외에는 전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우리하고 오랫동안 일하던 프로그램 매니저가 가고 새로운 박사학위의 젊은 나이의 40대 초반의 백인 남자로 성적인 성향은 게이 맨이었다. 본인이 어떤 성적인 성향인지는 자기의 일이므로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는 성적인 취향이 다양한 직원들이 아주 많아서 게이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아주 잘 결성되어있었다.
문제는 이 친구가 부임한 날부터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실행하며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일 자체를 자기식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하니 여기저기 우리 팀의 슈퍼바이저들과의 마찰이 생기고 또한 카운슬러들의 불만이 나오고 회의 때마다 장례식 분위기가 됐다.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15분의 브리핑 타임과 일주일에 한 번씩 1시간의 팀 미팅 시간이 있는데 20여 년간 이 시간은 우리가 어려운 점들을 의논하고 서로 격려해 주고 때로는 피자 파티나 즐거운 시간으로 마무리하고는 했는데 새로 부임한 프로그램 매니저가 오고 나서는 매번의 미팅이 공포분위기이고 미팅 때마다 숨소리조차 버거워할만치 무거운 분위기였다.
이날 이후로 7개월간 3명의 슈퍼바이저와 두 명의 케이스 워커 두 명의 멘탈 헬스 카운슬러가 해고되었다. 나하고 아주 가깝게 지내던 3명의 슈퍼바이저들이 목소리를 높이다가 해고되고 얼추 이번엔 내 순서인가?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우리 사무실은 공포의 분위기로 아무도 누구 하나 목소리로 의견을 내지 않았다.
나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우리 사무실 전체 대표에게 만나자고 이메일을 보내고 여러 가지 정황과 현재의 상황을 보고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나와 한 시간 동안 미팅을 마친 사무실 대표는 잘 알겠다며 답은 했는데 한주가 지나고 두 주가 지나도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이제는 프로그램 매니저의 직상관을 만나서 사무실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고 또 다음 단계는 전체 프로그램 매니저의 직상관도 만나서 상황과 정황을 설명을 하는 과정이 2달간 내 머리는 숯불을 이고 있는 것처럼 머리가 뜨겁고 스트레스로 잠도 못 자기를 두 달째 마지막으로 각 디파트먼트의 프로그램 매니저들을 일일이 만나서 도움을 구하고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우리 프로그램 매니저와의 단독 면담을 청했다. 물론 증인이 필요하니 슈퍼바이저 한 사람을 함께 앉게 한 후 ‘자, 이젠 내 차례인 거니?’라고 물었다.
오래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이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너에게 해고당하니 이게 뭐 하는 일인가 하고? 누가 너보고 네식으로 프로그램을 리폼하라고 그랬느냐고 물어봤다.
아니, 이게 뭔 일이야?라고 놀래서 나를 지켜보던 프로그램 매니저에게 우리는 열정과 정열 그리고 정의,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일할 프로그램매니저가 필요한 거야! 내가 보기엔 너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 물론 프로그램매니저의 눈은 휘둥그레지고, 아니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나의 말. 나는 지금 은퇴를 해도 될 시간이야! 그런데 나는 내가 여기서 하는 일이 너무 중요해서 아직 일하고 있는 중인데 네가 무슨 이유든 나를 해고한다면 나는 절대로 그냥 물러서지 않을 거야. 너하고의 싸움을 할 거라고!
물론 이 미팅을 하기 전 나를 서포트하는 다른 프로그램의 모든 매니저들과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그리고 게이 커뮤니티의 장들에게도 지원을 부탁하고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속에 있는 얘기 다 쏟아놓고 자리를 떴는데...
그날 저녁 내 개인 이메일로 친하게 지내는 다른 프로그램의 매니저 몇 명이 이메일이 왔다. 레지나, 네가 그만두지 않아도 돼! 네가 내일 아침 사무실 이메일 확인해?
그다음 날 사무실 이메일에 우리 프로그램 매니저가 그만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무조건 감사합니다"라고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