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상실(2)
누군가가 그 귀한 것을 돈을 받고 팔지 왜 남들에게 그냥 주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는데 그 아끼던 가구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팔아서 어디로 간지 모르게 되면 내가 너무나 슬플 것 같아서 고가구를 갖고 싶어 하던 그리고 요리하기를 좋아해서 모아놓고 사용하던 다양한 접시들과 특별한 도자기과의 그릇 등을 지인들(나보다 젊은 사람들)에게 분양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분양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나는 내가 아끼는 것들을 버린 것이 아니고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고 싶어했으며 잘 사용해 달라고 부탁을 하며 주었으니 분양이라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작은 가구 하나하나에 나의 사랑과 관심과 정성이 깃들어 간 것들이나 요리를 할 때마다 멋지게 음식을 담았던 특별한 접시, 그릇 등은 다른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이었다.
10일 만에 내가 가지고 있던 나의 삶의 흔적들이 이곳 저곳 등으로 분양되고 나는 아들의 집에 맞추느라 거의 모든 나의 삶의 흔적들을 떠나보내고 작은집에 들어갈 만한 것들만 가지고 이사를 왔다.
처음 이사 오자 물건들이 제자리로 들어가야 하고 마침 아들이 자기가 살던 집이 허술하다고 새로 리모델을 하는 바람에 모든 집안이 리모델한 상태에 맞게 새로운 아주 작은 물건들로 채워지는데 왠지 낯설었다.
나는 고가구를 무척 좋아해서 많은 물건은 아니지만 괘나 정이든 고가구들을 다 포기하고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컨템프러리 하얀색 가구들로 채워진 집이 낯설었다, 아들이 살던 집으로 이사 들어와 자리를 잡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적응을 하려는데 주위가 낯설었다. 전에 살던 집 동네에 옆집에 살면서 여름이면 토마토를 많이 키워서 내게 갖다주던 이웃집 여자 테리가 그립고 늘 내게 관심을 가지며 남의 사생활에 정
도 이상 참견하며 특별한 관심으로 때로는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해서 내가 피해 다니던 이웃집 유럽피안 할머니가 생각이 나고, 우리 집 골목으로 들어서면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작은 송사리들이 생각이 나고 가끔씩 기러기들이 몰려와 물속에서 놀던 모습도 그립고 우리 집 컬티샥에 과일 공원에 열리던 복숭아, 사과 블랙베리가 그립고 이웃집의 빤짝거리던 불빛들이 그리우며 내 마음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36년간의 기억들과 추억들이 매일 밤 꿈에서나 걸어 다닐 때나 생각이 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리모델을 해서 너무도 멋진 이렇게 좋은 집 단층집이라 편리하기도 한 집에 앉아 있은 나를 보며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걸까? 생각을 하면서 뭐가 부족한 걸까? 생각을 하면서 슬프기까지 하였다.
아하! 그랬구나. 나는 나의 삶의 보금자리였던 내 자리를 뒤에 두고 새로운 장소에 왔는데 모든 게 낯설고 남의 것만 같은 것이었다.
안 되겠다 싶어서 전의 집에 살던모습을 그대로 재현을 하기로 생각하고 전의 집 내가 30여 년 동안 씨앗을 뿌리고 꽃을 가꾸고 나무들을 심어서 무성하게 자라서 새들이 지저귀고 10여 그루의 라멘다가 7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 8월이면 라벤다를 수확을 해서 차도 만들고 시럽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누던 생각을 하며 라벤다 10여 그루를 사다 심고 예전의 집에 여름이면 지천으로 열리던 블루베리 나무 10그루도 사다가 심고 예전의 집에 있던 꽃들 100종류를 사다가 심기 시작을 했다.
예전의 집 뒷마당에 있던 작은 연못이 그리워 땅을 파 연못을 만들고 붕어들을 사다 넣고 키우며 이 새로운 곳에서 자리를 마음을 잡기를 시작을 했다. 이제 첫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니 예전의 살던 집의 가을엔 뒷마당에 수북이 쌓여있던 나뭇잎들을 밟으면 나뭇잎 밟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느 날은 집으로 돌아오던 차를 돌려서 내가 살던 그 예전 집으로 차를 돌렸는데 그리고 차를 길가에 세우려는데 아니 이건 뭐지?
앞마당 드라이브 웨이에 여섯 그루의 라벤다가 15년째 너무 멋지게 자라고 있었는데 그래서 여름엔 라벤다 향기에 흠뻑 취해 행복해하고 8월엔 라벤다를 수확해 베게도 만들고 차도 만들고 시럽도 만들고 해서 이웃과 함께 즐기던 나의 사랑하던 라벤다 가족들이 다 잘려 나가고 없다.
아니, 이거 어떻게 된거야.
차에서 내려 우리 집이었던 그 집 앞에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몇 번을 눌러도 소식이 없어서 계단을 내려와 뒷문으로 들어가는 펜스가 쳐 있는 나무 펜스에 틈이 난 곳을 찾아서 뒷마당을 들여다보니
와우!
흐드러지게 피던 개나리 나무도, 오동나무도, 블루베리 나무들도, 세이지부쉬들도, 파인애플세이지 나무도, 무궁화나무도, 그 예쁜 피오니들도… 내가 여름이면 회사만 갔다 오면 뒷마당에서 살다시피 하며 가꾸던 나의 예쁜 꽂들과 나무들이 그야말로 깡그리 없어져 버리고 뒷마당 양옆의 즐비하던 꽃들과 나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시 펜스 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들여다보다 나는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너무나 당황해 황망하게 차로 돌아와 차 안에서 한참을 울었다.
너무 슬퍼서 목놓아 울었다.
집을 내놓고 살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데 그 사람들 중에 이렇게 정원이 아름다운 집에 살고 싶다며 자기들에게 집을 꼭 팔라고 부탁을 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그 사람에게 집을 넘겨주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