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갈대상자 이야기
갈대상자에 대한 이야기는 크리스천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모세를 살리기 위해 갈대상자에 어린 모세를 태워 강물에 띄워 보낸 이야기이다. 오늘 나는 한동대학교의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쓴 『갈대상자』라는 책을 소개한다.
언젠가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우연히 송재영 장로님을 만난 자리에서 하용조 목사님이 합석을 했는데 두 분이 한동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옆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한동대가 아주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었고, 하 목사님이 이사장을 맡은 데 대하여 일부 교인들이 불평을 한다는 내용이 이야기됐다.
그러나 그 당시 온누리교회를 비롯한 다른 교회에서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학교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임을 두 분이 얘기하면서 몹시 어려워했다. 그 이후로 나는 한 번도 그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갈대상자』라는 책을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K집사로부터 받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모세에 관한 책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한동대학교에 대한 역사였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한동대학교 총장인 김영길 받사의 부인 김영애 여사이다.
과학자인 남편, 우직하기 짝이 없는 고지식한 남편이 어떻게 행정과 학문을 겸한 총장을 할 수 있겠는가? 카이스트 교수로 명망이 있고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과학자로서 편안한 삶이 보장된 남편이 왜 대학 총장이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어려운 고비들을 넘겼는지에 대해 김영애 여사는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 한동대에 역사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담고 있다.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나 무모해 보였던 학교 출범에서부터 하나님의 대학이라는 정체성을 공격하는 세상과의 힘겨운 싸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수십 차례의 고소 고발 사건과 총장, 부총장의 구속사태에서 단적으로 고통이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고난 중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았을 때 생명수를 찾는 사슴처럼 은혜에 감격하며 이 책을 기록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개인의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도 놀랍지만 그 개개인의 삶을 움직여서 하나님의 큰 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가시는지 깨닫게 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짙은 안개 속을 걷도록 우리에게 아프고 슬픈 사건들을 허락하셨는가 보다. 우리의 이름, 명예, 지위, 재물 등 지금까지 우리가 자랑하고 익숙한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시며 오직 당신의 손만 의지하도록 하셨다.
이런 고리들이 하나씩 끊어질 때마다 우리는 금단 현상으로 몸을 떨어야 했다. 광야학교 학생인 우리들은 그렇게 깨어지고 부서지며 여기까지 왔다. 개교 전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출발이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은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나는 길목 길목마다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수없이 지켜보며 그분의 손에 이끌려 길을 떠난 사람은 그 길이 아무리 캄캄하라 할지라도 가장 안전하다고 감히 외칠 수 있는 간 큰 사람이 되어갔다.
단 한 순간도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나는 탄성을 질렀다.
"와! 하나님, 굉장하시네! 정말 살아 계시네!"라고 김 여사는 고백하고 있다. 그녀는 이어서 "성경말씀은 활자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 그것은 능력이었다. 고난과 역경은 흑암 속에서 보화를 캐는 기회였다"라고 역설했다. 처음에 오랜 친구인 손진곤 변호사로부터 총장 제의를 받았을 때 김영길 박사는 한마디로 "No" 했다.
그러자 손 변호사는 "장로님이 어떻게 기도도 하지 않고 한마디로 거절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 후에 하용조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김영길 박사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가 대학의 주인이 것을 선포하는 대학, 학문과 신앙이 하나가 된 대학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순수한 기독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이 이 시대에 필요합니다"라고 하 목사님은 결론을 내렸다.
오랜 기도 끝에 김 박사는 아내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님의 명령보다 내 연구생활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면 그게 이미 우리에게는 우상인 것이오"라고 하면서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서 나느니라"(잠 16:1)는 말씀을 들고 나왔다. 한동대학교는 드디어 김 박사 총장 수락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21세기를 이끌 지도자를 양육하기 위해 1995년 개교한 하나님의 대학이다.
학교 운영자금으로 인한 갖은 고난 끝에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 학생들이 비전을 품고 달려오는 명문대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무전공 무학과 입시제도와 인접 학문을 통합하는 다전공 복합 학문대 학부제를 실시한 대학이다. 정직성을 훈련하는 무감독 시험제도와 지역사회 봉사제도 실시, 학생 근로의무 프로그램 영어와 한자와 전산 등 산업체가 요구하는 능통한 실무교육으로 시대에 앞장서 가는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최초의 미국식 국제법률대학원의 설립과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한동국제대학교 등의 건립으로 한동대학교의 지경은 더욱 넓어졌다. 한동의 갈대상자는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교육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며 기도와 후원을 바라고 있다. 갈대 한 올은 연약하지만 수많은 갈대가 모여 모세를 구한 바구니가 되었듯이 후원자들이 기도로 엮은 갈대상자는 한동대의 세속화를 막을 나무진과 역청이라고 저자인 김영애 여사는 외치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힘을 얻었고, 갈대상자의 회원이 되기를 자청했다.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전 지역에서 각 교회가 주동이 되어 갈대상자의 회원이 되었고 헌금을 했다. 지금도 갈대상자는 안전한 상태로 넓은 바다를 향해가고 있다. 항해에는 풍랑도 있고, 해일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미 여러 번의 폭풍과 풍랑을 만났다.
피지에서 선교하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 두 학생 선교사도 있지만 그것이 하나의 밀알이 되어 많은 결실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성경 안에 있는 약속의 말씀이 절망이라는 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한동대 이야기를 읽어보면 반드시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말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금방 배우게 될 것이다.
옥한흠 목사는 "책은 온몸으로 사는 크리스천의 모범을 보였고, 젊은이들과 민족의 미래에 주는 소망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이 『갈대상자』를 모든 기독교인과 특히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