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I don’t want to be 18 years old!”(1)
사무실 로비에서 내 자리로 연락이 왔다.
“지금 우리 사무실 문 앞에서 한 앳된 청년이 나를 찾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사무실은 안전을 위해 고객이 아니면 출입이 제한된다) 로비로 들어오게 해도 되겠느냐”는 문의였다. 마침 바쁜 일이 있어서 “지금 너무 바쁘고, 잘 모르는 청년 같으니 들여보내지 말고 다음에 오라고 하라”고 했다. 그러자 로비에 있던 리셉션리스트가 다시 연락을 해왔다.
“레지나가 지금 바빠서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했더니, 그 청년이 그럼 다음에는 언제 와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후에 오면 만나볼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은 한 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후, 다시 그 청년이 나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다. 마침 하던 일을 멈추고 로비로 나가 보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본 적이 없는 청년이었다. 청년은 우울한 표정이었지만, 키가 크고 금발에 잘생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우선 내 소개를 하며, “나는 레지나 채인데, 너를 알 수가 없는데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청년은 자신을 다운타운 시애틀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Luke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지냈던 Chris라는 친구가 시애틀을 떠나기 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레지나를 찾아가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며, 며칠 동안 잠도 잘 못 자고 힘들어서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Chris는 내가 푸드뱅크에서 우리 고객들에게 줄 식품을 픽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홈리스 청년이었다. 그는 푸드뱅크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무척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고마워 보여, 내가 가끔 시간을 내어 좋은 곳을 보여주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해주었다. 그는 이에 행복해하며,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있다.
Luke가 생활하는 청소년 쉼터는 기독교 단체에서 운영하며,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하고 방을 제공하는 조금은 안정된 장소이다. 하지만 여기는 18세 미만 청소년들만 머물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그곳에 있는 청소년들은 역기능 가정에서 버림받았거나, 약물 중독 경험이 있거나, 청소년 감옥을 드나들던 아이들이다.
나는 Luke을 상담실로 안내하고, “무슨 이유로 나를 찾아왔는지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길고 슬픈 한숨을 내쉬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에게 버림받아 16살까지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살아왔다고 했다.
총 7곳의 위탁가정을 거쳤고,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옷을 제대로 사주지 않아 거의 걸레 같은 옷을 입고 다녀야 했고,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학교 가는 것이 싫었다.
너무 많은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공부에 흥미도 잃었다. 외로울 때면 책만 읽으며 버텼다고 했다.
마지막 위탁 가정에서는 비교적 잘해줬지만, Luke는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상태였고, 친구 집을 자주 오가다 결국 위탁 부모에게서도 포기당했다. 그 이후로는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것이 지겹도록 싫어져, 결국 다운타운의 청소년 쉼터에서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18살이 되면 쉼터에서 나가야 한다. 18살 생일이 다가올수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안해서 학교도 제대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면서 말했다.
“I don’t want to be 18 years old. I want to stay 17 years old forever…”
Luke는 현재 고등학교를 중퇴한 상태이며,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18살이 되면 갈 곳이 없다며 눈물을 흘리며 걱정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