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별일 없는 하루
'태어나고 죽는 것은 책의 겉표지나 뒤표지와 같다' 유태인의 속담이다.
삶과 죽음은 같은 선상에 있는 좌표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원하다. 한 방에 성공하고 재물을 얻는 꿈을 한 번쯤 상상해 본다. 별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무료하고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불안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별일 없는 하루란 재미없는 하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평범한 별일 없는 일상은 누구나 누리는 공기 같은 일상이 아닌 이들도 많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원치 않은 운명이 아침에 눈을 뜨면 누구나 불충분한 운명을 맞닥뜨릴 수 있는 확률이 있다. 가족끼리 마주 앉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아주 가끔이라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최근 각종 항공기 참사 소식에 뜻하지 않는 죽음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이 더욱 감사한 요즘이다.
운 좋게 평범하게 지루하리만큼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지금의 일상이 그들 앞에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이 아니어도 별일 없는 오늘의 하루가 잠깐의 햇살 하나에도 감사한 오늘이라고 인지할 줄 아는 마음의 정신줄을 놓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잊고지내는 무수한 고마운 일들을 인지하며 살아야 한다.
늘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되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나의 의지대로 새 마음과 새 호흡으로 하루를 계획하며 사는 이 순간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내일의 시작이다.
큰 감사와 축복을 바라기 보다는 일상의 작은 감사로 가득 채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이 나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루해하며 힘들어하는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은 시간 낭비였나 반성해 본다. 스치는 바람, 눈 부신 햇살, 추위를 느끼며 사는 이 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그저 지루할지언정 별일 없는 하루가 내 인생에 지속되길 바라는 욕심을 부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