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명기학원] 워싱턴주 초·중 학생들의 팬데믹 극복 성적표가 나왔다

전문가 칼럼

[민명기학원] 워싱턴주 초·중 학생들의 팬데믹 극복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1월 말에 1학기를 마치고, 늦어도 지금쯤은 첫 학기 성적표를 받아 쥐고 기쁨의 탄성을 지르거나 ‘어휴, 걱정했던 두 과목에서 조금만 더 잘했으면 모두 A인데 89점으로 B를 두 개나 받았네’ 하며 회한의 입맛을 다시는 자녀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댁의 자녀가 고등학교 10학년 이상이라면 낮은 점수에 대한 후과가 생각보다 클 수 있으니 입술을 깨물 정도의 아픔을 느낄지도 모른다. 


특히 지난 학기에 중요한 숙제나 시험을 앞두고 몸이 아프거나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점수가 낮아졌다면 그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지난 2월 11일에 팬데믹 동안 미국 각 주의 3학년에서 8학년 학생들의 리딩과 수학 실력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성적표가 발표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 정책 연구 센터와 스탠포드 대학의 교육 기회 프로젝트가 공동 연구로 마련한 “교육 회복 성적표”가 그것인데, 전국적인 경향과 각 주별, 교육구별로 자세한 성적표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간단하게 워싱턴 주에 사는 아시아계인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사항들을 정리해 소개드린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주에서 팬데믹 이전의 실력에 비해 반년에서, 많게는 일 년 이상의 차이로 수학과 리딩 능력이 저하되었다는 발표이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어떤 주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소폭 상승한 결과를 보여 주는가 하면 다른 주들에서는 대폭 수학과 리딩 능력이, 또는 둘 중의 한 과목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하락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하락의 주된 이유는 팬데믹 동안 학교의 문을 더 오래 닫은 주의 학생들에서 그 하락 폭이 더 깊다는 원론적인 결과를 보인다. 즉 민주당 성향의 블루 스테이트들인 뉴저지나 오레 곤 등에 있는 학교들이 더 오랜 기간동안 학교를 폐쇄했었기에, 그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공화당 성향의 주들인 루이지애나나 알라바마 등에 있는 학교들에 비해 공부 시간이 더 짧았고 실력 저하의 폭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인종 간 학력 저하의 폭이 큰 것도 상당히 도드라지는 결과 중의 하나로 나타난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이나 인종적으로 흑인이나 라티노 학생들의 경우에 그 하락 폭은 백인이나 아시아계 학생들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상위층의 학생들은 그 낙폭이 그리 크지 않음에 비해 저임금 가정의 학생들은 5년 전에 비해 훨씬 큰 하락 폭을 보였다. 


그 이유는 이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들이 팬데믹 동안 더 길게 학교 문을 닫았고, 이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는 다른 학력 증진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거주하는 워싱턴주 학생들의 경우, 회복도는 평균적으로 수학 부문에서 전체 주들 중에서 34위, 리딩 부문에서는 26위를 차지해 중간 정도의 결과를 보였다. 워싱턴 주 학생들의 학력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약 반년(한 학기) 정도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 주 내에서 이러한 학력 저하의 주요인은 주 내의 많은 교육구에서 2019년에 비해 만성적인 결석률(연중 10% 이상을 결석하는 비율)이 이전의 15%에서 팬데믹을 거치며 2023년에 두배인 30%로 늘어난 것인 점으로 파악된다. 사정과 문화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네 부모 세대가 한국에서 “아파도 학교에 가서 아파라”고 등을 떠미시던 부모님들의 학구열을 경험한 것과 비교해 이곳의 학교 출석에 대한 개념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공공 보건과 자녀 건강의 관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지만 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성적을 살펴보면, 워싱턴주의 학생들 중에서 90%는 수학 능력에서 지난 2019년에 비해 훨씬 낮은 학력을 보이는데, 특히 밴쿠버, 하이랜드와 어번 교육구의 학생들은 5년 전에 비해 1년 정도 낮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리딩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 내 89%의 학생들의 경우 2019년에 비해 낮은 성취율을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적인 결과를 보여 주는 교육구들도 있다. 연방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워싱턴주의 학생들에게 거의 30억 달러를 지원해 학생당 2천6백 불을 투자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인 학생당 3천7백 불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에버렛, 시애틀, 머킬티오, 벨뷰, 이사쿠아와 렌튼 등의 교육구 학생들의 경우 수학 부문에서 거의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리딩 부문에서는 이사쿠아 교육구 학생들의 경우만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벨뷰, 노스 쇼어, 레이크 워싱턴 등 나머지 교육구의 학생들은 아직 팬데믹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많이 따라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향상의 원인 중의 중요한 하나는 각 교육구별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방 정부의 지원 금액을 방과 후 튜터링과 여름 프로그램에 투자해 이것을 통해 떨어진 부분을 어떻게 보충했는지의 여부가 이 향상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우리 자녀들의 학력 신장을 위한 해결책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www.ewaybellevue.com)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