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울어도 괜찮아!(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울어도 괜찮아!(1)

나는 내 두 손을 꼬옥 포개어 팸의 손을 잡아줍니다. 팸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그냥 가만히 있습니다.  

팸의 하얗고 맑은 얼굴과 고개를 숙인 팸의 가느다란 여린 목줄기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이 아파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입니다.  

팸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리고는 팸에게 묻습니다. "팸! 속이 상하면 울어도 돼, 화가 나면 울어도 돼, 아무도 너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 괜찮아..."  팸은 고개를 들어서 나를 바라보며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행복한 웃음이 아닌 기가 막힌 웃음, 어색한 웃음.  팸은 이제 19살입니다. 환경이 좋았고 부모님을 잘 만났다면, 아니, 팸의 나라가 좀 더 잘사는 나라였다면 지금쯤 예쁜 청바지에 화사한 티셔츠를 입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평범한 예쁜 소녀일 것입니다.  


팸은 동유럽에서 왔습니다.  

팸은 아주 가난한 가정의 맏딸입니다. 팸의 엄마는 팸이 13살 때 죽었고, 팸에게는 3명의 남동생이 있습니다. 팸의 아빠는 전쟁 중 다리를 다쳐서 다리 하나가 없으며, 아빠는 한 다리를 가지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자 여기저기 다니지만 아빠는 수입이 없는 때가 더 많아서 팸의 식구들은 늘 배가 고팠습니다. 팸의 나라는 가난한 동유럽에서 힘들게 사는 나라입니다. 전쟁을 많이 치러서 나라 전체가 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팸의 나라에 미국에서 가정부로 일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안 되고, 외모도 반듯해야 하는 조건이어서 많은 여자들이 지원을 했지만 그중에서 팸과 다른 두 여자아이들만 상상으로 그려보는 꿈의 나라인 미국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팸은 아빠와 동생들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가족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뽑혀 루트를 통해 미국 뉴욕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장시간의 비행기를 바꾸어 타며 몇 명의 일행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려서 미국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미국은 상상의 나라입니다. 팸의 나라에서는 전력이 약하여 불을 켜놓을 때가 많지 않은데, 여기는 밤인데 환하게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팸과 두 여자아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한자리가 아닌 여기저기에 떨어져 앉아 왔기에 서로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큰 대형 도시인 N시에 도착하면서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잠깐, 눈인사만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들을 인솔하고 온 잘생긴 H는 이들이 함께 모여 있으면 각기 흩어져 있어야 한다며 이들을 분리시켜 놓았습니다. 이들이 눈만 마주쳐도 H는 눈을 부라리며 이들을 협박했습니다.  


"Stay separate otherwise you are in trouble!"  

이들이 공항에 내리자 공항에서는 낯선 남자가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들을 커다랗고 긴 리무진에 태운 후 한참을 달려서 어느 한적한 곳에 있는 으리으리하게 큰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자 집 안에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팸 또래의 여자들이 아주 많이 있었는데, 이들은 팸을 보면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하는 듯했으나 함께 있는 나이가 많은 여자의 눈치를 보느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그냥 슬픈 미소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이들과 함께 이들을 인솔해왔던 그 남자 H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팸과 두 명의 여자아이들은 집 안에 있는 많은 방 중에서 각각 한 방에 배치되고, 저녁식사 후에는 배정한 방으로 가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팸은 너무나 피곤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잠결에 무엇인가 답답한 마음에 일어나려고 했으나 팸은 몸과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난 팸은 자기에게 밤사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알고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팸과 함께 온 여자아이들이 먹은 음식물에는 아마도 수면제가 들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느라고 마주친 두 여자애들도 밤사이 큰일을 치른 듯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집 안의 주인인 듯한 나이 많은 여자가 팸과 이들에게서 여권을 보관해 주겠다며 여권을 안내놓으려는 이들에게 협박조로 말을 했습니다.  

“Now on, you guys listen to me. If you don’t listen to me, you can’t see your family anymore.”  

이날 이후로 팸은 매일 밤 전혀 모르는 남자들과 함께 밤을 지내야 했습니다.  


남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린 팸을 유린했습니다. (팸은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나도 눈물이 나오네요…)  

“팸! It is ok, you don’t have to tell me anymore!” 

나는 팸의 케이스를 받으며 이미 팸에 관한 정보를 다 알고 있거든요.  


팸은 매일매일의 삶이 죽고만 싶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나라에서 자신이 maid로 일하며 돈을 벌어 도와주기를 기다리는 아프신 아빠와 동생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나 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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