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칼럼] 한국인‧미국인(3)

전문가 칼럼

[정병국칼럼] 한국인‧미국인(3)

<지난 호에 이어>

지난번에 이어서 오늘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차이(생각과 생활의 차이) 가운데 일곱 번째부터 시작하겠다. 이 칼럼에 언급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임을 거듭 밝혀 둔다. 일곱째, 한국인은 '사랑은 속박'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사랑은 계약'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자유로움 속에서 싹이 트는 것은 사실이나, 일단 사랑을 하게 되면 구속력이 생긴다. 


사랑은 하나이기 때문에 동시에 여럿을 사랑할 수 없다. 신에 대한 사랑도 그렇다. 일단 신을 사랑하게 되면 거기에 매일 수밖에 없다. 매이지 않으면 떨어져서 죽을 수밖에 없으니까. 진실한 사랑은 속박임에 틀림없다. 자유가 없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들고 어렵다. 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도 죽음으로 끝이 났다.  


하나님을 사랑한 많은 사람들이 순교했다.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고 새 삶의 시작이라고 믿으니까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사랑은 죽음도 초월할 수 있다. 사도들의 죽음이 그랬고, 서머나 교회의 폴리갑의 죽음이 그랬다. 또한 스데반의 죽음이 그랬다. 신의 사랑이 아니고 인간의 사랑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진실한 사랑은 구속력(속박력)이 있다. 


사랑은 한 번 몸에 박히면 빼낼 수가 없고, 가슴에 새기면 지워지지 않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세월이 가면 잊는다고 하지만, 잊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묻어 두고 간직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사랑을 계약이라고 정의한다. 계약은 서로 합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약속을 어기거나 마음이 변하면 깨진다. 깨지면 헤어진다. 서양 사람들의 사랑은 다분히 계약적이다. 


사실상 약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약속(계약)이다. 약속을 어느 한쪽이 어기거나 깨면 계약은 끝난다. 사랑도 그런 식이다. 사랑하다가 싫으면 헤어지고 새 사람을 찾는다. 어느 경우는 사랑을 하면서도 다른 상대를 만난다. 사랑은 하나라고 하는 우리의 사고방식과는 다른 사랑을 하면서 그들은 삶을 즐긴다. 


다른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발각되면 싸움도 하지 않고 헤어진다. 즉 계약이 깨지면 서로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사랑을 목숨보다 더 귀중히 여기지 않는다. 편리한 대로 사랑을 정의하고 그렇게 부담 없이 사랑하고 또 헤어진다. 우리들의 사랑과는 아주 다른 사랑을 하면서 살고 있다.  


여덟째, 한국인은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사랑을 말로 표현할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1세들은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속으로는 끔찍이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다. 2세들은 말로도 많이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 한국 여인들도 사랑한다는 말을 몹시 듣고 싶어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하루에 열 번 들어도, 아니 그 이상 들어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우리 한국인이다. 참으로 멋없는 남자들이다. 아내에게 장미꽃도 별로 안겨 주지 않고 예쁜 카드도 전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자식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편지나 카드를 보낼 때는 "I love you"라고 곧잘 쓴다. 그러나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한다. 미국서 자란 아이들은 전화할 때나 이야기할 때 으레 "I love you, mom", "I love you, dad" 하는데, 우리 어른들은 몹시 쑥스러워하면서 겨우 "me too" 혹은 "I love you, too" 하고는 얼굴이 빨개진다. 

 

교회에 다니는 어른들은 비교적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속으로 미워하는 경우도 있다. 진실한 사랑은 모든 허물과 죄를 용서한다. 이런 사랑이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우리는 칭찬하기보다는 험을 얘기하고, 사랑하기보다는 시기하고 질투한다. 언제쯤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살 수 있을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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