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누나도 학교에 가야지!(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누나도 학교에 가야지!(1)

아이들이 어릴 때 매년 가족 단위로 모이는 동문회 수련회가 있었다.  

매년 모일 때마다 적게는 70명 정도, 많게는 200명까지 모여서 사박 오일간의 시간 동안 강사를 모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도 듣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면서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는, 그래서 재충전을 받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산과 들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단체로 함께 지내는 그야말로 행복한 교제의 시간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향내 나는 솔밭길을 걷기도 하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물가를 따라서 걷다 보면 상쾌한 나무와 풀내음에 취하면서 산책을 하다가 저만치서 뛰노는 사슴을 여유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자연에 감사하는 그런 시간들이다.  


몇 년 전에는 요세미티에 갔다가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산불을 보며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도 느끼기도 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면 “엄마, 우리 언제 수련회 가요?” 라고 물으며 수련회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수련회에 가게 되면 각 주에서 모여든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아주 많은데다가 아주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아서 아이들은 밤이 새는 줄 모르고 매일매일 재미있게 보냈다.  


수련회를 마칠 즈음이면 우리 모두는 건강하고 신선하게 얼굴이 까맣게 타고, 건강한 마음과 몸이 되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헤어짐이 아쉬워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남편들은 남편들끼리, 아내는 아내끼리 모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동안 속상하고 마음 아팠던 일들이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그리고는 새롭고 신선한 마음으로 충전되어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매년 이 모임에 한 번도 빠지지 않으시고 참석하시며 우리 모임에게 재미있는 얘기와 삶에 필요한 상식들을 가르쳐주시는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그중에서도 특별한 분이 계셨다.  

이분에게는 그 누구도 갖지 않은 재주가 있었는데, 이분이 말씀하시면 누구든지 웃지 않고는 못 견디는 상황이었다.  


이날도 모임들이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분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시더니 “불초 소생이 감히 훌륭하신 선배 후배님들 앞에서 잠깐 이야기를 한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라고 하셨다.  이분이 등장을 하시면서 말씀을 시작하시면 사람들은 이야기 시작도 전에 웃기부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분은 자기 옆에 앉아 계시던 성공하신, 그래서 삶도 넉넉하게 살아가고 계신 친구분인 ㅇㅇ를 지목하시면서  "지금 ㅇㅇ 씨는 좋은 옷을 입고 있고,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차를 운전하고 다니지만, 이 ㅇㅇ가 어릴 때는 그야말로 ㅇㅇㅇ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함께 하는 우리 친구들은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친구분인 ㅇㅇ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두 눈을 지긋이 감고 팔짱을 끼신 자세로 "그래! 오늘도 나냐, 얼마든지 해봐라!"라는 초연한 모습으로 앉아 계셨다.  

"자!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아니 6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ㅇㅇ가 국민학교 때의 일입니다.  

그때에는 전쟁 직후라 모든 것이 부족해서 모두가 가난하던 때입니다.  


ㅇㅇ 집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옷도 구호 물자로 주는 옷을 받아서 그것도 형제들끼리 물려받아서 입던 때입니다. 어쩌다가 국이나 김치찌개에 비계가 붙은 돼지고기가 들어갈 때면 가족들이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김치찌개를 노려보고 있다가, 식사 시간을 알리는 아버지의 '자! 밥 먹자!'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모든 형제들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서 적군을 무찌르는 군사들처럼, 모든 숟가락이 한꺼번에 김치찌개 안에 있는 돼지고기 한 점을 건지려고 사생결단하며 덤빌 때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에는 고깃간에 고기를 사러 가면 고기 사는 만큼 기름 덩어리도 덤으로 주곤 했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되어서 ㅇㅇ 집이 너무나 가난하여서 형제가 많은 이 가족들은 한 사람에게 팬티가 하나밖에 없어서, 하루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잠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하루 종일 입었던 팬티를 빨아서 넓은 무쇠 솥뚜껑 위로 올려놓으면 아침에 뽀송뽀송하게 말라서 기분 좋게 학교에 입고 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ㅇㅇ는 아침에 일어나 엄마에게 지난 저녁에 빨아넣은 따끈한 팬티를 기대하고 있는데, 아뿔사! 이게 웬일! 지난 저녁에 빨아넣은 팬티 중에서 ㅇㅇ 것이 부뚜막으로 떨어져서는 그냥 젖은 채로 있는 것이 아닌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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