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탈북자 박에스겔 간증(2)

전문가 칼럼

[나은혜칼럼]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탈북자 박에스겔 간증(2)

제가 처음으로 나라에 대한 불만을 품게 되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군사동원부 지도원에게 뢰물을 바치고, 아들을 평양에 군대 보냈기 때문에 아들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군대 나간 아들에게서 아프다는 전보와 편지를 받고 아들의 면회를 위해 떠났습니다. 한국의 거리로 본다면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갈 거리를 14일이라는 시간을 열차 안에서 보내면서 갖은 고생 끝에 아들의 부대를 찾아가던 도중 평양 도로를 지나가는 평양 방어사령부 군부대 대열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 개의 중대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저는 그 몰골들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군인들의 키는 총대 길이만큼 하였고 못 먹어 삐쭉 마른 얼굴과 작은 체구는 하나같이 고난의 행군 시기 영양실조에 걸린 동네 사람들을 보는 듯하였습니다.


하전사들의 한결같은 모습은 옷이 사람을 입었는지 사람이 옷을 입었는지, 아버지 옷을 아들에게 입혀놓은 것 같이 보였습니다. 20대 후반 군인들의 얼굴은 40세가 된 사람들처럼 늙어 보였습니다. 하사관을 제외하고 군인들의 등에는 나무 단과 삽, 곡괭이, 물통들이 지워져 있었고 한 군인이 여러 자루의 총을 메고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본 대열은 나라의 안녕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군인의 모습은커녕, 분명한 패잔병의 모습이었고 농사꾼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의 상태는 길에서 본 군인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싹 마른 몸은 머리뿐이었습니다. 윗옷(런닝)은 벗고 있었는데 갈비뼈는 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무릎 아래는 모내기 동원에서 얻은 피부병을 치료하지 못하여, 상처가 곪아서 나오는, 피와 고름으로 범벅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보는 순간 반가워서 “충성”하면서 경례를 붙이며 웃고 있었습니다. 아들을 보는 순간 기가 막혀서 아들의 손을 확 내리우며 “그 꼴에 충성은 무슨 충성이냐” 나도 모르게 울분이 올라왔습니다.

우리 아들이 아프다, 엄마를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저에게 전보를 보내고 편지를 보낸 것은 아프기도 하지만 어머니가 가져오는 돈을 바라고였습니다. 


군부대 생활의 훈련과 모든 어려움은 참고 견딜 수 있는데 돈이 없어서 받는 이중적 차별은 견디기가 힘들었답니다. 평양 ****부는 90%의 군인들은 부모나 친족의 빽으로 온 군인들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은 제일 힘없는 과부의 자식이다 보니 뇌물을 상납하지 못하여 중대에서 제기되는 모든 잡다한 일과, 근무는 교대하지 못하고 계속 자기에게 집중된다고 합니다. 아들을 통해 ** **사령부 군부대의 생활 형편을 들으며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기와 기름은 먹어본 지 아득하고 밑반찬은 매일 같이 배추절임, 오이 절임, 무 절임뿐 이랍니다. 탈피하지 않은 밀이나 보리, 옥수수밥이 소화를 시키지 못하여 알맹이 그대로 변으로 나와서 자기를 올려다본답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두어 번 고기를 먹는 행운이 있는데 더위에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여 썩어서 변한, 처치 곤란한 고기를 내려보내 준다는 것입니다. 


이 고기를 옷을 빨 듯이 물에 여러 번 빨아서 국을 끓여 주는데 기름 한 방울 뜨지 않고 고기 맛은 안 나지만 그래도 고깃국이라는 생각으로 행복하답니다. 북한의 전역을 휩쓸었던 홍역이 부대에도 퍼졌는데 우리 아들은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찬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위가 헐었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은 지금도 군부대 복무기간에 얻은 위 궤양병으로 앓고 있습니다. 늘 따뜻한 쌀밥을 밥솥에서 퍼낼 때면 딱딱하게 굳은 옥수수밥을 먹고 고통스러운 배를 끌어안고 있을 아들 생각이 나서 밥이 목에 걸립니다. 북조선 당규약에는 “조선인민군은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며, 강성 대국 건설의 제일 기수이다. 조선 혁명의 승리와 인민의 행복은 위력한 선군의 총대에 의하여 담보된다. 


조선인민군대는 남조선에서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고 조국을 통일하여야 할 숭고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군 복무기간에 겪은 아픔은 우리 아들 한 사람만이 겪는 아픔과 고통이 아닙니다. ** **사령부 군인들만이 아닌 선군정치를 받는 100만의 남녀 젊은이들이 오늘도 이보다 더 열악한 대우를 받으며 18세부터 29세까지 10년간의 청춘 시절을 깡그리 조국에 바치고 몸에 기름기는 쏙 뺀 허약 상태에서 제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더 가슴 아픈 것은 이런 기가 막힌 삶을 우리 부모들 세대가 묵묵히 살았고, 우리 세대도, 우리 자식들도 대를 이어 가면서 불평 한마디 없이 머리 숙이고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때부터 내가 그토록 믿고 살아왔던 조국에 대하여, 당과 수령에 대한 배신감이 들면서 원한이 쌓이게 되었습니다.


군인들에게 도둑질은 필수입니다. 도둑질할 줄 모르는 군인은 우선 입당 문제가 막히고, 본인의 미래에 발전이 막히고, 군복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군대 지휘관들이나 하사관들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민들의 도둑은 좀도둑이며, 큰 도둑은 군인들입니다. 군인들이 분대, 소대 단위로 출동하여 옥수수밭을 습격하면 몇백 평의 밭이 몇 분 동안에 절단 납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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