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누나도 학교에 가야지!(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누나도 학교에 가야지!(2)

<지난 호에 이어>

1월의 추운 계절이라 젖은 팬티를 입을 수가 없게 된 ㅇㅇ가 난감해하니까, ㅇㅇ 엄마가 "애야! 걱정하지 마라. 오늘 누나가 학교에 가지 않으니까 누나 팬티를 입고 가면 되겠구나!" 해서 엄마가 건네주는 팬티를 보니 핑크빛 바탕에 노란 꽃무늬의 알록달록한 팬티여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 추운 겨울에 팬티를 안 입고 바지만 입으면 더 추울 것 같아서 누나의 팬티를 입고 보무도당당하고 씩씩하게 학교에 갔습니다. 

 

그 시절에는 모든 학생들이 위생적으로 관리가 안 되어 있어서 가끔씩 불시에 신체검사를 하고는 하여서 머리나 몸에 이가 있나 검사도 하고 (그래서 이lice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온 전체 학생의 몸에 하얀 가루 같은 것을 도배하듯이 뿌리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슴 둘레와 허리 둘레를 재기도 해서 성장 과정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따라 학교에서 신체검사가 있다고 하니, 하필이면 오늘 신체 검사를 합니까?  

ㅇㅇ는 너무나 걱정이 되어 얼굴이 사색이 다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줄을 서서 옷을 벗으라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자꾸만 친구들 뒤로 물러섰습니다.  


아이들은 옷을 벗고 팬티만 입고서 줄자로 재는 선생님에게 몸을 맡기기도 하고 또 체중기에 올라서 몸무게를 재기도 하면서 점점 아이들이 얼추 다 검사를 맡은 후에야 자꾸만 뒤로 물러서는 ㅇㅇ가 이상했는지 담임 선생님은 ㅇㅇ를 세우더니 "ㅇㅇ야! 너는 어쩌자고 자꾸 뒤로만 가는 것이냐?"고 나무라며 "자! 이리 와봐!" 하고는 ㅇㅇ의 바지를 훌러덩 내려버렸습니다.  


ㅇㅇ는 너무나 놀라서 기절할 상황이었습니다.  

정신이 혼미하고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르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굴며 웃느라고 온 교실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남자아이가 핑크색과 노란색의 꽃무늬가 알록달록한 여자 팬티를 입고 있었으니…  

ㅇㅇ는 잠시 잃었던 정신을 차리고 바지를 올려 입은 후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그냥 앞으로 한참을 달려 나갔습니다.  


이날 저녁 ㅇㅇ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속상하고 창피해서 어디로인가 숨어들고 싶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들아이를 기다리며 ㅇㅇ의 엄마는 아들아이를 찾는 광고 전단을 전봇대 기둥에다 붙였습니다.  "ㅇㅇ야! 돌아와라, 아빠 팬티 줄여 줄게!"  

전단지를 붙여놓아도 돌아오지 않는 아들아이가 걱정이 된 엄마는 또 붙였습니다.  

"ㅇㅇ야! 돌아와라, 엄마 팬티도 구멍 내줄게…"  


그래도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아이가 걱정이 된 엄마는 신문사에서 무료로 내어주는 미아 실종란에 이렇게 광고를 내었습니다.  

"ㅇㅇ야! 돌아와라, 니 팬티 다 말랐다."  

그리고 누나도 학교에 가야지!  


이런 얘기를 하시는 선배님께서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하시면서 옆에 계신 ㅇㅇ 친구분의 어깨에 손을 대고는 (재미있는 일은 이분에게 이야기 소재로 쓰임을 많이 받은 친구분의 표정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아무 얘기도 않으시며 지긋이 눈을 감고 이분이 얘기하실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 주시며 이야기에 힘을 실어 주셨거든요)  


측은해하는 모습으로 바라보시면서 말씀을 하시는지, 이야기를 듣던 분들은 웃음이 터져서 웃느라고 이리저리 쓰러지기도 하시고, 어떤 이는 옆 사람을 두드리면서 웃기도 하였고, 제대로 이해가 안 되는 이들은 "참으로 가난했구먼!" 하시면서 혀를 차기도 해서 사람들은 더 기가 막혀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웃느라고 정말 배꼽이 도망갈 수 있으면 멀리 도망갔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들의 수련회에는 매년 이분이 새로운 메뉴로 우리들을 한바탕 정신줄 놓게 웃게 만들어주셨고, 우리들은 수련회도 너무 좋지만 이분의 입담이 그리워서 매년 수련회를 그리워했습니다.  

수련회 기간 동안 한참 웃다가 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어떤 때에는 이분이 웃는 우리들 앞으로 모자를 들고 다니며 웃음값을 걷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우리들의 힘이 되어주었던 여름 수련회가 또다시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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