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다음 생을 상상해 보며

전문가 칼럼

[아슬란 장례] 다음 생을 상상해 보며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출생을 앞둔 두 태아가 나눈 이야기입니다.

한 아기가 다른 아기에게 돌아앉아 묻습니다. "너는 출산 후의 삶이 있다고 믿니?"

그러자 다른 아기가 대답합니다. "물론이지. 출산 후의 무언가 우리를 기다리는 새로운 것들이 있을거야. 아마도 우리는 그 때를 위해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닐까."


"말도 안 돼!" 첫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출산 후에 무슨 삶이 있겠어? 무엇을 근거로 그런 걸 믿지?”

"잘은 모르겠어."두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보다 더 밝고 모든 것이 더 선명할 것 같아. 어쩌면 우리는 두 다리로 걷게 되고 입으로 뭘 먹을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감각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될 것 같아."


첫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그건 말도 안되는 추측에 불과해. 이렇게 작고 힘없는 다리로 걷는 건 불가능하고 입으로 뭘 먹는 건 무슨 즐거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과학적으로 생각해 봐도 우리 탯줄이 모든 영양과 필요한 것을 다 공급해 주는데 무엇하러 그럴 필요가 있겠어? 출산 후의 삶은 논리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고 받아 드리기 힘들어."


그러자 두 번째 아기가 되물었습니다. "만약 출산 이후에 우리의 모습이 지금과 다르다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 탯줄을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르잖아."첫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좋아, 출산 후의 삶이 있다고 치자, 근데 왜 아무도 그곳에서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못하지?” 그리고 침울한 표정으로 이어서 말했습니다. “결국 출산은 우리 삶의 끝이고 출산 후에는 어둠과 침묵과 무의식의 세계만이 기다리고 있어. 아무도 우리를 어디에도 데려다주지 않을거야."


두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를 만날 것이고 엄마가 우리를 돌봐줄 것이야.”

그러자 첫 번째 아기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엄마? 너는 진짜 엄마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어? 엄마가 있다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여 줘봐?"


두 번째 아기가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엄마는 늘 우리 주변에 있어. 우리는 엄마와 연결되어 있고 엄마의 보호 아래서 살아가고 있어. 엄마가 없다면 우리의 세계도 존재할 수도 없어."그러자 첫 번째 아기가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난 엄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논리적인 결론이야."


두 번째 아기가 말했습니다. "때때로 침묵 속에서 정말 귀를 기울이면 그녀의 숨결과 심장의 박동을 들을 수 있어. 그리고 위에서부터 너를 부르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우리는 흔히 죽음을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 속에서 태아들은 자신들이 아는 세상을 벗어나야 하는 ‘출산’이라는 과정을 두고 논쟁합니다. 


한 아이는 그 너머의 삶을 믿지 않지만, 다른 아이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며 엄마의 존재를 확신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죽음 이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줍니다. 인간은 태아처럼 지금의 세상에 갇혀 있으며, 죽음이라는 '출산'을 넘어선 세계를 잘 알지 못합니다.


태아가 자궁 안에서 세상의 전부를 보듯, 우리도 현생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더 넓고 영원히 밝은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요? 만약 우리가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보호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면 어떨까요?


믿음이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신뢰입니다. 태아가 엄마의 존재를 보지 못하지만, 그녀의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듯이, 우리는 지금 당장 죽음 이후를 확인할 수 없지만, 그 너머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사랑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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