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칼럼] 탈북신학생 간증(5)-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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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혜칼럼] 탈북신학생 간증(5)-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

<지난 호에 이어>

그때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기로서 학력 인정 확인이 불가능하였지만,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사천리로 대학 준비를 마치게 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하셨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신학대학교 신학과 면접장에서 교수님은 머리를 가로저으시면서, “서류는 보았는데, 북한에서 왔고 너무 나이가 많아서 젊은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실 때 “선생님, 저는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습니다. ‘믿음과 순종’ 두 가지만 가지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됐습니다. 한번 해봅시다.” 이렇게 저는 성령님께서 제 입술에 올려주신 A+ 대답 덕에 ****대학교에 합격하였습니다. 60세가 되는 나에게 대학 생활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컴퓨터였습니다. 


수업을 듣고 나서는 밤새워 타자 연습을 하였고, 타자를 쳐서 과제물을 제출하는데 온 밤이 걸렸습니다.

인터넷 찾는 연습, 이클라스에 들어가는 연습, 이메일을 이용하는 등 많은 연습을 하면서 컴퓨터를 익혀 나갔습니다. 첫 줌 수업을 하던 시간은 저의 인생에 있어서 지울 수 없는 에피소드 시간이었습니다. 


줌 수업이라는 개념조차도 모르던 저는 너무 긴장했던 탓에 아침에 일어나는 즉시 알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컴퓨터를 연결하였습니다. 남편이 옷을 입으라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고 나의 몰골을 내려다보고는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조카벌 되는 어린 학생들에게 알몸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학교는 어떻게 가지?”라는 불안과 낙심에 빠져서 식은땀만 났습니다.


“저의 모습이 화상으로 어디까지 나갔습니까?”라고 묻는 저의 물음에 *** 교수님은 화면에는 나온 것은 없었는데 이상한 말은 계속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화면은 닫혀 있었고 음성만 열려 있었습니다. 나같이 무식한 사람들을 위해서 본인이 클릭해야만 화면이 열리게 설계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컴퓨터를 개발한 분에게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학교를 입학하면서 제일 두려웠던 것이 헬라어와 히브리어, 성서 종합시험이었습니다. 헬라어를 배울 때 손목이 아플 정도로 쓰고 또 쓰고 외우며 어려운 시험을 A+라는 높은 점수로 받았습니다.

우리 헬라어 반에 출석하고 있던 14명의 학생들 중에서 기말고사에서 30점 만점을 맞은 학생이 두 명 있었는데 제가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시험지를 나눠주시면서 “집사님, 30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하시는 교수님의 칭찬에 “주님이 하셨습니다.”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히브리어 첫 수업 시간에는 무슨 소가 풀 뜯어 먹는다는 소린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음절이란 무엇이며, 음절 나누기, 폐음절, 개음절 등 북한과 다른 개념들을 공부하고 나서야 이해할 수가 있었고, 죽도록 암송하여 A 점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성서종합시험을 준비하면서 주님께 성서 시험만은 100점을 맞고 싶다고 기도하면서 악착같이 공부하여 단번에 합격하였습니다. 에스더는 유다 민족을 구하기 위해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나갔다면, 저는 성서 종합시험을 위하여 죽으면 죽으리라고 결심하고 나갔던 것 같습니다.


저는 과제물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막히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찾아가 배우고 이해하고 지나갔습니다. 시험장에서 젊은 학생들과 똑같이 시험 문제들을 풀어나갈 때면 긍지와 자부심으로 뿌듯하였고, 성적표를 받을 때마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주님이 하셨습니다.”라는 감사가 흘러나왔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와 경제, 사람들에게 많은 불행과 재난을 가져다주었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4차 산업의 혜택을 누려보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이런 혜택을 누리게 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불가능한 저를 오늘까지 인도하시면서 좌절하고 절망에 빠질 때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도와주시겠다”고 신심을 안겨주셨고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대학준비과정과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 1학년까지의 기간을 통하여 주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면서, 나같이 다 찌그러져 세상에서 별 볼 일 없는 60대인 저에게도 주님이 계획을 갖고 계심을 알게 되었고, 믿음으로 순종한 자만이 알게 되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하심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통해 체험한 신비한 응답과,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다 듣고 계시며 나와 함께하신다는 믿음은, 오늘도 시련을 헤쳐 나가는 힘의 원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마리아 성문 입구에 있던 네 사람, 성안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았던 나병 환자들을 택하시어 이스라엘에게 구원의 복된 소식을 전할 일꾼으로 쓰셨던 것처럼, 탈북민들을 통하여 복음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가실 계획을 갖고 계심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도망자라는 정체성 때문에 기죽어 어깨도 펴지 못하고 살던 제가 당당하게 신분을 밝히고 꿈도 꾸어보지 못했던 대학까지 다니면서 이렇듯 밝게, 소망을 안고 살 수 있는 것은, 우리 탈북민들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시며 내세워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임을 이 시간 다시 한번 고백합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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