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소셜서비스 사무실(2)
<지난 호에 이어>
절대로 애기를 안 하니 내 고객이 도움이 필요하면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데,
결국 내가 나서서 도와줘야겠다고 결정을 하고 오늘 시간을 낸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며 많은 정부 기관의 공직자도 줄어들고 우리 사무실 역시 연방 정부에서 제공하던 17%의 기금이 없어졌기에 함께 일하던 급수가 낮은 동료들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으니 우리에게는 3배의 일이 생긴 셈이다.
이 말은 우리가 개인 한 사람에게 신경을 쓰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오늘 이곳 사회복지 사무실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와보던 곳이라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8명의 창구가 문이 닫혀 있다. 내가 받는 번호의 순서를 기다리다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사무실 창구에는 5명만 일을 하니 궁금해서 옆에 있는 보안 가이드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저 창구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 간 거냐?”
보안 가드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일을 그만둔 것 같다고 했다.
“그럼 늘 13명이 일하던 일을 이제는 5명이 한다는 얘기인데…”
사회보장 신청하러 온 사람, 베네핏을 찾아보려고 온 사람, 은퇴를 하려고 서류 작성하러 온 사람…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신체 장애자에게 보조해주는 웰페어 혜택이 끊긴 정신질환자 고객의 베네핏을 다시 복구시키려고 바쁜 시간에 시간을 만들어 왔는데,
아침 8:45에 와서 지금 시각은 2시 15분이다.
힘도 빠지고 배도 고프고, 그래도 감사한 것은 정신줄 놓은 내 고객이 말없이 지금까지 옆에서 기다려주고 있으니 휴… 다행이다. 이렇게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오는 건데…
지금까지 기다린 시간만 6시간이다.
나는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빈 창구가 있는 곳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내 옆에 아무 말 없이 꾸준하게 기다리고 있는 내 정신줄 놓은 고객이 기특해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 고객은 자기에게 서류 온 것을 싸인을 잘못해서 받고 있던 웰페어가 끊어졌는데, 11월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경제적인 도움을 못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지내왔나 알아보니,
내 고객이 머무는 쉘터에서 아침 식사와 저녁을 주면 그것을 먹었단다.
몇 주 전부터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고 전화나 온라인으로 내 고객의 베네핏을 복구시켜 보려 했으나, 2시간 30분 기다리다 끊어졌고 역시 온라인 서류 접수도 내가 내 고객의 엄마의 이름을 알 수 없어 멈춰졌다.
사회보장 사무실에서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고객의 메이든 네임, 본적지를 물어보는데 정신줄 나간 고객들이 기억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말을 안 하기도 하니 참 어렵다.
내 다른 고객은 65세가 넘어서 베네핏을 찾아주려고 가족 상황을 물어보는데 절대로 이야기를 안 한다.
“결혼은 한 적이 있느냐?”
“그럼 전남편의 이름은 뭐였지?”
안 가르쳐준단다…
“그럼 어떻게 서류를 작성해서 접수하지?” 라고 묻자,
그냥 빤히 쳐다본다.
그래, 이 고객도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겠구나!
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니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는 정신질환으로 이야기를 안 하는 건데, 사회보장 사무실 직원이 고객에게 답을 못 하면 베네핏 수령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남의 인생에 참견해서 함께 잘 걸어가고 싶은데, 이건 정말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