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죽음보다 삶을 기리는 Celebration of Life
낸시 할머니의 장례식은 그야말로 파티였습니다. 하와이 섬 태생이었던 할머니를 위해서 가족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알로하 셔츠와 꽃무늬 무무 치마들을 입고 향긋한 레이들을 목에 걸치고 모였습니다. 집례를 맡은 나에게도 같은 복장을 착용해 달라고 부탁해 왔고 난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날 우리는 모두 웃고 울며 우쿨렐레 연주를 듣고 바비큐 음식들을 먹으며 마치 바닷가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할머니를 추모하는 잊지 못할 Celebration of Life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장례식은 종교적이든 문화적이든 엄숙하고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조용히 슬픔을 나누며, 웃거나 농담을 하는 것은 금기시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례식에서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정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의 슬픔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감정의 표현이 과연 고인을 기리는 유일한 방법인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만약 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의 죽음을 단순히 비통한 마음으로 슬프게만 맞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고인의 삶을 기리고 기념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감사하며, 그와 함께 했던 즐거운 순간들을 기억하고 축하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가 좋아했던 것들, 함께 웃고 행복했던 시간들,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추억들을 나누며, 그가 남긴 삶의 가치와 빛나는 순간들을 박수쳐 주는 방식으로 작별할 수 있다면 설사 그가 고된 인생을 살았다 하더라도 고인 역시 더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미국에서는 ‘장례식(Funeral Service)’이라는 표현보다 ‘삶을 기리는 행사(Celebration of Life)’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이는 고인의 삶을 기쁨과 감사로 기억하는 자리로, 눈물뿐만 아니라 웃음과 박수도 함께하는 환송의 분위기를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삶을 존중하고 축하하는 이런 방식의 장례 문화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문화적 흐름이 아니라,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의 변화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죽음을 두려움과 슬픔의 대상으로만 보았지만, 이제는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로 받아들이려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철학적 관점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남겨진 사람들이 더 건강한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삶을 기리는 장례식’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먼저, 전통적인 장례식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분위기를 보다 밝고 따뜻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문객들이 검은 옷 대신 고인이 좋아했던 색상의 옷을 입도록 권장하거나, 고인의 인생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상영하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고인을 기리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가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과 음료를 나누는 방식도 의미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을 기리는 장례식에서는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현재의 관계 속에서 더 많은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장례식은 단순히 떠나는 이를 기리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삶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다짐하게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마지막 시간을 단순한 애도가 아닌, 아름답게 빛나는 이별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 또한 훗날 사랑하는 사람들의 박수와 웃음 속에서 그런 따뜻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오늘의 삶에 충실해 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