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봄 텃밭 농사짓기
벌써 4월이 되었다. 날이 풀렸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한인 마트에서는 호박, 오이, 고추, 토마토, 상추 등의 모종을 팔고 있다. 필요한 모종을 사다 심으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죽거나 생육이 부진하다. 첫째, 모종은 비닐하우스나 온실 내에서 키웠기 때문에 갑자기 햇볕을 쬐면 잎이 시들어 몸살을 앓는다.
둘째, 늦서리를 맞아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종을 사다 심기 전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하여야 한다. 모종을 심을 밭에는 계분과 퇴비를 내고 땅을 고른 후 그 위에 비닐(검정비닐이 더 좋음)을 깐다. 비닐이 바람에 날아감으로 흙을 파서 군데군데 고정시킨다. 비닐을 깔아 2~3일간 햇빛을 쏘이면 지열(地熱)이 깔지 않은 땅보다 2~4도 높아진다.
그리고 비닐 주머니와 지주용 얼개를 준비한다. 비닐주머니는 마트에서 쇼핑할 때 딸려오는 것으로 충당하고, 지주용 얼개는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딸려오는 옷걸이 철사를 이용하거나 나뭇가지를 잘라 쓰면 된다.
모종은 오전에 사온다. 비닐을 깐 밭에 고추일 경우 30cm, 오이일 때 지주를 세우는 것을 감안하여 40cm, 호박일 경우 50cm 간격으로 모종 사온 포트의 두 배가량 크기로 웅덩이를 파고 아침부터 태양으로 덥힌 물을 가득가득 채운다.
물이 완전히 다 흡수가 되면 모종을 심는다. 모종 위에 철사나 나뭇가지의 지주를 꽂고 비닐을 씌운다. 비닐을 통해 받는 햇빛은 아무리 오래 쏘여도 시들거나 타죽지 않는다. 4월의 태양이 한낮이면 비닐 주머니 안의 온도가 30℃도 더 올라감으로 어린 모가 더워서 죽는다. 그러므로 비닐 주머니 윗부분에 25센트(쿼터) 동전 크기의 구멍을 2개 뚫어 놓으면 열에 의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점점 날씨가 따뜻해진다고 해서 비닐 주머니를 거두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모의 성장 속도가 떨어진다. 더 더워지면 비닐주머니 위 부분을 골프공만 하게 구멍을 1개 뚫어 놓는다. 날이 더 더우면 위의 쿼터 구멍 부분과 골프공 구멍을 찢어 놓고 아래는 그냥 둔다. 그럼 어느 때 아래 비닐 주머니를 제거하나?
시애틀 지방의 늦서리기 끝나는 때를 종상기(終霜期)라고 하는데 5월 15일경이다. 이 종상기가 훨씬 지나 6월 중순쯤에 제거한다.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준다.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차기 때문에 아침에 받아 종일 햇빛으로 데워 저녁때 준다. 해가 쨍쨍할 때 주면 잎에 반점(斑點)이 생긴다.
그래서 그늘질 때 준다. 왜 그럴까? 햇빛이 있을 때 물을 주면 잎에 생긴 물방울이 볼록렌즈가 되어 햇빛의 초점이 잎에 생긴다. 돋보기의 초점이 물건을 태우듯 잎을 태워 반점이 생긴다.
물은 많이 주어도 적게 주어도 안 된다. 땅 표면이 마르면 준다. 그러나 오이는 열리기 시작하면 물을 많이 자주 주어야 한다. 상추도 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고추는 많이 주면 잘 열리지 않는다.
호박, 오이, 고추, 토마토는 곁순을 따주어야 한다. 호박의 경우 본엽(本葉)이 5~6매 나올 때 자라고 있는 순(어미 순)을 잘라버린다. 그러면 잎 밑에서 곁순(아들 순)이 여러 개 나와 자란다. 그중 제일 튼튼한 것으로 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제거한다. 그러니까 호박 뿌리는 1개이고 순은 2개이다. 언뜻 보기에는 호박 2포기(그루)를 가꾸는 것 같이 보인다. 두 개의 아들 순이 자라고 있는 셈인데 곁순인 손자 순은 모두 따주어야 한다. 끝까지 순은 2개만을 유지한다.
점점 자라 호박꽃이 핀다. 첫 암호박꽃은 피기 전에 무조건 따버려야 한다. 아깝다고 그냥 두면 크지 못하고 결국엔 떨어지고 호박의 체력만 허비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아직 호박이 어려서 맺을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린 송아지가 새끼를 밸 수 없는 것과 같다.
호박잎도 더 많이 나오고 호박 수세(樹勢)도 왕성하여 호박을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둘째 암꽃 또는 셋째 암꽃이 피면 그걸 키운다. 개량 마디 호박은 마디마디 암꽃이 피기 때문에 호박 넝쿨 상태를 살펴서 판단한다. 10℃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벌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붓으로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 암꽃에 칠해준다, 이것이 인공수정(人工受精이다. 그래도 호박이 맺지 않고 떨어지면 비료를 많이 주기 때문이다.
호박잎이 크고 수세가 튼튼하면 호박이 많이 열려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오이 농사는 호박에 비해 까다롭다. 오이가 처음에는 많이 열렸는데 그다음 해는 막 첫 오이가 한창 맺어 따기 직전 시들시들하며 죽어간다. 물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고 물을 흠뻑 주어도 계속 시들어 죽는다. 오이 농사 다 짓고 이런 일을 당하니 속이 상한다. 그 원인을 알아보니 연작(連作 이어짓기)의 피해란다.
작물을 해마다 같은 장소에 재배하면 피해를 입어 죽거나 잘되지 않아 수확량이 감소한다. 그러나 호박은 몇십 년이라도 같은 장소에 심어도 연작의 해는 고사하고 오히려 더 잘된다.
연작의 해를 입는 작물은 오이, 완두콩, 고추, 토마토, 참외, 수박 등이다. 이들 작물은 적게는 2년 많게는 4~5년을 같은 장소에 심지 말아야 한다.
고추도 어린 모종 때부터 고추 곁순이 많이 나온다. 이 아들 순은 즉시 제거하여야 한다. 흰 고추꽃이 피는 3개의 큰 곁순이 나오면 그건 놔둔다. 작년 10월~11월에 심었던 마늘이 많이 자라 마늘종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것은 나오는 대로 뽑아야 한다. 늦게 뽑거나 뽑지 않으면 마늘 통이 작아진다.
마늘 위의 흙이 굳어 딱딱하면 마늘통이 크지 못함으로 호미로 흙을 부드럽게 매주면 큰 마늘 통을 캘 수 있다.
상추는 선선한 기후를 좋아함으로 일찍 심어 이른 봄에 먹는다. 저녁때 물을 충분히 주어야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상추를 뜯어 먹을 수 있다. 상추 자체가 부드럽기 때문에 집 없는 달팽이(민달팽이)가 심하게 파먹는다. 계란껍질 중 속껍질은 버리고 겉껍질을 깨쳐 상추밭에 뿌리면 민달팽이가 날카로운 계란껍질에 찔려 죽는다. 또 커피 찌꺼기를 밭에 뿌려도 달팽이가 없어진다. 박하나무를 상추밭 주위에 심어도 박하냄새가 싫어 달팽이가 오지 않는다. 박하나무는 꽃집에서 판다.
상추는 한 그루에서 25장 정도를 뜯어먹을 수 있다. 뜯을 때는 가위로 바짝 잘라야 한다. 대충 손으로 따면 생육이 나빠진다. 상추잎이나 줄기에서 나오는 흰 즙(汁)은 수면제 역할을 한다. 점심에 상추 쌈을 먹고 나면 몸이 나른하고 잠이 스르르 온다. 채소에 주는 속성 비료로 'Miracle-Gro'가 있다. 코스트코에 가면 살 수 있다. 이 비료를 주면 쑥쑥 자라 금방 효과를 본다.
4월부터 시작하는 봄 텃밭 농사는 여름 농사짓기로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