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생일날 미역국 먹기
이성수(수필가)
미역은 미역과에 속하는 일년생 해초이다. 뿌리는 나뭇가지 모양이고 줄기는 둥글고 납작하다. 대체로 가을에서 겨울에 자라고 봄에서 초여름 동안에 물속을 헤엄치는 홀씨인 유주자를 내어서 번식한다.
미역은 칼슘의 함량이 많고 흡수율이 높다. 그래서 산모(産母)에게 미역국을 먹인다.
당나라의 백과사전 초학기(初學記)에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고려(=고구려)사람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생일날에는 누구나 미역국을 먹는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삼신상(三神床) 풍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신상이란 아기를 점지해서 돌까지 잘 성장하게 도와준 삼신할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삼신할머니에게 올리는 음식상을 말한다.
삼신상에서 삼신(三神)은 포태신(胞胎神)을 말하며,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 육아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을 뜻한다. 삼신상에 올리는 음식상은 보통 미역국과 밥을 3그릇씩 차리게 되며, 앞줄에는 밥, 뒷줄에는 미역국, 물을 배치하여서 21일 동안 미역국을 바치게 된다. 이처럼 건강과 행복을 위해 삼신할머니에게 바치던 삼신상 풍습에서 유래하여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게 된 것이다.
또 생일날 미역국은 나를 낳고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드리는 것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덤으로 먹을 뿐이다. 미역국을 끓일 때 마른 미역을 조금만 넣어야 한다. 물에 불리면 엄청 부피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연산(自然産)미역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있다. 양식(養殖)은 동해남부 연안과 완도를 중심으로 남해안에서 성행하고 있다.
미역은 옛날에는 여러 포기를 겹쳐서 펼쳐, 길이 약 2m, 너비 약 15㎝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햇볕에 건조시켜서 보관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100℃의 물에 잠시 데쳐서 소금으로 주물러 소금 절임 하여 저장한다.
소금 절임은 건조 미역보다 장마철에 변질하지 않아서 좋다.
미역은 쇠고기, 홍합, 광어 등을 넣어서 끓인 미역국이 가장 보편적이다. 파와 미역은 음식궁합이 상극이라 미역국에 파를 넣지 않는다.
푸른 바다에서 갓 끌어 올린 싱싱한 미역은 그야말로 공해 시대를 이기는 천연의 약이다. 각종 오염물질의 섭취로 혼탁해진 우리 몸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역은 혈액순환을 잘하게 하는 주인공이다. 미역을 물에 담가 보면 표면이 온통 진득진득한 끈끈이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끈끈이는 일종의 특수한 섬유로서 보통 섬유는 물에 녹지 않는데 미역의 섬유는 물에 녹는다. 물에 녹는다 해도 아주 물에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작은 알갱이로 분해되어 보통 섬유와 같이 소화가 잘된다. 게다가 보통 섬유와는 달리 진득진득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다른 물질에 달라붙거나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다.
이렇듯 미역 섬유의 알갱이들은 핏속의 불순 물질에 철저히 달라붙어 포위해서 몸 밖으로 시원하게 몰아낸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미역에는 피를 덩어리지지 않도록 하는 성분도 듬뿍 함유돼 있다.
이와 같이 미역에는 피를 맑게 하는 성분들이 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가 있어서 합작하여 철저히 피를 잘 순환시키기 때문에 만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
미역은 뼈를 튼튼하게 한다. 미역에는 칼슘이 100g당 약 960mg 들어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1일 칼슘의 양은 약 600mg이다. 칼슘은 우리 몸에서 척추를 위시해서 뼈를 만드는 재료이다. 따라서 칼슘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에 걸리기 쉽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끼니마다 미역을 부지런히 먹도록 하자.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골다공증으로 나중에는 구부정한 노인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싫다면 더욱 미역을 많이 먹어야 한다.
미역은 노화를 막는 불로초(不老草)이다. 각종 미네랄, 특히 요오드가 많이 들어 있다.
또 미역에는 물에 녹는 특수 섬유가 들어 있어 피부를 더럽히는 독소를 말끔히 몸 밖으로 몰아내준다. 변비는 우리 몸에 독을 만들어서 피부를 망쳐버린다. 여드름, 기미, 주근깨는 다 변비의 독이 만든다. 섬유가 풍부한 미역, 콩, 현미, 깨 등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리지 않는다.
또 피부를 아름답게 하려면 비타민 A, B1, C, E 등도 필요한데 뜻밖에도 미역에 이들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다. 미역에는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 지질, 당질 등이 풍부하고 섬유, 미네랄, 비타민 등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미역에는 칼로리가 거의 없으므로 많이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어 다이어트에도 좋다.
미역을 약처럼 먹어 건강한 몸을 유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