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김치가 이겼다(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김치가 이겼다(2)

노르웨이 계통의 동네 사람들에게는 생선을 소금에 절여서 먹는 방법도 배우게 되었고, 이곳에 오랫동안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전통으로 만들어 굽는 쿠키 CLASS에 들어가서 각종 예쁜 모양의 맛있는 쿠키도 구워냈다.


내가 만든 쿠키는 멀리 시카고에 사는 나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선물로 보내지기도 했었다.

저녁에 밀가루에 다이스트를 넣어서 반죽해 다음 날 숙성을 시켜 아침에 빵을 구워서 아침 식탁에 올려놓으면 신선한 빵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며 갓 구워낸 빵은 엄청 맛있었다. 가끔씩 동네 사람들이 갖다 준 각종 야채와 고기들로 병조림(canning)을 만들어 겨우내 먹을 먹거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병조림으로는 토끼 고기, 사슴 고기, 때로는 동네 사람들이 잡은 곰으로 각 부위를 나누어서 고기를 병조림하여 우리에게 가져다주기도 했으며, 곰의 간(함께 공부한 웅담을 주기도 하고 곰고기로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는데 나는 그 웅담을 어찌 사용할지 몰라 시카고에서 놀러 온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고, 고기로는 별미로 요리해서 대접하기도 하였는데 친구들은 곰고기 맛보다는 곰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 온 다음 날, 같은 교회를 다니는 부부인 죠앤과 에이블이 우리 집으로 찾아왔었다.

미국에서는 남의 집을 방문하려면 미리 전화로 물어보고 방문한다는 원칙은 이곳에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동네 사람들은 지나가다 들렀다며 옥수수 딴 것도 가져오고, 감자가 너무 맛있게 잘 익었다며 잠깐 들르기도 하여서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 누가 별안간 들이닥칠 수가 있어서 늘 몸단장하고 있어야만 했다.


죠앤의 손에는 소시지 봉투가 들려 있었는데, 베니슨 소시지인데 맛있으니 먹어보란다.

그때 우리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며칠이 안 되어 집 안 정리가 안 된 상태여서 집안이 아직 어수선하였으나 사람들은 자기들과 모습이 전혀 다른 우리 가족이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지 우리를 환영한다며 연락도 없이 계속 드나들고(도시와는 상상이 안 되는 광경이었다).


여기는 작은 마을이고 모든 동네 사람들은 진짜 남의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도 알 만큼 서로의 교제가 있는 곳이다. 하여튼 죠앤은 우리를 환영한다며 베니슨 소시지(며칠을 먹고도 남을 만치의 양)를 선물로 주었고 우리 가족은 밥하고 샐러드 그리고 베니슨 소시지를 구워서 있는 식탁을 준비하여 며칠 동안 베니슨 소시지를 먹으면서도 질리지가 않았다.


소시지는 약간의 풀 냄새가 나는 듯하였으나 시카고에 살 때 가끔씩 사다 먹던 소고기 소시지와 별다른 맛이 다르지 않아서, 그리고 죠앤이 만든 소시지는 정말 맛있어서 평소에 고기를 잘 안 먹었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베니슨 소시지를 구워서 먹으니 우리 가족들이 얼마나 잘 먹든지!

며칠 후에 집 안 정리가 끝나고 죠앤이 다시 놀러 왔다.


이번에는 옥수수가 잘 익었다며 옥수수 한 바구니하고 잘 익은 토마토를 잔뜩 가지고 왔다.

한참을 죠앤하고 동네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죠앤이 나에게 물었다.

"Regina, How was benison sausage?"


나는 소시지이면 소시지이지 베니슨 소시지는 또 뭔가? 라고 궁금해하며 "Joann! What is benison sausage?" 베니슨 소시지가 뭐지?

죠앤은 너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그것은 deer meat(사슴 고기)로 만든 소시지란다.

죠앤의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위장은 메스껍기 시작하며 급기야는 죠앤에게 미안한데 나 급해! 


라며 화장실로 달려가며 며칠 전에 먹고 소화가 다 되어진 소시지를 토하려고 했으나 속에서는 신물만 나오는 것이었고, 그래도 무엇인가 꺼림칙하여 복통이 시작이 되었으며, 그로부터 연사흘간 복통과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배를 쓰다듬어야 했으며, 머릿속에 새겨져 있는 그 예쁜 밤비가 생각이 나서 한참을 죄책감에 시달려 며칠 동안을 징징거리며 눈물지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너희가 먹은 소시지가 사슴 고기로 만든 소시지라고 설명을 할 수 없었다.

어린아이들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사랑스런 밤비의 기억 망가뜨릴 수는 없으니까!

밤에는 뒷마당에 파슘(주머니쥐) 가족이 어슬렁어슬렁거리며 뒷마당을 산책하고는 했는데, 


파슘 엄마는 7마리의 아기 파슘을 등에다 올려놓고도 잘도 걸어 다니고는 했는데, 그 모습은 도시에서는 볼 수가 없었던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신선한 광경이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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