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김치가 이겼다(3)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김치가 이겼다(3)

언젠가는 집 뒷마당에 앞집의 닭을 몰살시킨 너구리 일당을 잡으려고 덫을 놓았는데, 며칠 동안 덫에는 너구리가 안 잡혀서 덫을 치우려고 한 날 낮에 덫 안에 무엇인가 갇혀있어 아이들과 아빠가 덫을 살펴보려는데, 덫 안에 있던 동물인 스컹크가 방귀를 뀌며 악취와 스컹크 오일을 분사하였는데, 덫을 들여다보던 남편


의 눈은 빨개져 눈도 못 뜨게 되었고, 5살 3살인 아이들에게도 스컹크의 방귀가 묻어 세 사람 모두 눈도 아프고 목도 잠기고 옷에서 풍기는 냄새는 그야말로 깨질 것 같이 아파서 그야말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었는데 ‘아! 이걸 어쩌지?’라 잠깐 고민을 하다 동네 사람에게 전화를 하니 무조건 집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단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세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와 목욕탕 안으로 진입 중인데, 세 사람이 벗어놓은 옷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냄새로 온 집안(방이 9개나, 얼마나 큰 집이었는데) 온 집안이 냄새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동네 사람 말로는 스컹크 냄새를 없애는 방법으로는 토마토 주스로 목욕을 하고 토마토 주스로 옷을 빨던지, 아니면 옷을 멀리 버리란다. 동네 분은 자기네 집에 겨우내 먹으려고 준비해 둔 병조림 토마토 37개를 급하게 싣고서 우리 집으로 와서 내려놓고는 갔는데, 아빠와 아이들은 목욕탕에 토마토 주스 37병을 쏟아 넣고 토마토 주스 목욕을 하는데, 세 사람이 토마토 빨간색을 뒤집어쓴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문제는 이미 스컹크에 노출된 옷을 입고 들어온 집안에서의 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겨울이라 문도 잠깐 열어놓았다가 닫아야 하는데... 집안에서는 직접 스컹크 오일이 묻은 옷이 잠시 있었는데(금방 비닐봉지에 싸서 멀리 갖다 버렸지만), 이미 집안은 스컹크 냄새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스컹크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지고 배어서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나는 큰 결심을 하였다.

그 지역에는 배추가 없어서 배추김치가 먹고 싶으면 그곳에서 5시간 운전해서 시카고에 가서 배추를 사와 김치를 담가 먹었는데, 그 아까운 배추김치를 다 과감히 꺼내어서 커다란 들통에 사흘 낮을 김치찌개를 끓여댔다.


우리 집 안 전체는 김치찌개 냄새가 가득했고, 동네 사람들은 우리 집에 오려다가 낯설고 코를 찌르는 김치찌개 냄새에 발을 돌려서 다시 자기 길로 가버리고는 했다. 결국 사흘 낮을 김치찌개를 끓여댔더니 집의 스컹크 냄새는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스컹크가 잠시 머물렀던 담벼락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록 스컹크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바깥으로 나가려면 코를 막고 다니곤 했다.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 보면서 예전의 추억들에 잠겨 보며 아름다웠던 감상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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