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각자의 소망이 존중받는 마지막 인사

전문가 칼럼

[아슬란 장례] 각자의 소망이 존중받는 마지막 인사

청개구리 엄마는 자신이 죽거든 냇가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러면 항상 말 안 듣고 반대로만 행동하던 청개구리가 산에 갖다 묻어 주리라 믿었죠. 그런데, 청개구리는 이번만은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겠다며 정말로 냇가에 묻어 드립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이 되어 개골개골 청승맞게 운다는,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이야기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고인의 뜻과는 정반대가 된 이 이야기는 고인의 뜻을 지켜 드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기게 해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 속에서는 종종 고인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장례가 치러지는 상황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장례에 대해 다양한 바람과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 종교적 신념, 가족과 사회와의 관계, 그리고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얼마 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내가 바라는 나의 장례식’ 설문조사는 이 다양성을 잘 보여줍니다. 20대는 ‘나’, ‘내가’, ‘나를 대변하는’과 같은 단어를 통해 개성 중심의 자율적인 장례를 원하며,

30대는 ‘쉼’, ‘자연’, ‘위로’와 같은 표현에서 지친 삶의 끝에서의 평안함을 바라고,

40대는 ‘추억’, ‘집’, ‘공감’을 통해 삶의 이야기와 정서적 연결을 소중히 여기며,

50대는 ‘가족’, ‘종교’, ‘교통이 편리한’ 등의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합니다.


60대 이상은 ‘남들처럼’, ‘전통’, ‘타인에게 번거롭지 않길’을 통해 조용하고 간소하며 예의 바른 장례를 희망합니다. 이렇게 세대마다 바라는 장례의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바람은 분명합니다. 나의 삶을 존중해주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는 이별이길 원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장례 문화는 이러한 바람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을까요? 아직도 많은 장례식이 ‘형식’에 치우치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정한 장례는 고인의 삶을 담아내고,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청개구리처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가족들도 그 바람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더욱 자리 잡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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