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열심(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열심(2)

<지난 호에 이어>

힘이 빠지고 지쳐 있던 나에게 이분의 전화 한 통은 목마른 나에게, 지쳐 있는 나에게 정신을 차리게 하는 생명의 전화였다. 요 몇 주째 아주 많이 지쳐 있었다.

특별히 봄철이 되면 모두들 기지개를 펴고 좋아하는 날씨인데, 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하니 꽃가루가 날리는 철이라 숨을 쉬기가 불편하다.


(천식이 있다.) 마스크를 써도 잠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할 때 들어오는 꽃가루 때문에 잔기침을 달고 살게 된다.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감사하지만 나도 가끔은 투정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히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만사가 힘들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기면 온몸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목이 잠기며 눈이 충혈되고, 손과 발이 아프다. 지난주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감기도 아니고, 몸살도 아니었다.


알레르기로 인해 모든 몸 상태가 꽉 막힌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가 무거워서 그냥 비워졌으면 싶었다.

이럴 때는 잠도 설치고 음식 맛도 모르겠다.

머릿속엔 온통 “케이스” 생각뿐이니까.


오랜 시간 소셜 워커로, 카운슬러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도 나는 일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어쩌면 일의 경계가 나에게는 더 필요한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


누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누가 슬프면 나도 슬프다.

어렵고 힘든 사람, 괴로운 사람 때문에 나도 힘이 든다.

이런 나에게 직장 동료는 이렇게 말한다.


“Regina! When you’re done with your job, get away from there without thinking.” (레지나, 사무실을 떠나는 순간 일을 잊어버려야 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게 실천이 쉽지가 않다.

나는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성격이다.


그런데 나를 찾아와 하소연하고 속상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어릴 적, 나의 엄마는 주위의 어려운 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셨다. 어떤 이는 말없이 집에 있는 물건들을 가져가기도 하였다.


그러면 집안 식구들이나 주위 분들이 그 사람들을 비난하고 욕을 하곤 했다.

어쩌다 그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 사과를 하면, 그럴 때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사람들은 믿어줄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가 믿고 기다려주면 분명히 돌아온다. 


사람은 실수에서 무엇인가 배울 준비가 되어 있으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We make progress if and only if we are prepared to learn from our mistake.”

나는 부족한 사람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자격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내게 장점이 있다면 “열심”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심은 나에게 축복이다.

그 “열심” 때문에 나는 행복해진다.


“열심히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으로 일한 것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와도 행복할 수 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도우면서 문제가 해결되어 가는 데서 점점 더 행복해지는 그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번 나에게 마찬가지의 일이 주어지겠지만, 나는 세상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열심”으로 할 것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세상도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