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장례지도사가 행복한 이유
죽음과 가까운 일을 하다 보면,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귀한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마주하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장례와 관련된 일을 무겁고 어둡게만 생각하지만, 정작 이 일을 하며 제가 가장 자주 목격하는 것은 감사와 기쁨의 순간들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제가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물은 뒤, 장례지도사라고 하면 잠시 멈칫합니다. “무섭지 않으세요?” “우울하지 않으세요?” 이런 반응은 아주 익숙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죽음과 슬픔에 가장 가까운 일을 하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아니요, 오히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더 깊이 느끼며 삽니다.”
장례식장에서 오가는 말은 다릅니다. 삶의 일상에서 하는 말은 때로는 가식적일 수 있고 빈말과 잡담도 많지만 죽음을 앞둔 자리에서는 그 어떤 미사여구 없이 진솔한 이야기만 들립니다. 삶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자리에선 진실이 드러납니다. 평소에는 무심코 흘려보냈던 말들, 가볍게 여겼던 관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장례를 통해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다짐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더 진심으로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살맛이 나고, 삶에만 급급하면 오히려 죽을 맛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삶에 쫓기듯 살아가다 보면 정작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잊곤 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이 일은 저에게 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또 한 가지, 장례식에서 보게되는 눈물은 단지 슬픔의 표현만이 아닙니다. 어떤 이의 말처럼, 그 눈물은 고인과의 관계에서 남은 후회의 무게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덜 슬퍼지는 길은 분명합니다. 옆에 있을 때 잘해주는 것. 함께 있을 때 사랑을 말하고, 감사를 표현하고,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삶. 그렇게 산다면 마지막 이별 앞에서도 우리는 후회 대신 따뜻한 기억과 미소로 고인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장면을 수없이 지켜보면서 저는 더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고 더욱 사랑하게 됩니다. 장례지도사의 길은 힘들고 고된 일일 수 있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깊은 울림이 있는 길입니다. 죽음을 가까이하는 이 일 덕분에 오히려 삶을 더 빛나게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에, 저는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걷습니다. 그래서 장례지도사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