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건망증(健忘症)과 치매(癡呆)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건망증(健忘症)과 치매(癡呆)

예전에는 사람들이 무언가 생각이 안 날 때 "나 건망증인가?"라는 말을 자주 해왔는데, 최근에는 "나 치매인가?"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건망증과 치매는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다.

건망증과 치매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증상이다. 건망증은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지만, 치매는 기억력과 함께 전반적인 인지 능력(認知能力)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건망증은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기억하고 있는 것이 많아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했을 때 생긴다. 뇌가 기억할 수 있는 한도보다 많은 정보를 기억해야 할 때 건망증이 나타난다. 건망증의 경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외에 다른 인지 능력은 모두 정상이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정보를 저장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잊은 기억에 대한 힌트를 주면 곧바로 기억할 수 있다. 단순한 뇌 용량의 문제이므로 질병은 아니다.


가령 <토마토>란 말이 금방 생각 안 날 때 누가 옆에서 "왜 둥글고 빨간 감처럼 생기고 달지 않고 여름에 여는 과일"이라고 힌트를 주면 "아! 그거, 토마토!"라고 기억을 되살릴 수가 있다.

냉장고에 있는 고춧가루를 꺼내러 와서 문을 열고 한참을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가서 찌개가 끓는 것을 보고 생각이 나는 건 건망증이다. 끓는 냄비가 힌트이다. 건망증은 전화기를 냉장고 속에 넣어 두거나, TV 리모컨을 옷장 속에 감추는 일은 없다. 그건 치매이다.


치매(癡呆, Dementia)는 뇌의 인지 기능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또한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 능력 장애와 현재의 날짜, 계절, 시간, 장소를 파악하지 못하는 지남력(指南力) 장애, 자기의 이름, 나이, 생일, 젊었을 적 직업, 전공, 출신학교 같은 것들도 잊어버려서 곤란을 겪고, 가족, 친척, 지인, 친구 같은 가까운 사람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후천적 다발성 질병이다.


한자어 ‘치매’는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 곧 어리석음이라는 뜻 두 개가 겹쳐 있는 부정적인 단어이다. ‘노망(老妄) 들었다’, ‘망령(亡靈) 들었다’는 속어도 치매를 뜻한다. 대한민국도 80세 이상 고령 노인 중 약 40%가 치매 환자라 할 정도로 그 비율이 높다.


한편 치매는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상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이 뇌에 쌓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혈관성 치매, 이상 단백질이 쌓이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가 있다. 치매가 생긴 경우 기억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떨어져 식사, 용변, 목욕, 옷 입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건망증과 달리 기억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힌트를 아무리 줘도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아들이 와서 인사해도 몰라본다.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저예요! 어머니의 아들!"이라고 몇 번이나 해도

"아저씨! 댁은 누구슈?" 한다. 옆에서 아들 이름을 대고 설명하고 힌트를 주어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계속 댁이 누구시냐고 묻는다.


치매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무서운 질병이다. 금방 밥을 먹고 또 밥 달라고 하고, 반지를 변기 속에 버리고는 며느리가 훔쳐갔다고 도적년이라고 욕하고, 한 말을 또 하고 자꾸 한다. 변(便)을 아무 곳에나 누고 그것으로 벽에 지도를 그리는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니 별별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치매는 초기 단계에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는 있다. 건망증은 질병이 아니어서 예방할 일이 없지만, 치매는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만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평소 혈관 건강 관리를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콜레스테롤 등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또한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걷기, 달리기, 수영 등 다양하다.


맨손체조를 매일 계속하는 것도 좋다. 전신운동이기 때문이다. 담배는 심폐 기능을 저하시켜 혈관성 치매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치매 예방에는 고스톱(go stop)이 효과가 있다. 처음 고스톱(화투)을 배울 때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또한 판이 돌아가는 상황 분석에 익숙하지 않아서 분석에 시간을 많이 사용하는 초기에는 치매에 도움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고스톱이 익숙해지면 고스톱을 할 때 뇌의 사용이 낮아져서 치매 예방과 무관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답답함, 막막함을 발생시킬 정도의 도전과 난도(難度)가 있어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익숙해지면 변수가 적어지는 게임보다 매번 머리를 써야 하는 복잡한 게임이 더 좋다. 


따라서 오히려 서로 간의 심리전이 주가 되는 상황마다 자신이 패배할 수 있는 경우의 수(數)와 승리할 수 있는 경우의 수(數)를 생각하며 머리를 써야 하는 바둑이나 마작이 더 낫다.

운동을 하고, 모임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좋다. 치매 예방에 제일 안 좋은 것 중 하나가 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TV만 보는 것이다. 


TV를 계속 멍하게 본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 우울장애도 쉽게 걸린다. 이건 노인(老人)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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