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칼럼] 여름 텃밭 농사

전문가 칼럼

[이성수칼럼] 여름 텃밭 농사


지금의 절기는 망종(芒種, 6월 5일)과 하지(夏至, 6월 21일)를 지나 성하(盛夏)의 시즌으로 줄달음치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푸르다 못해 검은 녹음, 긴 낮과 짧은 밤, 여름 텃밭 농사일도 점점 바빠지고 있다.

절기(節氣)를 잘 알아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절기는 보름 만에 돌아온다. 


1년에 24절기가 있는데 양력으로 치면 하루이틀 차이가 나지만 매년 거의 똑같은 날짜이므로 외우기가 쉽다. 예로부터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芒種)이다"는 말이 있고, 보리 베기와 모내기가 겹쳐 몹시 바쁜 때이다. 망종과 하지의 절기에 텃밭에서는 보리차(茶)용으로 심은 보리와 완두콩, 마늘, 하지감자를 수확한다. 모두 새로 농사 지어 수확하는 햇농산물들이다.


옛날에는 이때쯤 긴 보리고개를 어렵게 넘기고 햇감자, 햇완두콩, 햇보리를 먹게 되는데 감자와 보리는 탄수화물은 많지만 단백질의 함량이 적다. 하지만 완두콩은 콩 중에서 단백질이 23%나 가장 많이 들어 있어 감자나 보리밥에 섞어 먹으면 질 좋은 단백질의 공급원이 되었다. 또한 완두콩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2월 중순에 파종하면 5월에 꽃이 피고 6월에 먹을 수 있다. 콩 중에서 가장 일찍 먹는다.


감자는 하지 때 캐어 먹음으로 <하지 감자>라 부른다. 마늘도 하지가 지나 10일 후에 캔다. 수확 15일 전에 마늘 통 근처 흙을 파내어 주면 마늘통이 훨씬 굵어진다. 그 이유는 마늘통이 굳은 흙 때문에 크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상추는 여름 한철 쌈으로 즐겨 먹는 채소이다. 씨 뿌린 지 2개월 후부터 뜯어 먹을 수 있다. 


상추는 물을 좋아하므로 건조하지 않도록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한 포기에서 25장을 뜯어 먹으면 꽃대가 나와 그 이상 수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상추를 여름 내내 가을까지 먹으려면 5월 중하순에 <여름 상추>를 늦게 파종하면 한여름 7월 중순부터 가을 서리 오기 전까지 싱싱한 상추를 계속 먹을 수 있다.


여름은 오이, 호박의 세상이다. 서늘한 날씨가 화씨 75도, 85도, 90도의 더운 온도로 상승하면 오이, 호박, 고추, 가지가 널찍한 잎을 자랑하며 자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고추, 호박, 오이, 가지 중 해마다 같은 장소에 심으면 작물에 따라 연작(連作: 이어짓기)의 피해를 입는다. 피해란 성장이 부진하며, 현저히 수확량이 감소하고 뿌리가 썩어 말라 죽는다.


피해가 없는 작물은 호박, 무, 양파, 양배추, 옥수수, 당근, 마늘, 딸기, 미나리 등이고 1년 이상 심지 말아야 할 작물은 쪽파, 시금치, 상추, 콩, 2년 이상은 참깨, 감자, 오이, 땅콩, 3년 이상은 고추, 참외, 쑥갓, 가지, 피망, 토마토, 강낭콩, 생강 등이고 특히 담배는 5년 이상을 심지 않고, 인삼은 한 번 심은 곳에는 영원히 다시 심지 않는다. 연작의 피해가 그만큼 대단하기 때문이다.


호박은 연작의 피해가 전혀 없다. 그래서 호박 농사가 쉽다.

오이가 한창 자라 첫 오이가 열리는 때 갑자기 시든다. 물이 부족한 줄 알고 곧 물을 흠뻑 준다. 그래도 시들어 결국 죽고 만다. 첫 오이를 만지며 아까워한다. 오이를 친아들처럼 사랑하는 농부로서 마음이 얼마나 상할까.


호박은 개량 마디호박을 심는다. 거죽과 속이 파랗고 맛도 일품이다. 호박잎이 5~6매로 자라면 순을 집는다. 일주일쯤 지나면 잎 사이에서 어린 <새 곁순>이 여러 개 나온다. 그중 가장 튼튼하고 실한 순 2개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다 따 버린다. 그러면 한 포기에 두 줄기의 호박이 자라게 된다. 


잎 사이에서 나오는 곁순은 전부 따버려야 한다. 곁가지 순을 그냥 두면 거기에도 작은 호박이 맺어 수세(樹勢)가 분산되고 충실한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 5포기의 마디호박만 심어도 한물질 때 한꺼번에 20개의 애호박을 딸 수 있다. 어떻게 해서 20개를 딸 수 있느냐 하면 한 포기에서 두 줄기가 뻗고 줄기마다 쌍둥이 호박이 2개씩 모두 4개가 열리기 때문에 4개 × 5포기 = 20개의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예쁜 애호박을 수확할 수 있다. 


한 호박 줄기에서 똑같은 크기의 호박이 2개 쌍으로 열리는 것은 개량종 마디호박뿐이다. 그리고 호박꽃이 필 때 기온이 화씨 50도(10도 C) 미만이면 벌이 오지 않아 호박이 맺지 못한다. 이런 때는 수꽃의 꽃가루를 붓에 묻혀 암꽃에 발라 인공수정을 해주어야 한다.


들깨모를 심어 잎을 따 먹자. 들깻잎에는 시금치의 2.5배의 철분이, 칼슘은 우유의 1.5배나 들어 있어 빈혈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하니 부지런히 따 먹자. 지금은 들깨(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잎을 따기 위해 재배하고 있는 농가가 많다. 크고 널찍한 들깻잎을 많이 따려면 곁순을 따주어야 한다. 또 지금은 보통 들깻잎보다 훨씬 크고 소담스러운 들깨씨를 따로 팔고 있다.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열무이다. 씨 뿌린 지 20일이면 연한 열무를 수확할 수 있어 맛있는 무공해(無公害) 열무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다. 잘 익은 열무김치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또 유산균의 번식을 도와 발암성 물질을 흡착하여 배출하므로 대장암을 예방한다고 한다.


물을 자주 주어 연한 김치용 열무를 심어 먹자. 어려서 먹던 콩밭 열무김치 생각이 난다. 콩밭에 열무씨를 듬성듬성 뿌려두면 연한 열무를 뽑아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었다. 여름 식단의 제일 인기는 역시 열무김치이다. 오직 열무김치 한 가지만 놓고 밥을 먹어도 되었다.


입하(立夏, 5월 5일)가 지나면 쪽파는 잎이 누렇게 변한다. 잎과 줄기가 누렇게 변하면 다 영글었다는 신호이니 물을 주지 말고 내버려 두었다가 잎과 줄기가 더 마르면 캐어 그늘에 말려 보관한다. 만일 마르다고 물을 계속 주면 쪽파가 다시 파랗게 자라 씨(종자)의 역할을 못한다. 그늘에 보관한 쪽파는 입추(立秋, 8월 7일)가 지나면 심어야 한다. 


가을 김장용으로 쓰인다. 쪽파 대신 대파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김장 맛을 좌우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입추 절기(8월 7일)가 되면 더워도 김장용 무, 배추와 쪽파, 시금치, 봄동(하루나), 갓, 마늘 등 가을 채소를 파종해야 한다. 더위도 물러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을 텃밭 농사일은 어김없이 절기에 따라 또 시작된다.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