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그리운 오빠(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그리운 오빠(2)

<지난 호에 이어>

그런데 나는 집에서 멀찌기 떨어져 갔다고 해도 항상 막내오빠의 레이더에 걸려 들었다.

오빠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오빠가 나를 찾아내면 나는 주머니에 남아 있는 사탕 몇 개를 오빠에게 주곤 했다.


오빠는 사탕을 절대로 강제로 뺏지 않았었다.

항상 협상을 하였는데, 어느 날 내가 갖고 있는 사탕을 주면 다음에 내가 준 사탕보다 더 많이 준다고 하여서, 단것에 눈이 먼 나는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다 내어주곤 하였다.


오빠는 함께 다니는 친구들에게 사탕을 하나씩 던져 주며 선심을 쓰곤 했다.

그때 오빠는 골목대장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사탕을 다 빼앗긴 나는 오빠의 두 배로 사탕을 준다는 공약을 믿고서 며칠을 지내 보지만, 빼앗긴 사탕의 소식은 더 이상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오빠는 나를 불러 “막내야! 오빠가 엄마가 숨겨 놓은 설탕이 있는 곳을 알았으니까 우리 함께 엄마 몰래 덜어서 ‘달고나’ 해 먹자”고 나를 꼬드겼다. (달고나는 국자에 설탕을 넣고 끓여서 나중에 소다를 넣으면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간식거리이다.)


신이 난 나는 오빠의 말을 믿고 광 속에 따라 들어가니, 오빠는 커다란 숫가락 한 숟갈(밥숟가락보다 조금 더 큰)에 설탕을 듬뿍 퍼서는 “막내야 자! 입 벌려! 아—” 하고—

나는 오빠가 시키는 대로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고개까지 뒤로 젖혀 가면서 (설탕의 단맛을 기대하며)…


잠시 후 오빠가 내 입속 깊숙이 넣어 준 숫가락에 있던 설탕은 설탕이 아니라 곤소금이었다.

광 속은 조금 어두워서 곤소금과 설탕을 구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곤소금을 큰 숟가락으로 가득히 입 안으로, 목젖까지 절여진 나는 목이 메어 컥컥대고 눈물이 범벅된 나의 컥컥대는 소리에 광 속으로 오신 엄마는 우리 둘을 발견하고 광 속으로 들어와 이유를 알자마자 나를 데리고 수돗가로 데리고 나가 목 속을 찬물로 몇 번씩 씻긴 후에, 오빠를 팰 요량으로 대나무를 찾아서 “어디, 이 자식 어디 있어?” 하고 쫓아나갔지만 오빠는 이미 줄행랑을 놓았다.


그날 저녁 오빠는 엄마의 체벌이 두려워 밤이 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서, 오빠가 걱정이 된 나는 엄마를 붙잡고 “오빠가 안 들어온다”고 눈물 콧물 흘리며 오빠를 찾아야 한다고 사정을 하였다.


엄마와 나는 오빠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다녔으나, 오빠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집으로 들어오니, 오빠는 언제 들어왔는지 이미 저녁까지 뚝딱 해치우고 이불 속에 들어가 꿈나라를 여행 중이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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