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란 장례] 미래의 장례 문화를 예측해 보다
장례의 절차와 방식이 점점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슬픔이 줄어들거나, 고인을 덜 그리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현대인의 삶은 더욱 실용적이고 간편한 것을 지향하고 있고, 새로운 세대일수록 전통적 관습에 얽매이길 꺼려합니다.
변화는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지만, 지난 30여 년간 우리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활 전반에서 전례 없는 혁신을 경험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AI와 로봇 기술이 그 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장례 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예전에는 정장을 입은 중년의 장례 지도사가 차와 커피를 내오며 유가족을 접견실로 안내하던 모습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그 풍경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신, 티셔츠를 입은 젊은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유가족과 채팅을 나누고, 서류 서명과 결제는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장례 일을 해 오면서 늘 놀라는 점은, 많은 유족들이 직접 만나 상담하는 것보다는 전화나 이메일로 모든 절차를 끝내길 원한다는 사실입니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유골조차 ‘불편하다(inconvenient)’는 이유로 우편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문화에 익숙한 제게는 여전히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는 장면입니다.
최근 미국 최대 장례 기업 중 하나가 AI 장례 지도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실제 인력이 아닌 인공지능이 유족과 소통하며 장례를 진행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80년대 이후 출생한 이른바 MZ세대는 사람보다는 기계와 소통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사람은 감정과 성격이 다르고, 말투나 억양 때문에 오해가 생길 수 있지만, AI는 언제나 친절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유족의 요구에 명확히 대응해 준다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위로와 상담의 영역까지 AI가 넘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작은 접촉사고를 낸 제 아들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이 너무 울적해서 챗GPT랑 대화했는데, 그게 제일 위로가 됐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올해로 제 나이 예순.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가는 길에 나 역시 AI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문득 스쳐갑니다. 그저 상상일까요, 아니면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현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