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칼럼] 여름의 추억
동부, 서부 등 이상 기온 현상으로 미 전역의 다양한 여름이 흘러가고 있다.
전국 역대 일일 최고 기온 경신, 서부는 역대급 추운 여름이라는 이상 저온 현상이라고 하지만 방학, 휴가 중인 이 시기는 그나마 몸과 마음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아닌가 싶다.
'더워 못 살겠다'고 말하고 있는 이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비가 지겹다고 말한 이들이다.
더위를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 여름휴가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햇빛이 강한 여름의 햇살을 몸과 마음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공바람에서 벗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며 더위를 이열치열로 느끼는 일도 필요하다. 땀을 더 흘리게 되면 몸속의 나쁜 열과 기운을 발산하고, 면역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덥다고 짜증 내지 말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여름을 즐겁게 누려야 한다.
에어컨 바람에서 벗어나 가까운 자연 속 공원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즐기는 일도 작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원두막에 옹기종기 앉아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이겨낸 한국의 옛 추억이 생각난다.
자연의 천국인 이곳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곳이 원두막이라고 상상한다면, 추억 속 원두막은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피서를 위해 시냇물에 머리 감기, 계곡물에 발 담그기, 대청마루에서 시원한 바람 쐬기 등으로 차분히 여름을 이겨냈다. 그 옛날 어릴 적 여름방학 때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대청마루에 앉아 수박과 참외를 깎아 주시던 추억은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추억은 영원하다.
무더위에도 그때의 추억을 생각하면 시원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에어컨도 없었던 시절에 오히려 '더워 죽겠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훨씬 시원한 여름을 보낸 이유는 '함께'라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은 경험이 아니라 기억이라고 한다.
추억을 상상만 해도 시원한 여름이 연상되는 것처럼 방학을 맞은 자녀들에게도 덥다고 냉방이나 찬 음식들로 상황을 모면하지 말고, 무언가 오손도손 함께 여름의 시작을 즐길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일도 연휴 중 포함시켜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이 대청마루에 앉아 참외와 수박을 즐기는 추억은 없더라도 또 다른 시대의 추억을 하나쯤 가족, 지인들과 심어준다면 좋지 않을까. 휴가를 다녀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지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하지만, 단 하루를 쉬어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면 불현듯 언제라도 웃음 짓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작 대청마루에서 참외만 까먹어도 시원함을 느낀 예전과 지금은 모든 여건이 좋은 휴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만큼의 즐거움과 지친 마음의 풍족함을 채우지 못하는 느낌은 왜일까.
한 번쯤 휴식에 대해 점검하길 바라며 남은 여름 행복하게 보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