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사람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사람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2)

<지난 호에 이어>

아니, 아이가 문제 없이 잘 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엄마가 놀래서 “너 괜찮은 거야?”라고 물어 대니 이미 엄마의 상태를 파악한 손녀는 이때를 기회로 평소에 엄마가 주지 않던 막대사탕을 협상으로 건 거죠.

“엄마, 나 막대사탕 먹으면 혓바닥이 약간 간지러운 것이 없어질 거야!”


물론 지금까지 내가 얘기한 것은 한 사건이고요.

그 외에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다 얘기를 할 수는 없고 한 가지만 더 얘기를 하면 고등학교 2년 때 즈음인가 학교에서 프로틴 인더스트리(고기가 가공되기…)라는 다큐멘터리를 학교에서 보여 주었나 봐요.


딸아이는 그때부터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며 고기 종류를 입에 대지를 않았죠,

아무래도 아이가 키가 크려면 고기에서 필요한 프로틴이 필요한 때인데 본인이 고기 종류를 거부하니 우리도 어쩔 수가 없이 그 아이의 성향을 받아들이곤 했지요.


아마도 채식주의는 딸아이가 대학을 마치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딸아이는 본인만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가족들)에게도 왜 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가? 그리고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동물 학대범이라는 소리까지 서슴없이 하고는 했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부부는 그냥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가끔씩 불고기도 해 먹고 치킨도 튀기기도 하면서 육류도 먹고는 했는데

그렇게 자기가 주장하는 채식주의에 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 “엄마 아빠가 그렇게 육식을 하면(우리는 한 달에 서너 번 정도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는 했는데) 이제 곧 고기를 먹음으로써 생기


는 성인병에 걸려서 삶의 질이 나빠져 버릴 수가 있고 급기야는 성인병으로 인하여 온갖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며 설법을 하기를 시작하는데 워낙에 딸아이가 한 번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 같아서 우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히 들어 넘기고는 했는데

그리고 우리 부부도 고기를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날도 손녀가 우리 집에 와서 저녁 반나절을 우리 부부와 잘 놀고 아침에 미역국(고기 국물을 내려서) 자기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고기를 먹으면 무슨 큰일이 생기는 것처럼 세뇌가 되어진 손녀는 밥상 앞에 차려진 소고기 미역국을 훑어보더니 고기가 안 보이니까


미역국을 먹으면서 맛있다며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식사를 잘 먹는데 함께 식탁에 있던 잔멸치를 기름에 달달 볶아서 약간의 단맛을 내기 위해 몽크프루트 파우더(우리 집은 설탕을 안 쓴 지가 오래되거든요) 설탕 대신 자연식품으로 당이 오르지 않은 몽크프루트 파우더를 사용하는데 이날도 아주 잔멸치를 프라이팬


에 올리브유를 넣어 바삭하게 구워서 놓고 몽크프루트를 넣고 휘휘 저어서 깨소금을 듬뿍 넣어서 상에 올려놓았더니 미역국, 밥 그리고 김, 백김치 등으로 아침밥을 먹던 손녀가 우리 부부가 맛있게 먹는 잔멸치볶음을 먹고 싶어하며 먹는다고 하길래 잔멸치를 먹어도 된다고 하였더니 잔멸치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문제가 생긴 것은 그로부터 다음 주 토요일 아침에 어떻게 된 것인지 몇 년간 채식주의만 고집하고 고기를 먹는 우리 부부를 야만인 취급하며 고기를 먹으면 온갖 성인병이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을 것 같이 우리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던 딸아이가


우리 밥상에 있던 고기로 끓이던 미역국도, 맛있게 구워 놓은 갈비도 먹기를 시작하는데 영문을 모르는 우리 부부는 ‘이게 뭔 상황?’이라는 표정이 되었으나 딸아이하고 부딪치기 싫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나 보네! 이젠 고기도 먹네!”라며 그냥 넘어가는 상황이었는데


금요일 저녁에 딸아이를 우리 집에다 맡겨 놓고 딸아이 부부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토요일 아침 느지막하게 10시경 우리 집에 딸아이를 픽업하러 온 딸아이가 따지기 시작하는 것이예요.

“엄마, 왜 나하고 상의 없이 멸치를 아이에게 먹였냐구?”


이때에는 나도 열이 받히는 것을(아니 딸아이 부부 하루 밤 푹 쉬라고 손녀딸아이 하룻밤 맡아 베이비시터해 주는 엄마 아빠(우리 부부도 아직은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나타나자마자 왜 멸치를 상의 없이 먹였냐고 따지는 딸아이가 너무 괘씸해서


“그래! 음식을 잘 먹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감사할 일이지 그게 뭐가 문제라고 밤새도록 아이 잘 보살펴 주고 아침 식사 잘 먹이고 너한테 벼락을 맞느냐고” 조곤조곤하게 얘기를 하니 딸아이는 “엄마는 나하고 일단 상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렇게 자기 식대로 하면 안 된다”며 항의를 해 오는데…


아무튼 고등학생부터 지속적으로 채소만 고집하던 딸아이가 자주 피곤해하고 늘 감기와 몸살로 살던 딸아이가 의사의 권유대로 필요한 동물성 프로틴을 조금이라도 먹어야 근육이 빠지지 않고 기력이 생긴다는 의사의 권유로 채식주의자에서 일반식으로 바뀌어졌단다.


이런 얘기를 사위를 통해서 듣게 되었단다.

딸아이는 왜 자기가 고기를 먹게 되었는지를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을 보니 아마도 주구장창 채식만을 주장하며 고기를 먹는 우리 부부나 동생들을 야만인 취급을 하며 무시하던 자기의 행동이 부끄러웠던지 아니면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그냥 그렇게 지나갔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을 가슴에 누르고 지내온 00씨 부부가 이제는 속이 터져서 딸아이가 한마디 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속으로 참다 보니 혈압도 오르고 없는 당까지 생기니 그리고 어디에 가서 얘기를 하면 부끄러운 이야기라며

속이 터질 것 같아서 물어왔다.


“선생님, 어찌 생각을 하세요?”

“네, 어머님. 딸아이가 자기 성격대로 남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통제가 안 되면 화가 나는 것이겠지요. 본인이 잘못된 것을 알고 고치려고 하기 전까지는 아마도 고치기는 쉽지 않을 성싶네요.

그냥 상관 마세요.


이제는 딸아이가 성인입니다.

그 성인한테 비슷한 성인이 잔소리를 하면 이미 머리가 커버린 딸아이는 화가 날 겁니다.

자기 말을 누군가에게 했는데 안 들어?


그것도 어려운데 나를 가르치려 들어?” 라는 사고방식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자, 이제부터는 딸아이가 손녀를 보아 달라고 하여도 두 분이 할 수 있을 때만 하세요.

두 분도 아직 일을 갖고 계시고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쉬셔야 하니까요?


딸이 요구하는 것을 “노우”라고 대답하시는 횟수를 늘리세요.

사람이 바뀌지 않습니다.

누구나에게 ‘성향’(tendenc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타고난 성격이거나 습관이나 유전적인 것들이겠죠.

아무리 본인이 낳은 자식이라도 내 맘대로 되지를 않죠.

그냥 내버려 두세요.


본인이 그렇게 과민 반응하는 것이 남에게 불편함을 만들겠구나! 깨닫기 전에는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 부부는 나에게 물어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부부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되 부부가 힘들게 희생하지 말고 자식들에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마세요?

남들이라고 생각하세요.

내가 낳은 남들이라고요!

그러려면 부부가 힘을 모아서 한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낳은 남들 같은 게 자식이라고요!

기대를 버리면 부부의 혈압도 내려갈 거고 당도 내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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