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시애틀 깡다구 수잔(1)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시애틀 깡다구 수잔(1)

퀸앤 소재 헬스센터에서 메시지가 몇 번 왔는데 메시지를 열어보니 내용은 없다. 메시지를 열어보아도 내용은 없고 “Regina, please call back to us?”라는 내용뿐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이어서 직접 당사자에게 얘기해야 하거나, 아닐 경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유로 우리가 만나는 고객들에 대한 신상 확인일 것이다.


이 헬스센터는 퀸앤 언덕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건물이 자리 잡은 곳이 어찌나 경사가 심한 곳에 자리 잡았는지 운전하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특별히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시애틀은 이곳을 찾아가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헬스센터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운전을 하면서 급경사진 언덕을 올라갈 때는 온몸이 긴장되고 온 정신이 집중되어서 운전하게 되는데 나는 이곳에 갈 때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했다. 

아니,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이 중범죄자들도 아니고 몸과 정신이 불편해서 입원해 있는데, 마치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장소처럼 왜 이렇게 왕래가 힘든 곳에 자리를 잡게 해서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애를 먹게 하는지….


이곳 헬스센터를 가려면 다운타운에서 노스 오로라 길을 타고 가다가 덱스터 길로 돌아서 언덕으로 올라가 급경사진 도로를 내려가야 하는데, 운전하는 데 별문제가 없는 나도 이곳에 갈 때면 온몸이 어찌나 긴장을 하였는지 이곳을 다녀온 저녁에는 온몸에 긴장이 풀려서 다리에 쥐가 나고 덜덜덜 떨리기조차 하여 잠을 설치곤 하였다.


그래서 되도록 이곳에 가는 일은 다른 카운슬러와 같은 볼일을 만들어 함께 가면서 동행을 하며, 차 운전을 되도록이면 안 하는데 그렇게 가기에도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내 고객하고 주로 전화 상담을 하곤 했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는 이 헬스센터는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노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밖에서 방문 오는 사람들의 방문을 막고 전화로만 면담을 하게 하여서 한동안, 아니 거의 1년간 이곳을 갈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이곳 헬스센터는 우리에게 매주 화면을 보고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상담을 마련해 주었었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나서 매주 나와 수잔은 이곳에서 주선해 준 화면 상담을 하곤 했는데, 거의 10개월 전부터는 수잔이 누운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어서 우리의 화면 상담은 전화로 상담을 하게 되었고, 수잔이 몸이 쇠약해져 전화 상담도 할 수가 없어 몇 개월 동안은 수잔을 담당하던 담당 간호원과 연락을 했는데 그곳에서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그마저도 못하게 된 지가 3개월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이곳에는 나의 고객이었던 ‘시애틀 다운타운 깡다구’ 수잔이 살고 있었다. 왜 수잔을 시애틀 다운타운 깡다구라고 부르냐고? 수잔은 키가 겨우 5피트 되는, 여리고 가냘픈, 그리고 겨우 뼈만 남은 것 같은 몸을 가진 아주 작은 백인 여자였는데, 시애틀 노숙자들 사이에서는 수잔의 얘기를 들으면 모여 있던 노숙자 그룹들이 흩어져 버리곤 하였다. 물론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그룹들의 이야기들이다.


수잔은 하얀 피부에 푸르고 파란 눈을 가졌고, 지금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무게에 지쳐 예전의 미모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수잔의 예전 사진을 보면 무척이나 외모가 아름다웠던 여자였다.

수잔이 내 케이스가 된 것은 수잔을 담당하던 직원이 다른 프로그램으로 이직하고 난 후인 6년 전 일이었다. 


그때 수잔은 오랫동안의 거리의 삶을 청산하고 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이 그룹홈에는 76가구가 있었고 한 사람이 모두 각 개인 스튜디오에 머물며 아침과 저녁 식사는 그룹홈에서 제공해 주고, 나머지 점심은 거르거나 아니면 도네이션하는 그룹들이 와서 음식을 서빙해 주곤 했었다(팬데믹 이후로는 봉사자들은 아무도 못 들어가지만).

<다음 호에 계속>


0 Comments
제목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