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칼럼] 시애틀 깡다구 수잔(2)

전문가 칼럼

[레지나칼럼] 시애틀 깡다구 수잔(2)

<지난 호에 이어>

수잔은 이곳 그룹홈에서도 ‘막가파 언니’로 통하였는데, 수잔이 보여지는 모습과는 아주 다르게 성질이 못되고 사나워서 웬만한 이곳 거주자들은 이 악독한 수잔과의 부딪힘을 피하기 위하여 모두들 슬슬 피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장대같이 키가 큰 6피트 7인치의 백인 상이군인 00도, 그리고 몸무게가 300파운드가 나가는 00도 바짝 마른 수잔이 나타나서 한마디 하면 모두들 슬슬 그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며 어떻게든 안 부딪치려고 하는 광경들을 연출하였다.


내가 수잔의 케이스를 담당하게 되고 수잔을 방문하는 첫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수잔이 머무르고 있는 3층의 수잔의 방을 찾아 노크를 하는데, 안에서 대답이 없다. 대답이 없어서 몇 번을 더 노크한 후에 수잔은 방문 저 너머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지금 내가 자는 중인데 왜 깨우느냐고?


시간을 보니 시계는 아침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터라, 나는 우선 미안한데 지금 시간이 10시 정도라서 네가 일어나 있을 줄 알았다고 답하니 수잔은 소리를 치며 ‘너 누구냐?’고 묻는다. 나는 “나는 새로운 카운슬러인데, 너의 담당자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였기에 앞으로는 내가 네 케이스를 담당한다.”


라고 설명을 해 준 후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게 한 후에 겨우 문을 열더니, 수잔은 나의 아래위를 매서운 눈으로 훑어보더니 지금 자기는 몸이 안 좋아서 너를 만날 수 없으니 다시 오란다.

나는 수잔에게 “일단 네가 몸이 아프다니까, 그럼 언제 다시 만날까?”


라고 질문하니, 자기가 연락할 때까지는 연락하지 말아 달란다. 이날 나는 그곳을 떠나기 전, 아래층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수잔을 담당하는 하우징 케이스 매니저에게 수잔이 준비가 되는 대로 나에게 연락해 주어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내 사무실로 돌아왔었다.


그 이후로 몇 번을 내가 먼저 연락해 보았지만 수잔은 왠지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수잔의 신상 데이터를 뒤져 알아보니, 수잔은 날 때부터 알코올릭이었는데 9살 때부터 감옥을 드나들었고, 5명의 남자와의 사이에 5명의 자녀가 있는데 자녀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며, 오랜 시간 동안의 알코올 중독증으로 인하여 환각, 환청 증세가 생겨서 약을 처방받고 있는 중이었다.


수잔은 날 때부터 알코올릭 베이비였는데, 부모 두 사람 모두가 알코올에 절어 사는 사람들이라 아기를 낳고는 아기를 돌보는 게 너무나 어려우니, 아기가 울기만 하면 자기들이 마시던 보드카나 독한 술을 빨대로 찍어서 아기 입에 한두 방울씩 먹였다. 아기는 배가 고파서 울어도 술을 먹게 되고, 


돌봐 달라고 울어도 술이 입으로 들어오니, 아이가 8개월이 될 때는 이미 술에 중독된 상태였고, 아기가 울지도 않고 전혀 아기의 울음소리가 나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아파트의 신고로, 수잔은 19개월이 되던 때에 경찰과 소셜 워커들에게 발견되어서 그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라게 되었다. 


아이는 이미 온몸에 알코올이 돌아서, 물론 치료 과정을 거쳤어도 이미 알코올 중독 증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삶을 살게 되었는데, 그나마 돈을 기대하고 아기를 키우는 데 관심이 별로 없던 위탁가정이 아기 수잔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수잔이 16살 때까지 위탁가정을 돌아다닌 것이 19번째였단다.


수잔이 기억하는 위탁가정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수잔의 삶이 이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나는 수잔에게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같은 사람으로서 공연히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 수잔의 기록을 읽어보면서 내가 수잔을 도울 일을 리스트로 만들어 보기 시작하였다. 물론 수잔의 상의 없이….


수잔의 기록을 세밀히 읽어본 후 수잔을 방문하던 날, 수잔이 머무르고 있던 그룹홈을 방문하는데, 그룹홈 입구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상황이 생겨 무슨 일인가 살펴보니, 아니, 내가 만나야 할 수잔이 그곳에 거주하는 거주자들(거의가 정신질환자들과 중독자들) 몇 명과 함께 소리소리 고함을 치며 싸움 중이었는데, 그 가냘픈 수잔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아래층 로비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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